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정치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그의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인간은 미래에 대해 항상 불안을 느낀다”고 했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모든 사건엔 원인이 있다고 믿기에 해로운 결과를 안겨 주는 원인을 찾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미래에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홉스는 그 과정이 바위에 결박된 프로메테우스의 고통과 같다면서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편할 날이 없다고 했다. 무기체계를 운용하다 보면 이와 유사한 불안을 느낄 때가 있다. 근본적 원인은 불확실성 때문인데, 사고나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고장이 발생하면 불확실성은 배가된다.
‘위험도 평가(Risk Assessment)’는 불확실성을 정량화해 더욱 과학적인 무기체계 안전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위험도(Risk)’는 사고의 심각도와 발생 확률의 곱으로 심각도는 사고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 규모이며, 발생 확률은 통계적으로 추론된 사고의 발생 가능성이다. 위험도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안전관리 목표는 위험도를 허용 기준 이하로 관리하는 것이다. 허용 기준은 먼저 심각도를 단계별로 구분하고 높은 심각도는 발생 확률을 낮게, 그 반대는 높게 설정한다. 안전관리는 위험도를 지표로 지켜보다가 위험요인이 식별되면 노출된 위험도를 평가한다. 허용 기준 이하이면 안전관리 정책을 유지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것을 변경한다. 변화 정도는 위험도 감소 효과를 기준으로 결정한다.
위험도 평가에 기반한 무기체계 안전관리는 우리에게 몇 가지 이점을 준다. 먼저, 무기체계 운용예산과 가동률을 최적화할 수 있다. 우리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인력과 예산은 항상 제한되기 마련이다. 궁극적인 안전관리의 목적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므로, 위험도에 비례해 노력을 투입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이런 방법은 과잉 또는 과소 노력으로 인한 낭비와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무기체계 가동률을 최적화할 수 있다.
다음으로, 안전관리의 객관적인 목표 설정 및 성과 측정이 가능하다. 우리는 자주 ‘무사고’를 안전관리의 목표로 정한다. 사고가 없다는 건 많은 노력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유사고’가 항상 노력의 부족을 의미하는지는 의문이다. 무기체계별로 내재한 위험과 운용환경이 다르고, 부대의 규모와 작전시간은 사고·고장 건수에 직접적 변수가 되므로 우리에겐 더욱 합리적인 지표가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목표 대비 위험 노출 정도 또는 허용 기준 이하 유지 여부 등 위험도는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관적인 기준에 의한 안전관리가 가능하다. 우리는 자주 ‘안전(安全)’한 상태를 ‘안심(安心)’할 수 있는 상태와 동일시한다. 안심은 심리상태이므로 개인별 경험과 지식에 따라 다르며, 시시각각 변할 수도 있어 많은 경우 우리는 노력을 과잉 투입해 최대한의 안심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위험도는 객관적인 위험상태를 나타내므로 이런 데서 오는 개인·시기별 편차를 줄일 수 있다.
우리 무기체계는 이미 위험도 평가 개념을 적용해 개발됐다. 기능별로 요구되는 위험도를 충족하도록 재설계와 검증 과정을 반복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운용 중 안전관리 방법도 이 개념을 따라야 하는 게 올바르다. 특히 K방산이 전에 없이 주목받는 요즘, 우리의 안전관리법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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