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없는 이중·삼중 방어, 적 도발 지워버렸다

입력 2024. 10. 27   14:23
업데이트 2024. 10. 2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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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호국훈련
육군23경비여단 대해상특수작전 102기갑여단 제병협동 기동훈련

어둠을 깨우는 빛…
새벽을 여는 소리…

저녁 8시30분 적 동해안 상륙 시도
수리온 조명탄 투하·해안경계부대 지원
새벽 5시40분 기갑전력 방어선 구축
압도적 화력으로 경계작전태세 확립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러시아 파병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지만 우리 군은 흔들림 없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이는 호국훈련에 임하고 있는 육군23경비여단과 102기갑여단 역시 마찬가지. 동부전선에서도 가장 동쪽을 사수하고 있는 두 부대는 대규모 합동 대해상특수작전(MCSOF)과 제병협동 기동훈련을 각각 펼치며 빈틈없는 대비태세를 재확인했다. 저녁부터 새벽까지 치열한 훈련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글=박상원/사진=양동욱 기자

 

조명탄 지원을 받은 23경비여단 장병들이 사격하고 있다.
조명탄 지원을 받은 23경비여단 장병들이 사격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위협에 대비

지난 24일 저녁 8시30분, 강원도 강릉시 옥계해변. 대해상특수작전을 위해 육군23경비여단 장병 200여 명이 해안가에 집결했다. 훈련에는 해안경계부대 장병들과 60·81㎜ 박격포 10여 문이 투입됐다. 육군3군단 예하 항공 전력 4대도 공중 지원에 나섰다. 해군과 해양경찰 소속 함정 10여 척도 훈련에 참여하는 등 대대적인 통합·합동 전력이 구성됐다.

훈련을 위해, 동해안으로 기습 상륙하려는 적들이 아군 해·공군에 의해 대부분 격파됐지만 일부 함정들이 해안으로 상륙을 시도하는 상황이 주어졌다.

가장 먼저 첩보를 입수한 해군은 이를 실시간으로 23경비여단에 전달했다. 소식을 들은 여단 해안경계부대는 즉각 장애물을 설치하고 병력과 화기를 배치하면서 대해상특수작전에 돌입했다.

먼저 여단은 감시장비를 이용해 적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얼마 뒤 은밀하게 해안가에 접안을 시도하려는 함정을 식별하는 데 성공했다. 여단은 곧바로 항공전력 지원을 요청했고, 밤하늘을 뚫고 날아온 KUH-1 수리온 헬기는 조명탄을 투하하며 지상전력의 적 격멸을 도왔다. 500MD 헬기는 토우(TOW) 대전차미사일을 적 함정에 발사,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

 

 

육군23경비여단 장병들이 지난 24일 강원도 강릉시 옥계해변에서 호국훈련의 하나로 열린 대규모 합동 대해상특수작전 중 공용·개인화기를 이용해 해상에 있는 적을 격멸하고 있다.
육군23경비여단 장병들이 지난 24일 강원도 강릉시 옥계해변에서 호국훈련의 하나로 열린 대규모 합동 대해상특수작전 중 공용·개인화기를 이용해 해상에 있는 적을 격멸하고 있다.

 

조명탄을 인계받고 있는 23경비여단 박격포 탄약수들.
조명탄을 인계받고 있는 23경비여단 박격포 탄약수들.

 

 

포기하지 않는 적 격멸

육군 항공의 위력 덕분에 적 함정은 일부 격침됐지만 여전히 해안으로 상륙하려는 잔여 세력이 존재했다. 이를 인지한 여단은 해안 방어를 더욱 강화하며, 박격포 조명탄과 K3 기관총을 이용한 화력 지원을 개시했다.

해안경계부대는 적이 상륙할 틈을 주지 않고 화력을 쏟아부었다. 장병들은 각자의 화기로 적을 정확히 조준하며 전투를 이어갔다.

전장에 퍼진 포성과 불빛은 밤하늘을 채웠고, 해변은 격렬한 전투 열기로 가득했다. 적은 끊임없는 공격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결국 진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해안경계부대 지휘관은 적이 상륙 시도를 포기하자 신속하게 합동전력의 통제권을 전환받아 지상 타격 작전을 지휘했다. 결국 적은 철저하게 응징당한 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성공적인 작전 종료를 확인한 장병들의 얼굴에는 성취감이 가득했다.

조범준(소령) 불사조대대 작전과장은 “이번 훈련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군인의 사명감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완벽한 해안경계작전태세 확립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기동 전 K1E1 전차를 점검하는 102기갑여단 장병들.
기동 전 K1E1 전차를 점검하는 102기갑여단 장병들.

 

도로 상황을 살펴보고 있는 K1E1 전차 단차장.
도로 상황을 살펴보고 있는 K1E1 전차 단차장.

 


민통선 이북, 철마들이 움직이다 

다음 날 새벽 5시40분 강원도 고성군 일대로 향했다. 새벽 어둠이 짙게 깔려 있음에도 현장을 가득 메운 엔진 소리를 통해 전차와 장갑차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102기갑여단의 궤도 장비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날 여단은 민통선 이북 지역에서 전시 상황을 가정한 ‘제병협동 기동훈련’을 전개했다. 훈련은 기갑전력 중심으로 전방에 전개해 방어선을 구축한 뒤 적이 빈틈을 보일 시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절차를 숙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훈련에는 K1E1 전차와 K200 장갑차를 주축으로 한 100여 대의 장비와 육군 항공 전력, 그리고 인접 부대인 22보병사단도 참여해 작전 수행 능력을 점검했다.

고성군의 한 집결지에서 여단 K1E1 전차를 만날 수 있었다. 장병들은 성공적인 기동을 위해 전차 점검에 집중하고 있었다. 기갑부대 특유의 기동성과 전차·장갑차가 협력해 만들어내는 강력한 전투력이 발휘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었다.

K1E1 전차 포수 임무를 수행하는 이민철 중사는 현수 장치에 이상이 없는지 계속해서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전차 바퀴 부분에 있는 커넥터를 망치를 이용해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유가 궁금해졌다.

“커넥터에서 맑은 소리가 나면 이상이 없다고 판단하지만, 둔탁한 소리가 나면 결합이 풀린 것이기 때문에 망치로 이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전차 기동을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점검 절차죠.” 이 중사는 손을 멈추지 않은 채 간단히 설명했다.

장병들의 꼼꼼한 점검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장병이 ‘이상 무’ 보고를 마치자 전차는 고성 제진검문소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육군102기갑여단 K1E1 전차들이 지난 25일 강원도 고성군 제진검문소를 지나 동해 남북출입 사무소로 기동하고 있다.
육군102기갑여단 K1E1 전차들이 지난 25일 강원도 고성군 제진검문소를 지나 동해 남북출입 사무소로 기동하고 있다.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이후 달라진 훈련 양상

여단은 이번 훈련의 모든 과정을 철저한 전시 상황에 맞춰 진행했다. 또 기갑여단의 기동 능력과 육군 항공 전력의 공중 지원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소통을 강화했다. 공중에서는 항공 전력의 실시간 정보 공유가 이뤄졌고, 지상에서는 전차와 장갑차가 유기적으로 협동해 적의 공격에 대비했다.

특히 이번 훈련은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이후 민통선 이북 지역에서 실시된 두 번째 실기동 훈련이라 그 의미가 컸다. 훈련 지역이 가진 군사적 중요성을 알고 있는 여단은 한층 더 신중하게, 그러나 과감하게 기동에 임했다.

첫 목표 지점인 제진검문소에 먼저 도착한 것은 함께 훈련에 나선 22보병사단 K1E1 전차와 K808 차륜형장갑차였다. 이들이 검문소를 지나가자 여단이 자랑하는 막강한 기갑 전력도 모습을 드러냈다. 검문소를 빠르게 통과한 여단 기갑전력은 전방으로 전개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훈련은 모든 기갑전력이 최종 목표지점인 동해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하면서 마무리됐다.

문상준(중령) 철마대대장은 “훈련을 할수록 부대원들 스스로 강해짐을 느꼈다”며 “만일 적이 공격을 감행한다면 절대 물러서지 않고 훈련한 대로 압도적 능력을 집중해 적을 격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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