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생도가 정예 장교가 되려면 무조건 꼭 봐야 하는 꿀팁

입력 2024. 11. 11   16:28
업데이트 2024. 11. 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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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수 육군사관학교 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
안남수 육군사관학교 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



바야흐로 꿀팁의 전성시대다. 출산하기 위해 산부인과를 고를 때부터 삶의 모든 순간 갈림길에 설 때마다 최선의 길을 알려 준다는 현자들의 조언이 인터넷에 가득하다. 한순간이라도 자신들의 영상을 보지 않으면 네 인생은 나락에 떨어져 버린다는 협박성 설명과 함께 좋아요, 알림, 구독 설정을 강요한다.

아쉬운 점은 그 영상들을 다 보기에 하루가 짧다는 것이다. 길을 걸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샤워를 할 때도, 자기 전에도 봐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침이 되면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유튜버들은 말한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만화·드라마·책은 수백 편이라고. 이제 인생 100년은 너무 짧아져 버렸다. 아마 1000년은 살아야 하지 않을까?

여기서 알파고가 준 교훈을 떠올려 보자. 알파고 등장 이전에 바둑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방법은 사람이 둔 바둑 기보로 상황에 따른 규칙을 주입하는 형태였다. 이러한 방법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바둑 실력을 갖추기가 매우 어려웠다. 어떤 사람들은 말했다. 역시 바둑은 예술의 영역이고, 인간의 실력을 능가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그러나 알파고 제로가 등장하면서 인간이 알파고를 이기는 일은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는 불가능해졌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자.

당신은 중학생이고, 당신이 다니는 서울 대치동 수학 일타강사는 문제별 유형 구분법과 문제 풀이 꿀팁을 정리해 줬다. 당신은 이런 문제 유형과 풀이법 조합 수백 가지를 3년 내내 학습했다. 이제 당신은 높은 점수를 받는, 즉 정해진 유형의 60문제를 60분 안에 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점차 시간이 단축돼 30분 만에 답을 적을 수 있는 학생이 됐다. 그러나 절대 그 일타강사의 수학 실력을 뛰어넘을 순 없을 것이다. 이러한 방식이 예전 바둑 소프트웨어의 제작법이었고, 전문가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이번엔 새로운 유형의 수학 문제를 풀면 찰리 푸스 내한공연 티켓을 얻을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영혼을 문제에 갈아 넣었다. 길을 걸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샤워를 할 때도, 자기 전에도 계속 생각했다. 그러다 기존과 전혀 다른 새로운 풀이법을 찾아냈다.

즉 보상(reward)만 정해 줬더니 수학선생님의 실력을 능가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런 방식으로 제작된 것이 알파고 제로이고, 강화학습으로 대표되는 학습기반 시스템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예비역 중위·대위들이 말하는 군 생활 꿀팁이 유튜브에 넘쳐난다. 그 팁을 충실히 따르면 그들을 뛰어넘는 정예 장교가 될 수 있을까?

정예 장교가 누리는 보상은 지극히 단순하다. 명예(honor). 그 보상을 얻는 방법을 조금 길게 풀어 쓴다면 국가와 국민에게 헌신하는 게 아닐까 싶다.

정리하자면 정예 장교가 되기 위한 꿀팁을 보지 말자는 게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정예 장교가 되는 꿀팁이다. 스마트폰에서 지혜를 찾기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해 지혜를 얻자 정도로 해석됐으면 한다. 만일 간접경험이 꼭 필요하다면 여러 고전에서 등장하는 상황에 자신을 대입해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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