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 선배 전우들을 가족의 품으로

입력 2024. 10. 17   15:39
업데이트 2024. 10. 1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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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병장 육군15보병사단 독수리여단
김종훈 병장 육군15보병사단 독수리여단

 


‘사명감’, 유해발굴작전 기간 마음속에 내내 품고 있었던 다짐이다. 선배 전우들의 유해를 한시라도 어둡고 답답한 지하에서 구원하리라고 마음먹었기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작전을 이어 나갔다. 유해발굴작전 중 탄피와 찢긴 군복, 보급품들이 간혹 나와 유해를 찾을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고, 힘들고 고된 작업임에도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1~2주 작전이 진행될수록 처음 다짐과 달리 유해발굴은 단순 작업의 반복으로 느껴졌다. 투지와 열정도 점점 흐려져 갔다. 이 유해발굴작전이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작전”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사명감을 갖고 커지는 잡념을 떨쳐 내며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애썼다.

어느새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유해발굴작전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오늘 만약 유해를 찾지 못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작전 기간 최선을 다했으니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았고 괜찮다”며 위로했다. 중대장님이 작전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를 불었다. 작전 시작 뒤 채 1분도 되지 않았을 때 기존과 다른 미상의 물체를 발견했다. 그것을 유심히 살펴보고 흙을 털자 골반 조각처럼 보였다. 같이 유해발굴작전을 하고 있던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원에게 물어봤다. 이후 감식단원이 해 준 말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유해가 맞는 것 같습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전우가 유해발굴 팀장을 불렀다. 팀장님이 “이건 유해가 맞다”고 확인해 주시면서 “정말 대단한 일을 했다”며 칭찬해 주셨을 때는 모든 고됨과 노력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더없이 기뻤지만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만약 유해를 발견하지 못하고 자리를 옮겼더라면 선배 전우께서는 마지막으로 빛을 볼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시고 긴 시간 동안 가족과 떨어져 있었을 것이다. 머나먼 타지에서 자신을 찾아 줄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을 선배 전우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입대하기 전이나 입대 후 군복을 입고 있는 이 순간에도 항상 6·25전쟁 참전용사나 애국지사들을 존경했다. 이에 입대하면서 국가가 위기에 빠졌을 때 저분들처럼 이 한 몸 희생하겠다고 다짐했다. 막상 실제로 유해를 발견하니 그분들의 용기·의지와 반대로 유해는 온전치 않을뿐더러 너무나도 앙상해 가슴이 아팠다. 작전 기간 다짐을 되돌아보게 됐고, 6·25전쟁에 참전하신 모든 분의 용기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게 됐다. 특히 선배 전우들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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