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s 다이어리] 대한민국의 심장, 육군훈련소

입력 2024. 10. 17   16:39
업데이트 2024. 10. 1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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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영현 육군훈련소 29교육연대 중대장·대위
명영현 육군훈련소 29교육연대 중대장·대위



“아들아, 사랑한다!” 아버지의 외침을 뒤로하고 연병장으로 향하는 아들의 뒷모습에 부모님은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신다. 수많은 입영 장정 사이로 작아지는 아들을 향해 마지막까지 손을 흔들어 주신다. 육군훈련소의 입영행사는 그렇게 끝이 난다. 볼 때마다 뭉클한 이 광경에, 소중한 사람을 이곳으로 보낸 마음을 생각하며 훈련소 중대장으로서의 역할·소임을 상기한다. 

어느 날 모르는 전화번호로부터 문자가 왔다. 이제 전역을 2개월 앞둔 병장이 됐다며 훈련소 시절 감사했다는 인사였다. 어렴풋이 얼굴이 떠올랐다. 지난겨울 입영행사가 끝난 뒤 훈련병들의 걱정과 불안, 설렘 사이로 유난히 어깨가 처진 훈련병이 눈에 띄었다. 그는 입대를 앞두고 사이가 소원해지다가 현재 연락이 끊긴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했다. 점점 수척해지던 훈련병은 교육훈련조차 제대로 받기 어려워했다. 훈련병에게 힘이 돼 주고 싶었다.

중대장으로서 막 군에 입대한 훈련병들과 6주간의 여정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동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체력단련 시간엔 포기하는 훈련병이 없도록 속도를 맞춰 끝까지 함께 뛰었다. 개인화기 사격 및 수류탄 투척 등 교육훈련에 주저하는 훈련병들 곁에서 응원하고 격려했다. 힘들어하는 훈련병들과는 수시로 면담하며 소통의 시간도 가졌다. 그렇게 모든 훈련을 마치고 전속하는 날 아침, 그 훈련병이 찾아왔다. 어색한 표정으로 그동안 감사했다며 경례를 하고 편지를 건넸다. 훈련병의 걱정과 아픔이 깨끗이 씻겨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무사히 6주간의 교육훈련을 마치고 마지막 경례를 하는 훈련병의 어깨는 아주 단단해 보였다. 나도 경례로 화답했다.

훈련소의 모든 교관이 교장에선 누구보다 강하고 엄하게 훈련병들을 교육하지만, 막사로 복귀하면 훈련병들의 형이 되고 누나가 돼 그들을 살핀다. 밤늦도록 어려움은 없는지 면담하고 격려하면서 훈련병들이 무사히 수료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곁을 지킨다. 그렇게 이곳을 거쳐 가는 훈련병들은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정병이 되고 전역 후에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누군가의 아버지로서 대한민국의 내일을 만드는 중추가 된다. 이곳 훈련소가 마치 대한민국의 심장과도 같은 이유다. 우리가 마음을 다해 행동으로 하나 돼 정병 육성에 힘을 쏟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어느 날 받은 훈련병의 문자는 본분을 다하고 있음을, 대한민국의 미래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가치로운 임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다시금 떠오르게 했다. 앞으로도 우리 교관들의 땀방울과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훈련병들과 눈을 마주하며 하루하루를 채워 갈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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