군인가족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입력 2024. 12. 05   16:06
업데이트 2024. 12. 0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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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란 김석진 해군원사 아내
최미란 김석진 해군원사 아내

 


국방부가 군인가족의 날을 맞아 선정한 군인가족 수기입니다. 군인가족의 날은 지난 3일부로 법정기념일로 지정됐습니다.

남편이 군인의 길을 걸은 지 31년이 지났습니다. 1992년 첫 만남 이후 1년이 지나 남편이 해군에 자원입대하겠다고 했을 때 혼란스럽기도 하고 화도 났습니다. 그러나 입대하는 날 진해 훈련소까지 배웅하며 “2년간 영내 생활을 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 울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남편의 군 생활은 2년이 지나서야 영외 거주가 가능해졌고, 결혼식 없이 혼인신고만 마친 저희는 12평(약 39㎡) 남짓의 군 관사에서 신혼생활을 꾸렸습니다. 비록 낡은 관사였지만 함께 청소하고 정리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신혼생활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잠수함 승조원으로 차출돼 잠수함부대에서 근무하게 됐습니다. 많은 걱정에도 불구하고 군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잠수함으로 전입한 그는 첫 잠수함인 이천함에서 잘 적응했고, 그 모습에 안도했습니다.

잠수함 승조원 가족 초청행사 때 남편이 근무하는 잠수함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좁은 해치를 통과해 들어간 내부는 상상한 것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2명이 지나가기 힘든 좁은 통로와 40명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단 2개뿐인 열악한 환경을 보면서 그동안 묵묵히 잠수함 생활을 해 온 남편을 향한 존경심과 안쓰러움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남편은 “괜찮아, 이제 적응돼 할 만해”라며 안심시켜 줬습니다.

군인 아내로서의 삶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첫째 아이 출산예정일에 남편의 출동 임무가 계획돼 함께하지 못할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만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둘째 아이도 남편의 출동 임무로 인해 혼자 출산했습니다. 셋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조산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됐고, 남편이 두 아이를 돌보는 상황에서 또다시 출동 임무 소식을 접하게 됐습니다. 이때 남편의 함장님께서 저를 돌봐주신 덕분에 셋째 아이의 출산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께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아이들을 양육하며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남편의 노력과 사랑이 저를 지탱해 줬습니다. 세월이 흘러 첫째는 아버지와 같은 길을 가겠다고 자원입대해 공군하사로 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교육학과에 진학해 공부 중이며, 막내는 물리치료사의 꿈을 품고 열심히 학업에 매진 중입니다.

지난해 아이들이 남편의 군 생활 30주년 기념일에 감사패와 편지를 준비했을 때 그간의 모든 힘든 순간이 눈 녹듯이 씻겨 내려갔습니다. 남편의 남은 정년 임기 동안 주어진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응원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의 땅, 바다, 하늘을 지키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국군 장병들과 묵묵히 뒤에서 뒷바라지하는 모든 가족에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여러분의 헌신이 있기에 우리가 평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가정에 평안이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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