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경험한 정부…1기 공약 구현부터 확인해야”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北은 미 외교 현안 3순위…한국 배제 가능성 낮아”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미 우선주의 더욱 강력해질 것
해외 전쟁보다 국내 문제 집중
러-우크라 전쟁 끝내려
평화협정·휴전 종용할 듯
방위비 분담금 압박
미국의 전략적 이해·목표
고가 무기 수입 등 상기시켜야
한국계·친한파 의원
견고한 네트워크 구축 필요
북, 핵보유국 지위 갖고
미와 협상하겠다 의지 노골화
러-우 전쟁 조기 종식하려면
북 파병문제 해결해야
비핵화 포기 땐 후폭풍 거세
우리 정부 전략적 유연성 필요
남북 강대강 국면에서
국민 안심·생업 종사 위해
완벽한 군 대비태세 필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결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됐다.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 당선인이자 역대 두 번째 징검다리 대통령(재선 실패 후 재도전해 당선)이 될 트럼프 당선인의 향후 행보를 놓고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내년 1월에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놓을 각종 정책은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시아 정세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방일보는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를 지난 12·14일 만나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울 정책 방향과 향후 한반도 정세를 전망했다. 글=최한영/사진=이경원·조종원 기자
|
‘트럼프 1기 행정부’(2017년 1월~2021년 1월)를 규정하는 단어는 미국 우선주의다. 통상·외교·국방 등 국정 전 분야에서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하겠다는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2017년 1월 첫 번째 대통령 취임연설에서 “오늘부터 미국의 새 비전은 미국 우선주의”라고 공언하며 공식화했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전보다 강력하게 주장할 것”이라며 “‘미국이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을 규정짓는 단어인 ‘거래, 미국의 국익’에 맞춰 각종 정책이 수립된다는 것이다. 미국 고유의 대선 방식인 선거인단 제도에서 이긴 것은 물론 전체 유권자 득표율에서도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앞선 점, 두 번째 임기이기에 더 이상 대선 출마 기회가 없다는 점도 트럼프 당선인의 거침없는 행보를 예상하게 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는 속속 발표 중인 주요 내각 인선에서 구체화하고 있다. 2기 행정부 초대 국방장관에 피트 헤그세스 예비역 육군소령을 낙점하며 “강인하고 똑똑하며 미국 우선주의의 진정한 신봉자”라고 치켜세운 것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1기’ 때 공약과 실제 정책 비교·분석 시급
대선 선거운동 과정부터 트럼프 당선인의 색깔, 향후 정책 방향은 이미 드러났다. ‘불법 이민에 단호히 대처’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 부과’ 등이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불법 이민자들이 넘어와 미국 노동자·서민들의 일자리를 뺏지 못하게 하고, 나아가 미국인의 세금을 그 사람들을 위해 쓰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높은 수입품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국내 시장을 보호하는 보호무역주의의 일환”이라고 부연했다.
이 같은 공약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일부 현실화한 바 있다. 이 교수는 “그렇기에 우리 정책 당국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2017년 백악관에 입성할 때 내놨던 공약이 4년 후 어디까지 구현됐는지 확인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2016년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내놨던 공약과 임기 동안 펼친 정책을 면밀히 비교·분석하면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성향이 바뀌지 않았고, 대선 과정에서 유권자 마음을 얻기 위한 레토릭(수사)과 실제 정책은 구분되기에 더욱 그렇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 교수는 “이미 트럼프 당선인을 경험해 봤다는 것은 우리로서도 중요한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평화협정·휴전 가능성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세울 ‘거래, 미국의 국익’ 원칙은 외교안보 이슈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3년 가까이 지속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전쟁을 조속히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자원을 해외 전쟁보다 국내 문제에 집중해 사용해야 하며, 우크라이나 군사원조를 점진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말도 했다. 이 교수는 “현재 경계선을 기준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정을 맺도록 하거나 휴전을 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일각에서는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우리는 국회 비준사항이지만 미국은 대통령 행정명령에 속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과제를 담은 헤리티지재단 ‘프로젝트 2025 보고서’에서는 “한국이 북한에 대한 재래식 방어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도 들어 있다.
이 교수는 “주한미군이 북한을 상대하는 것에 더해 미국의 전략적 이해·목표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 국방 당국이 미국 방산업체로부터 최신예 전투기 등 고가의 정밀무기를 다수 수입·운용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조선업이 쇠락한 미국이 중국과의 해양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우리 조선업체들이 지원해 줄 수 있다는 제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미 행정부만큼이나 의회도 중시해야
향후 4년간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해야 할 외교안보 분야 고위 당국자들 어깨에는 수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이 대목에서 이 교수는 “우리 정책 당국자들이 미 백악관, 중앙정부와 협력하는 것만큼 의회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은 행정부만큼이나 의회의 권한이 막강하다. 이번 미 대선과 함께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을 탈환하고, 하원을 수성한 것을 놓고 트럼프 당선인 정책 수립에 힘을 실어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에 미 의회 내 우군 확보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한미동맹을 지지하는 의원, 오랜 의정 경험을 통해 외교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의원, 한국계·친한파 의원과의 네트워크를 견고히 하는 게 우리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운 보수 싱크탱크, 나아가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을 지원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전통적인 미국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은 우리 정부 당국자들에게도 상당한 도전요소가 될 것”이라며 “상황을 예단하지 말고 적재적소의 대응전략을 수립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은 한반도 정세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반도 주변국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자국에 미칠 영향과 이해득실을 따지며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북한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북한은 미 대선 직전인 지난달 31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9형’을 시험발사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지난 4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식회의에서 “핵무력 구축을 가속화하고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을 놓고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트럼프·해리스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핵보유국 지위를 갖고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이미 드러낸 것”이라고 언급했다. 향후 미국과 협상에서 핵 문제 주도권은 자신들이 쥐고 있으며, 끌려가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는 것이다.
|
러-우 전쟁 종식 여부, 한반도 정세에도 영향
북한 핵 문제는 대한민국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김성 대사 언급대로 북한은 최근 몇 년간 핵무력 구축에 골몰했다.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파병한 반대급부로 러시아에 전술핵무기·원자력추진잠수함 등의 기술을 요구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 공약은 한반도 정세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김 교수는 “전쟁이 장기화하며 두 당사국은 물론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국가 모두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최대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뺏거나 쿠르스크 지역을 회복하려는 러시아의 의도와 맞물려 당분간은 격렬한 전투가 있을 수 있지만, 내년에는 휴전 또는 종전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쟁이 종식되는 분위기에서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미국과 대화의 장이 열릴 수 있다. 김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 외교 현안 1순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순위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라며 “북핵 문제는 3순위 또는 그보다 뒤에 놓인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과의 대화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으려 해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부터 종식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보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핵보유국 지위 인정, 절대 불가”
미·북 간에 대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문제는 또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 비확산, 나아가 군축협상을 주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자신들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해 협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며 “(북한 김정은과 대화 경험이 있는) 트럼프 당선인이라고 해도 이를 인정해 버리면 ‘동북아시아 핵 도미노 현상’ 등의 후폭풍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과 북한이 한국을 배제한 채 직접 대화할 가능성도 낮게 봤다. 그는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에 입각한 대남정책을 당분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미국이 한국을 배제하고 미·북 관계 개선을 꾀하기는 여러모로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정세 변화 고려 전략적 유연성 발휘해야”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 변화가 감지된다. 김 교수는 우리 정부가 이에 걸맞은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외교부·통일부 등을 중심으로 실리 중심 외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대하는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태도 변화도 감지된다고 전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를 두고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 결정하겠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이 대목에서 한·중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북한과 러시아가 밀월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렇다고 북한이 러시아에만 ‘올인’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북·중 관계가 훼손됐거나 문제가 생겼다고 보는 해석에도 선을 그었다. 이 밖에 미·북, 일·북 관계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선 우선 한·중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중국이 북한에 갖고 있는 영향력 등을 고려해 그동안 소원했던 부분을 정상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페루에서 별도 양자회담을 하고 한반도 정세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한·중 정상회담은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된 이후 2년 만이다.
군 당국에는 ‘빛 샐 틈 없는 대비태세’ 당부
우리 군 당국에는 한미동맹에 기반한 ‘빛 샐 틈 없는 대비태세’를 갖출 것을 당부했다. 김 교수는 “지금과 같은 남북 간의 ‘강대강’ 국면에서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기 위해선 완벽한 대비태세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보다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