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승’서 배구감독 역으로 돌아온 배우 송강호
인생의 모든 실패 다 겪은 ‘루저’ 배구감독 역
‘반칙왕’ 이후 24년 만에 웃음 주는 캐릭터
현실감 있는 연기로 ‘믿고 보는 배우’ 입증
“영화 제목이 좋아…나만의 1승 생각해 보길”
“20여년 만에 유쾌하고 밝은 캐릭터를 만나 반가웠어요. 관객도 오랜만에 본 제 모습을 반겨 주시더군요. ‘이번 작품이 제일 재밌어’라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영화를 보면서 나만의 1승이 무엇인지 한 번쯤 떠올리면서 많은 분이 작은 위안과 위로를 받으면 좋겠습니다.”
매 작품 흥행과 화제성으로 주목받는 배우 송강호가 이번엔 소탈하고 경쾌한 매력으로 극장가에 돌아왔다. 이러한 극 중 역할은 ‘반칙왕’(2000) 이후 24년 만이다. 그간 보여 준 진지함과 무게감은 내려놓고 송강호 특유의 유쾌 발랄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가 ‘1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을까. 지난 2일 서울 삼청동 모처에서 송강호를 만나 작품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1승’은 이겨 본 적이 없는 감독부터 이길 생각이 없는 구단주, 이기는 법을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의 가능성이 1도 없는 프로여자배구단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동주’ ‘배우는 배우다’ ‘거미집’,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 등 플랫폼을 넘나들며 작가, 감독, 제작자로 활약 중인 신연식 감독의 신작이다. 송강호는 퇴출, 파면, 파산, 이혼 등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실패는 죄다 섭렵한 배구선수 출신 감독 김우진 역을 맡았다.
송강호는 “배구라는 스포츠를 한국 영화에서 다룬 적이 없다. 그만큼 어려운 장르다. 배구 팬으로서 중계방송을 즐겨 보는데, 배구가 지닌 묘미를 영상화한다면 관객에게 새로운 풍성함을 줄 수 있겠다 싶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1승’이란 제목이 너무나 좋다. 인생을 살다 보면 일이 잘 안 풀릴 때가 있다. 자신감을 잃어버리거나 위축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영화를 보고 나만의 ‘1승’이 뭘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송강호는 ‘기생충’ 이후 차기작 선정에 고심하던 중 ‘1승’을 만났다. 그는 “어딘가 짓눌려 있고 쥐어짠 듯한 인물을 계속 연기했다. 캐릭터가 갖고 있는 깊이감은 좋지만, 무언가 입안에 있는 시원한 박하사탕처럼 화한 느낌의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 만난 영화가 ‘1승’이다. 관객들도 극장을 나서면서 그런 느낌을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작품을 선택한 계기를 털어놨다. 이어 “시사회에 온 가족과 지인이 ‘네 영화 중 가장 재밌다’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극 중 송강호는 현실감을 자아내는 ‘웃픈’ 루저의 면모부터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는 모습까지 유쾌하게 그리며 믿고 보는 배우의 진가를 발휘한다.
그는 “해학적 요소를 넣어 연기하려 했다. 진지하게 연기했으면 멋있긴 했겠지만, 영화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작품에 해학을 조금씩 배치함으로써 관객들도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고, 그 부분을 고민해 가면서 캐릭터를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의 구단주 강정원 역을 맡은 박정민과 송강호의 티격태격 케미는 ‘1승’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박정민과 관련해 “영화 ‘파수꾼’부터 놀라웠다. 자기만의 해석력이 뛰어난 배우”라며 “스스로 끊임없이 노력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모습에 다시 한번 대단하다고 느꼈다. 신 장악력도 남다른 것 같다. 함께 연기하는 게 재미있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번 영화에는 한유미 해설위원을 비롯해 이숙자 해설위원, 1990년대 남자배구 전성기를 주도한 김세진 감독과 신진식 감독, 여자배구 여제 김연경 선수 등 ‘레전드’들이 의기투합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송강호는 “저는 감독이어서 몸이 편했다”고 너스레를 떤 뒤 “선수 역을 맡은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강도 높은 합숙훈련을 하면서 합을 맞췄다. 한 해설위원이 배우들을 코칭해 줬는데, 국가대표 출신이어선지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였다. 이 해설위원도 매일같이 오셨다. 많은 배구인이 한마음으로 응원해 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송강호는 작품을 연출한 신 감독에 관해 “그만의 독특함이 있다. 배구라는 스포츠의 메커니즘을 선보인다는 것 자체에 독특함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신 감독이 갖고 있는 독특함과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빛을 발하길 응원하고 싶다”고 전했다.
‘1승’은 4일부터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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