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키며 스러진 곳에…장군 추모공간 들어섰다

입력 2024. 10. 22   17:08
업데이트 2024. 10. 2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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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영웅’ 워커 장군 흉상 제막식
전사지로 알려진 서울 도봉구에 조성
최후 방어선 사수 역전 전공 세운 인물
낙동강전선 형상화 ‘워커라인’ 새겨

 

22일 서울 도봉구 럭키아파트 옆 인도에서 월턴 해리스 워커 장군의 흉상 및 기념공간 제막식이 진행되고 있다. 낙동강전선을 사수하며 6·25전쟁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워커 장군은 1950년 12월 23일 이곳 인근 도로를 지나다 전사했다. 이원준 기자
22일 서울 도봉구 럭키아파트 옆 인도에서 월턴 해리스 워커 장군의 흉상 및 기념공간 제막식이 진행되고 있다. 낙동강전선을 사수하며 6·25전쟁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워커 장군은 1950년 12월 23일 이곳 인근 도로를 지나다 전사했다. 이원준 기자

 


“I will stay here to protect Korea until the end(여기서 죽더라도 끝까지 한국을 지키겠다).” 

74년 전 6·25전쟁 최후의 방어선인 낙동강전선을 사수했던 월턴 해리스 워커(Walton H. Walker) 장군을 기리는 기념공간이 서울 도봉구에 새롭게 조성됐다.

도봉구는 22일 도봉역 2번 출구 맞은편 도로에서 워커 장군 흉상 및 기념공간 제막식을 거행했다. 도봉동 럭키아파트 옆 인도에 조성된 기념공간은 워커 장군 전사지로 알려진 도봉동 596-5번지에서 도보로 2분 거리다.

행사에는 오언석 도봉구청장, 로더릭 라프먼(준장·Roderick Laghman) 미8군사령부 부사령관, 안병권 도봉구의회 의장, 진강현 서울북부보훈지청장, 안찬희 모두의보훈아너스클럽 위원 등이 참석했다. 미8군 군악대는 현장에서 미국 국가를 연주하며 한미동맹의 끈끈함을 보여줬다.

워커 장군 기념공간은 가로 13.8m, 세로 3.65m 규모로 조성됐다. 워커 장군의 금빛 흉상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장군의 연보가, 오른쪽에는 6·25전쟁에서의 활약상이 정리됐다. 가장 오른쪽에는 ‘워커라인을 기억하다’ 비석이 세워졌다.

흉상 아래에는 ‘워커라인(Walker Line)’이 알파벳으로 새겨져 국군·유엔군이 피로써 지킨 낙동강전선을 형상화했다.

라프먼 부사령관은 “제막식에서 워커 장군의 흉상을 비롯한 기념공간을 보니 말 못 할 감동이 느껴진다”며 “자유를 위해 희생한 워커 장군에 대한 감사함과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기념공간에 조성된 ‘워커라인을 기억하다’ 비석.
기념공간에 조성된 ‘워커라인을 기억하다’ 비석.



워커 장군 ‘낙동강방어선전투’ 활약

초대 미 8군사령관인 워커 장군은 6·25전쟁이 발발하자 한반도로 파견, ‘낙동강방어선전투’에서 활약했다. 특히 그는 최후 방어선인 낙동강전선에서 ‘지키느냐, 아니면 죽느냐(Stand or Die)’를 외치며 끝까지 전선을 사수했다. 낙동강전선이 이른바 ‘워커라인’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를 비롯한 장병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국군과 유엔군은 인천상륙작전을 통한 역전의 발판을 이뤄낼 수 있었다.

이러한 전공을 바탕으로 워커 장군은 6·25전쟁 영웅 4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도봉동(당시 경기도 양주군 노해면 도봉리)은 워커 장군의 전사지(戰死地)다. 그는 낙동강방어선전투가 있던 그해 12월 23일 아들 샘 워커 대위의 은성무공훈장 수훈을 축하하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워커 장군은 6·25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장병 중 계급이 가장 높은 군인이었다. 미 정부는 워커 장군 사후 그에게 대장 계급을 추서했다.

워커 장군은 부자(父子) 군인으로도 유명하다. 아들 샘 워커는 아버지와 나란히 6·25전쟁에 참전했으며 훗날 대장까지 진급했다. 미 육군 역사상 최초의 부자 4성 장군이었다. 당시 워커 장군의 시신을 본국으로 운구하는 호송 책임을 맡은 사람도 아들이었다. 워커 장군은 현재 알링턴 국립묘지에 잠들어 있다.


장군의 업적 기리는 공간 

도봉구에 워커 장군 기념공간이 들어서기까지 도봉구, 국가보훈부, 워커대장추모기념사업회 등 각계각층의 많은 노력이 있었다. 백척간두의 대한민국을 구한 위대한 영웅이지만, 워커 장군을 기리는 공간은 그동안 마땅치 않았다. 서울 광진구에 장군 이름을 딴 ‘워커힐’과 추모공간이 있지만, 호텔이 민간기업에 인수되며 접근성이 떨어졌다.

워커대장추모기념사업회는 미군 자료를 받아 워커 장군이 전사한 장소가 도봉동 596-5번지란 사실을 발굴한 뒤, 현장에서 200여m 떨어진 지하철역 맞은편 도로에 2009년 전사지 표지석도 세웠다.

전사지 표지석과 같은 공간에 기념공간이 새롭게 조성되면서 시민들이 워커 장군의 업적을 가까이서 기릴 수 있을 것으로 도봉구는 기대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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