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임대대지만 중대 독단훈련을 할 것’. 지금껏 우리 수호신부대 태호대대에서 단 한 번도 시행한 적이 없었던 대대 최초 중대 독단훈련이란 임무를 부여받고선 어떻게 훈련하고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지형지물을 활용해 보자’는 막연한 생각이 들 때쯤 서울 외곽을 따라 장엄하게 둘러싸고 있는 산과 하천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둘레길’을 훈련코스로 삼아 계획을 수립했다. 그리고 우리 중대는 지난 10월 장장 156.5㎞에 달하는 훈련의 서막을 열었다. 산악코스가 대부분인 서울둘레길을 하루 최대 46㎞, 5일간 걷는 코스는 나를 포함한 팀원들에게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수도 서울의 정예부대라는 자부심으로 훈련을 강행했다. 마음과 달리 점차 거리가 누적될수록 폭포처럼 쏟아지는 땀과 관절 통증으로 압박감이 상당했다.
그러나 통증만 함께한 건 아니었다. 헝클어진 머리와 지독하게 풍기는 땀 냄새를 맡으며 서로를 의지했고, 때론 걷지 못해 뒤처질 때마다 서로를 끌어 줬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전우애’는 훈련을 하는 동안 깊이를 더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단단해진 ‘우리’를 만들었다. 훈련의 마지막 장소인 도봉산에서 내려왔을 때 우리의 뜨거운 열정과 끈끈한 전우애를 촉촉하게 적셔 주는 단비 같은 가을비가 왔다. 내리는 비를 흠뻑 맞으면서 뜨거웠던 훈련 열정을 식혀 나갈 즈음, 마침내 우리 팀은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156.5㎞ 중대 독단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훈련을 하면서 부대 차원에서는 단결과 전우애를 느낄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가르침을 얻었다. 첫째, 임무를 달성하기 위한 면밀한 계획 수립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지휘관으로서 부여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팀원들과 계속 소통하고 다양한 제반 사항을 꼼꼼하게 고려해야 함을 알게 됐다.
둘째, 훈련 중 계획했던 이동수단의 제한이나 목표 도달 지연 등 수많은 우발상황에 직면하면서 이의 대응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완벽함을 바라기보다 일이 되도록 만드는 상황 판단력과 결단력을 쌓는 과정은 이번 훈련에서 얻었을 수 있었던 큰 자산이었다.
마지막으로, 군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지쳐 쓰러질 것 같았던 순간도 있었지만 주변에서 응원해 주시는 시민들이 있었기에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으로서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다. 우리는 힘들수록 자세를 더욱 바르게 하고 패기 있게 행동했다. 시민들은 우리에게 더 큰 응원과 지지를 보냈고, 내가 선택한 장교의 길에 깊은 자긍심을 느끼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번 중대 독단훈련은 나와 팀원 모두를 한층 성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도 수도 서울을 강한 힘으로 수호할 수 있도록 더욱 강도 높은 훈련으로 팀원들과 하나가 돼 능력을 겸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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