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호국훈련] 戰지戰능…허리 끊고, 후미 치고, 승기 잡다

입력 2024. 10. 23   17:24
업데이트 2024. 10. 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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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 없이 싸운다면 승리는 의미 없다” 
치밀한 전략대로 진지 점령, 과감하게 적 격멸
분대장 없이도 실시간 상황 공유…실전능력 빛나
마침내 펼쳐진 전차 교전, 진격-견제사격 ‘치열’

올해부터 조우전 전법 적용 
전차·전투원 개인 화기에 마일즈 장비 장착
주도권 확보하고 선제사격 대비태세 확립
모의훈련 등 철저한 준비 “반드시 이기는 부대로”

 

공격부대인 ‘청군’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과 방어부대인 ‘황군’ 8기동사단이 마침내 맞붙었다. 육군7기동군단의 2024 호국훈련 3일 차인 23일 양평종합훈련장에서 이뤄진 기계화소부대 자율교전 훈련에서다. 마일즈 장비를 장착한 장병과 전차가 벌인 공방전은 실제 전장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치열했다. 첫날 포병 사격, 둘째 날 도하와 저지 상황에 이어 두 부대가 충돌한 교전 현장에 국방일보가 동행했다. 글=배지열·조수연/사진=김병문 기자

 

23일 경기도 양평군 양평종합훈련장에서 호국훈련의 하나로 열린 기계화소부대 자율교전 훈련에서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청군) K1A2 전차와 육군8기동사단(황군) K2 전차가 교전하고 있다.
23일 경기도 양평군 양평종합훈련장에서 호국훈련의 하나로 열린 기계화소부대 자율교전 훈련에서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청군) K1A2 전차와 육군8기동사단(황군) K2 전차가 교전하고 있다.

 


기계화소부대 자율교전 훈련


수기사와 8사단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양평종합훈련장에서 조우전 전법을 적용한 기계화소부대 자율교전훈련을 소화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통해 올해 초부터 실전적인 소부대 전투기술 숙달이 강조되면서 조우전 전법을 적용한 제병협동 기계화소부대 자율교전이 올해 호국훈련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호국훈련 간 쌍방 모의교전하는 각 사단은 전차·기계화보병소대를 합친 태스크포스(TF) 중대조를 구성해 3일간 매일 한 차례씩 교전했다. 전차와 전투원 개인화기에 마일즈 장비를 장착한 채 이뤄진 이번 훈련은 다양한 전장 상황에서 신속한 판단과 조건반사적인 전투기술 숙달에 중점을 뒀다.

23일 이른 아침 도착한 양평종합훈련장은 전날까지 내린 비로 바닥 곳곳이 진흙탕으로 변한 상태였다. 날씨마저 쌀쌀해져 연신 몸을 떨어야 할 만큼 차가운 바람마저 불었다. 그러나 호국훈련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훈련을 앞두고 장병들의 사기는 이를 극복할 만큼 한껏 올라와 있었다.

 

 

 


각 부대 전략 빛난 하차보병전투 

훈련의 첫 번째 상황은 하차보병전투. 각 부대의 K21 보병전투장갑차로 투입된 장병들이 목표 지점을 먼저 탈취하기 위해 경쟁했다. “기보 공격 시작!” 통제관의 육성에 따라 장병들이 차량에서 뛰어내려 내달리기 시작했다.

공격부대인 수기사는 고지를 선점해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앞선 전투에서 진지를 먼저 점령하지 못한 것이 패인 중 하나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전술 없이 막무가내로 싸운다면 승리도 의미 없다’는 공감대가 함께했다. 장병들은 미리 세운 전략대로 먼저 점령한 진지에서 오르막을 오르는 상대를 과감하게 격멸했다.

장병 한 명 한 명의 전투력이 중요한 실전. 분대장이 없더라도 누구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하고 작전을 지시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전날 밤 별도의 야간훈련도 불사하며 여러 전투실험으로 제대로 칼을 갈아온 터였다. 탄알이 바닥난 팀원에게 남은 탄을 던져주는 전우애도 뽐냈다.

방어부대인 8사단은 목표 지점 아래쪽에서 출격했다. 궤도를 힘차게 굴려 흙탕물을 사방으로 튀기면서 등장한 K21에서 방탄모에 노란색 헬멧을 두른 장병들이 하차했다. 수풀에 몸을 숨기면서 은밀하지만 과감하게 이동하는 모습에서 능숙한 프로의 향기가 느껴졌다.

“은·엄폐!” “계획대로 되고 있어, 파이팅해!” 서로 작전을 지시하고 격려하는 말을 주고받으면서 조금씩 전진한 황군 장병들 시야에 목표지점이 들어왔다. 넓게 흩어져 기동한 이들은 상대의 후방을 공략하기 위해 분주하게 우회로를 찾았다.

공격하는 청군으로 훈련에 참가한 재구대대 고다현 일병은 “전우들이 대응사격으로 엄호하는 동안 측면으로 빠르게 기동해 성공적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었다”며 “다수의 상대가 우리의 공격에 방탄모를 벗는 모습을 보고 아군의 승리를 확신했다”고 기쁘게 말했다.

황군으로 방어 입장에서 훈련을 소화한 비호대대 김규민 상병은 “훈련하다 보니 실전인 것처럼 몰입됐고, 이기고 싶다는 의지가 커지면서 몸을 사리지 않게 됐다”며 “잠도 줄여가면서 열심히 훈련을 준비했는데, 승패에 상관없이 다 보여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격부대인 수기사 장병이 하차보병전투를 하고 있다.
공격부대인 수기사 장병이 하차보병전투를 하고 있다.

 

방어 임무를 맡은 8기동사단 장병이 경계하고 있다.
방어 임무를 맡은 8기동사단 장병이 경계하고 있다.



압도적인 위압감 준 전차 교전 

오후에는 전차 교전 상황이 이어졌다. 청군의 K1A2 전차와 황군의 K2 전차가 굉장한 엔진음을 내면서 훈련장에 들어섰다.

초반 소강상태를 보이던 양 부대 균형은 황군 전차들이 조금씩 전진하면서 쏘아 올린 포탄으로 무너졌다. 양쪽 진영에서는 마일즈 장비 사격으로 연신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상대적으로 저지대에 있던 황군 전차들이 오르막을 오르려고 하자 청군 전차들이 견제 사격으로 저지에 나섰다.

각 사단의 전차대대는 이날 훈련에 앞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수기사 돌파대대 3중대조는 지난 7월부터 △군단 조우전 고급과정 수료 △전차승무원 대상 전차 다목적 시뮬레이터(TMPS·Tank Multi Purpose Simulator) 활용 모의훈련 △마일즈 장비 친숙화 교육(장비 민감도 및 화력 범위 측정 등 전투실험 진행) △조우전 개념을 적용한 중대 전술훈련 등을 통해 이번 훈련을 철저히 준비해 왔다.

8사단 백호대대 2중대조는 △기계화부대 소부대 전투기술 훈련모델 숙달 △지형 활용 전술토의와 예행연습을 통한 단차별 임무 구체화 △인근 훈련장을 활용한 소대 쌍방 모의훈련 등을 통해 전투 근육을 키우는 준비에 집중했다.

청군 공격 중대조를 지휘한 돌파대대 조민호 대위는 “기계화부대에 최적화한 소부대 전차 조우전 전법을 지속해서 발전시키겠다”며 “앞으로도 전장 주도권을 갖고 망설임 없이 적 전차를 제압해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부대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군 방어 중대조를 지휘한 백호대대 이주신 대위는 “기계화부대 전투수행방법·훈련모델을 반복 숙달하고 현장에서 계획을 지속해서 보완했다”며 “적과 맞닥뜨렸을 때 원팀 정신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확보하고 선제사격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사흘에 걸쳐 실전처럼 이뤄진 7군단의 대규모 기계화부대 쌍방훈련은 어느 부대의 승리와 패배를 떠나 훈련 참가 장병들의 전투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7군단은 25일까지 후속 훈련을 이어가며 적 도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군사대비태세를 확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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