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 진단] 북 이어 러까지…국제사회 핵 긴장 ‘살얼음판’

입력 2024. 10. 22   17:07
업데이트 2024. 10. 22   17:45
0 댓글

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 진단
16. 글로벌 핵질서 변화와 핵전쟁 위기 증대

‘핵 없는 세상’ 국제적 노력 무색
러·우 전쟁 핵 사용 가능성 시사
중, 핵 무력 증대로 긴장감 높여
글로벌 군비통제 새 체제 요구 속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 확장·승격
대한민국, 선도 국가 역량 갖춰야

러시아는 지난 2010년 4월 미국과 체결한 핵군비통제조약인 ‘뉴스타트(New START)’를 2026년 이후에 갱신하지 않을 것임을 표명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omprehensive Nuclear Test Ban Treaty·CTBT) 비준 철회 법안에 서명하면서 이미 CTBT에서 탈퇴할 뜻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 현재 400여 기 수준인 중국 핵탄두 전력은 2030년 중반쯤이면 현재 미국과 맞먹는 1500여 기 안팎으로 증강될 것으로 추정되는 등 핵전쟁의 위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는 그간의 시대별 핵질서의 변화를 살피고 이에 대응한 새로운 국제 군비통제 체제의 필요성과 앞으로 우리의 역할에 대해 알아본다. 조아미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한미 정상은 당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한미 정상은 당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연합뉴스



글로벌 핵질서의 변화

1945년 8월 전 세계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을 경험하면서 핵 시대로 진입했다. 냉전기 미국과 소련의 핵미사일 군비경쟁은 인류가 핵전쟁으로 공멸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낳게 했다. 시대 변화에 따라 국제 상황이 반영된 1950년대 상호확증파괴와 대량응징보복 독트린, 1960년대 유연반응독트린, 쿠바 핵미사일 위기를 거쳐 데탕트 시대 전략무기제한협정(SALT)등이 이어졌다.

미국 소련 간 핵 군비경쟁으로 인해 인류가 핵전쟁으로 공멸한다는 위기가 증가하자,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는 1970년 핵확산방지조약(NPT)을 체결해 수직적 수평적 핵확산을 방지하고,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준수하고자 했다. 이러한 노력은 냉전기와 탈냉전기 미국과 러시아 양자 간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 전략공격무기감축조약(SORT),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등으로 이어져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무관하게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은 지속해서 핵실험을 통한 핵무기 보유를 추구해 왔고, 핵·미사일 위협을 줄여보려는 노력과 상반된 결과를 낳았다. 물론 남아공, 리비아, 우크라이나 등 비핵화 사례들도 동시에 있었다.

탈냉전기에도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핵 없는 세상(Global Zero)’을 위한 정책적 노력, 국제사회에서 핵무기금지조약(TPNW) 등의 노력이 이어지면서 핵전쟁을 방지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지속됐다.

하지만 신냉전의 국제질서가 장기화하면서 특히, 러시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핵 사용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핵전쟁의 위기는 고조됐다. 북한은 지속적인 핵·미사일 능력 증대를, 중국도 핵 무력을 증대시키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높여 왔다.

현재 국제 핵질서는 탈냉전기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고, 핵전쟁의 가능성은 최대로 높아진 상태다. 중국, 러시아,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들은 이러한 신냉전 상황에서 자국의 핵미사일 능력 증대에 집중하고 있으며, 당분간 핵전쟁의 긴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히로시마 핵 전문가 연례회의 

이러한 글로벌 핵질서 변화에서도 핵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지속되어 왔다. 지난해 5월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최초로 핵 군축 관련 정상들의 선언문이 채택됐다. 이에 더해 일본 외교부와 히로시마 도지사 주관으로 주요국 핵 전문가들을 초청해 선언문을 채택해 온 ‘히로시마 핵 전문가 연례회의(Hiroshima Roundtable for Nuclear Disarmament)’를 매년 개최해 오고 있다.

필자는 히로시마 핵 전문가 연례회의에 한국 대표로 해마다 초청되어 참석하면서 미·일·중·러 주요 핵 전문가들과 핵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 왔다.

본 전문가 회의에 고정 구성원들로 한국에서 초청된 필자를 포함해 미국에서는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 대학 교수, 스콧 세이건 스탠포드 교수, 앤드루 웨버 전 국방부 차관보 등이, 일본에서도 외교부 군축국장, 히로시마 도지사 등이, 호주는 전 외교부 장관, 유엔 전 군축차관보 등이, 러시아·중국에서도 핵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일본 총리는 이 회의를 통해 전문가들이 검토한 히로시마 선언문을 채택 선언했다. 회의의 목적은 핵 전문가들의 선언문 채택과 교류를 지속해 원자폭탄의 피해를 전 세계에 알린 히로시마 교훈과 정신을 확산시키고, 미래 세대가 핵전쟁을 방지하는 노력에 동참하기를 독려하는 것이다.

특히 이 회의는 핵전쟁 가능성이 커진 현재 글로벌 핵질서에서 주요 핵 전문가들 간에 유지되어 온 유일한 매우 중요한 회의체로 볼 수 있다.


새로운 국제 군비통제 체제의 필요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미국과 워싱턴 선언을 채택해 한미 확장억제와 한미 연합훈련을 강화하고,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증대하고 있다. 또한 유엔군사령부 장관 회의 개최 및 전략사령부 창설 등으로 한반도 억제 안보 역량을 높이고 있다.

이와 동시에 한국은 국제사회에 핵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글로벌 중추 국가 역량도 높여야 한다. 인공지능(AI), 유·무인 복합체계 등 첨단과학기술이 핵미사일 위협과 결합해 이를 통제할 새로운 국제 군비통제 체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고, 미국과 러시아 이외에 중국을 참여시키는 핵 군비통제에 대한 새로운 협의체가 필요해지고 있다.

한국은 국제사회와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 능력, 안보 역량을 증대시키는 동시에 이러한 핵전쟁 없는 국제사회 군비통제 체제를 선도할 국가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도 한반도와 북핵 검증 중심 기존의 임무를 넘어서서, 국제사회의 국제 군비통제 체제의 수요를 수용해 이를 선도할 수 있는 국무총리실 예하의 외교부, 국방부 등 포괄적 업무를 수용할 기관으로 확장·승격해야 한다.

새로운 군비통제 기구는 국제사회와 협력해 대한민국의 역할과 입장을 확장하는 임무을 수행해야 한다. 미국과 나토 등 국제사회는 한국에 새로운 국제 군비통제를 주도하는 NPT 체제의 모범국이자 첨단과학기술 보유국으로서 선도국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글로벌 핵 위기가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기 우리는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국제사회 군비통제 체제 노력의 선도국이 될 역량을 갖추고 뻗어나가야 한다.

 

김영준 교수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김영준 교수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