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문학가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그의 역사극 『헨리 5세』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든 준비는 다 돼 있소. 각오만 됐다면.” 이 글귀에 진리에 가까운 내용이 담겨 있다. 눈에 보이는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했으나 내면의 각오가 되지 않을 때 찾아오는 불안함을 누구나 경험한 적이 있다.
각오란 무엇인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나 겪을 일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뜻한다. 부대마다 많은 각오를 다짐한다. 사고 예방 결의문 낭독과 여러 선서를 하며 ‘각오’를 다진다. 각오와 자주 사용되는 말로 ‘결사각오(決死覺悟)’가 있다. 죽음을 불사하고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세상에 많은 각오가 있으나 가장 고귀한 것은 생명을 건 각오다.
결사각오는 독립투사의 전유물만이 아니다. 전쟁을 준비하는 군인들에게도 중요하다. 전장은 생(生)과 사(死)를 오가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각오의 힘은 전장에서 보이는 것 이상의 효과를 지닌다.
역설의 대가이자 보어전쟁을 경험한 영국의 작가 길버스 체스터턴은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약간은 생존에 무관심해야 한다는 점이 역설”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각오를 전투원의 관점에서 ‘무형 전투력’이라고 부를 수 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도 “전쟁에서 육체가 1이라면 정신은 3”이라고 했다. 잘 준비된 각오는 전장에서 겪는 육체적 노력과 제한사항을 능가한다. 전투원의 내면과 심리를 세심하게 다루는 부대는 승리에 가까운 부대라고 생각한다.
미 육군사관학교 교수였던 데이브 그로스먼은 자신의 저서 『전투의 심리학』에서 고대 전투에서 부대의 궤멸·붕괴는 대부분 추격 과정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팽팽한 전면전은 대규모 병력이 서로가 서로를 밀어붙이는 이른바 ‘행군’에 불과하며, 두려움과 같이 심리적 취약성이 나타나는 퇴각 군대는 무장한 추격자에게 궤멸에 가까운 붕괴를 당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전장은 ‘심리적 공간’이라는 그의 정의는 타당하다.
현대전의 양상을 보면 전투 현장에서 대규모 살상은 찾아보기 어려우나 그 전황은 실시간으로 노출된다. 이를 통해 부대와 전투원의 정보·기억이 더 쉽게 형성되고 조작되기도 한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서 우리는 이미 이러한 심리적·인지적 요소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심리적 공간인 전장에서 흔들리지 않는 각오로 무장된 전투원을 양성하고 교육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다.
전투원의 결단과 각오를 가장 깊이 다루고 교육할 수 있는 이는 누구인가? 군종장교라고 말하고 싶다. 생과 사를 담보로 하는 전투원의 각오는 매우 특별하다. 모든 종교는 삶의 의미, 죽음에 관한 이해, 사후 교리를 다루고 있다. 이런 기반 위에서 군종장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올바른 사생관(死生觀)과 죽음의 문제를 신중히 다루는 전장윤리를 교육할 수 있다. 군종장교는 전투원의 각오와 결단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전장으로 부름받은 성직자’다. 이에 육군 군종병과에서는 전장윤리 및 사생관 교육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구·발전사항을 병과의 주요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대한민국 군의 무형 전투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군종병과원들을 항상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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