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좋다’만 외치는 여행…그 한마디로는 아깝지 않나요?
SNS에 자랑하기 바쁜 요즘
내가 좋아했던 여행은 이게 아닌데…
고독과 사색의 시간 함께하고 싶어졌죠
겸손 가르쳐준 캐나다·미얀마 대자연부터
프랑스 노부부가 차려준 수수한 저녁까지
순간의 환호보다 잠깐의 평화를 느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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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를 것도 꼭 해야 하는 일도 없는, 오래 바라보고 가만히 귀 기울이는 여행’. 최승표 여행전문기자가 쓴 에세이 『조용한 여행』의 부제다.
중앙일보 여행기자인 저자는 여행이 직업인 사람이다. 2008년부터 기자로 일하며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을 다녔다. 극북지역과 적도 부근, 대자연과 문화유적, 초호화 여행지와 극빈 국가를 두루 경험했다.
이 책에는 그 수많은 곳 중 고르고 고른 여행 이야기가 실려 있다. 단, 제목 그대로 ‘조용한 여행’이다. 서두를 것도 꼭 해야 하는 일도 없는, 오래 바라보고 가만히 귀 기울이는 여행처럼 심심함의 재미, 여백의 미덕이 주는 평온함을 담았다.
“요즘은 여행이란 게 요란한 행위로 인식된다. SNS에 자랑하기 바쁘지 않나. 여행 기사를 쓰는 나조차 읽히는 기사를 쓰려다 보니 요란하게 떠들게 된다. 여행하면서 진짜 내가 좋았던 순간보다는 얘깃거리, 뉴스거리에 관심을 앞세운다. 그러다 문득 ‘내가 좋아했던 여행은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하게 누렸던 순간을 나눠 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조용한 여행』을 쓰게 됐다.”
책에는 스위스 체어마트 고르너그라트, 미국 데스밸리국립공원, 강원도 홍천 살둔마을, 전남 해남 유선관 등 TV가 없어도 괜찮고 인터넷이 터지지 않아도 좋을 곳이 담겨 있다. 캐나다 유콘 준주 화이트호스, 일본 홋카이도 도토, 태국 카오야이국립공원, 미얀마 인레호수와 바간 등 저절로 겸손해지게 만드는 대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도 담았다. 그곳의 여운이 저자 특유의 따뜻하고 섬세한 문체로 전해진다.
“좋은 곳에 가면 단순히 ‘좋다’ ‘대박’이라고 말한다. 젊은 친구들은 맛있는 걸 먹으면 ‘존맛탱’이라고 한다. 내가 느낀 많은 감정과 감동을 단어 하나로 간단하게 정의하는 거다. 사실은 그렇게만 감탄하기엔 아까운 순간이 많다. 이곳이 왜 좋고, 어떤 순간에 어떤 감정이 밀려왔는지, 오로라를 보고 왜 눈물을 흘렸는지를 좀 더 세밀하게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어느 여행지가 됐든 당시 내가 느낀 감정을 파고들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찬찬히 돌아보면서 왜 별거 아니었던 순간이 뜻깊었는지 되물었다. 책에도 그런 순간순간의 내밀함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특히 책에서는 여행지에서 느낀 일상의 소소한 행복도 만날 수 있다. 진정한 ‘휘게’의 의미를 알려 줬던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넷과 그의 남편, 프랑스 프로방스의 노부부가 차려 줬던 수수하고 사람 냄새 진한 저녁, 미국 요세미티국립공원의 작은 피자집 등이다.
“여행은 ‘만남’이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미처 알지 못했던 나 자신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잠깐잠깐 누리는 아늑한 순간에서 위안을 얻고, 뜻밖의 재미를 발견한다. 세계적인 관광명소나 기대를 품었던 목적지가 아니라 스치듯 들른 소도시, 우연히 찾아간 카페,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그게 여행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다.”
책은 쉼이 필요한 사람들이 읽으면 좋다. 저자는 ‘고독한 여행이 필요한 사람’ ‘혼자만의 사색이 절실한 사람’ ‘생각하고 사유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했다.
“조용히 있을 수 있는 순간이 거의 없다. 세상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 큰 세상 속에 덩그러니 놓인 느낌, 그게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 진귀한 경험이다. 순간의 환호보다 잠깐 찾아오는 평화를 위해 나를 열어 뒀으면 좋겠다. 넓고 큰 세계에서 고독해지는 경험을 많이 해 봤으면 좋겠다. 아마 예기치 않은 소소한 재미와 행복들이 행운처럼 찾아올 것이다.” 송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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