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단풍 우리가 있다…단풍이 익다

입력 2024. 10. 17   16:52
업데이트 2024. 10. 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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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키는 대로, 닿는 대로  ⑩ 형형색색 평창의 가을路

오대산국립공원의 가을, 10월 말~11월 초 절정
1700여 그루 초록 전나무와 1㎞ 붉은 단풍길 장관 그 자체

평창농공단지 도로변 샛노란 은행나무길도 연인과 걸어볼 만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공기가 주변을 맴도는가 싶더니, 어느새 완연한 가을이다. 가로수는 노란색 또는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추수를 마친 논이 황량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도 ‘라스트 댄스’만을 남겨 두고 있다는 뜻일 터. 가을 단풍 말이다. 강원도 평창은 단풍 구경을 떠나기에 좋은 여행지다. 어딜 가나 잘 정돈된 숲이 있는 것은 물론 접근성마저 훌륭해서다. 대관령과 오대산, 평창 남부에 숨겨져 있는 산과 숲은 하나같이 가을의 화려함을 마음껏 뽐낸다. 평창의 단풍은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에 절정을 이룬다. 가을을 찾아 평창으로 떠날 채비를 할 시간이다.

 



오대산이 품은 가을의 정취, 월정사


평창 북부에는 듬직한 산 하나가 솟아 있다. 바로 오대산국립공원이다. 태백산맥을 대표하는 산 중 하나이자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실록을 보관하는 사고 중 하나가 있었으며, 신라시대에 창건해 오늘날에 이르는 천년고찰 월정사가 자리하기도 한다.

읍내에서 거슬러 올라가는 오대천 물줄기를 따라 달리다 보면, 어느덧 전나무 숲이 사방을 감싼다. 월정사 주변에 조성된 전나무 숲이다. 무려 1700여 그루의 전나무가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다. 사계절 언제나 초록 잎을 자랑하는 전나무라면 가을 단풍 나들이 목적지로 삼기엔 조금 아쉬울 터. 그러나 전나무 곁으로 각양각색의 활엽수가 노랗고 붉은 단풍을 선보인다. 마치 새하얀 계절이 찾아오기 전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찬란하게 맞이하겠다는 듯이 말이다. 전나무와 단풍의 조화는 정말이지 장관 그 자체다.

이 길을 걷는 시간만큼은 발걸음이 가벼워지겠지만, 그래도 되도록 천천히 거닐어 보자. 푹신한 흙길과 적막을 파고드는 자연의 소리가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해 준다. 일주문부터 천왕문에 이르기까지 1㎞가 넘는 길을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속세와 잠시 멀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클라이맥스는 천왕문에 있다. 금강교와 천왕문 주변으로는 새빨간 단풍이 한껏 어우러지며 월정사 경내를 화려하게 수놓는다. 마치 고요한 산사에서 화려한 축제의 막이 오른 것만 같다. 오대천과 조화를 이루거나 서로 엉키며 숲 터널을 만들기도 한다. 사찰 측도 이를 알고 있는지 카메라 프레임에 멋진 풍경을 담을 수 있을 만한 곳에 의자를 놓아 뒀다. 낭만적이지 않은가.

경내에 자리한 카페 ‘청류다원’은 월정사의 가을 풍경을 마음껏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전통차와 다식을 내주는 이곳은 월정사를 찾는 이들에게 한 줄기 휴식을 선사한다. 가을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차 한 잔을 주문한 뒤 창가에 앉아 숲을 감상해 보자. 탁 트인 창 너머로 오대천과 단풍이 가득하다.

단풍 구경만 하고 돌아가기에는 아쉽다. 월정사 경내에는 본당 적광전과 국가유산 국보 팔각구층석탑이 저 멀리 오대산 능선과 함께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월정사는 다양한 불교·체험행사가 마련돼 있다. 템플스테이가 대표적이다. 깊은 가을 산사의 고요한 순간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템플스테이에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을 치유하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월정사를 지나 좀 더 걸어가면 상원사로 향하는 길이 이어진다. 이른바 ‘오대산 선재길’이다. 이 길 역시 단풍으로 물들어 있어 등산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가을 산행 코스로 꼽힌다. 평창의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형형색색의 단풍과 함께 걷는 이 길은 자연과 하나 되는 기쁨을 안긴다. 상원사에 가까워질수록 단풍은 더욱더 짙은 붉은색을 띤다. 이곳까지 들어선다면 오대산이 품은 가을의 깊이를 더 가까이서 느끼게 되는 셈이다.

 

월정사 경내 카페 청류다원에서 마시는 전통차.
월정사 경내 카페 청류다원에서 마시는 전통차.

 

샛노란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유명한 평창농공단지.
샛노란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유명한 평창농공단지.

 

남산 산림욕장 일부를 정돈해 산책로로 만든 ‘남산 다 함께 나눔길’.
남산 산림욕장 일부를 정돈해 산책로로 만든 ‘남산 다 함께 나눔길’.

 

멋진 풍광을 담을 수 있는 월정사 천왕문.
멋진 풍광을 담을 수 있는 월정사 천왕문.

 

단풍으로 물든 월정사 일주문
단풍으로 물든 월정사 일주문



숨겨진 평창의 단풍 맛집들 

평창군 내에 오대산만 있는 건 아니다. 알게 모르게 가을의 매력을 숨기고 있는 명소가 많다. 평창읍 장암산 기슭에 절벽 잔도로 이뤄진 ‘평창평화길’이 그중 하나다. 장암산을 벗 삼아 평창강을 따라 걷게 되는 이 길은 전 구간 무장애 탐방로로 만들어져 누구나 쉽게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약 1.7㎞ 길이에 달하는 전 구간에 목조데크를 설치했으며, 곳곳에 쉴 만한 의자와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해 뒀다. 같은 길을 따라 돌아와도 좋지만, 울창한 숲을 자랑하는 평창바위공원과 계절마다 꽃을 피우는 노람뜰을 함께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평창평화길과 가까운 곳에 조성된 ‘남산 다 함께 나눔길’ 역시 단풍놀이를 즐기기에 좋다. 이 길은 남산 산림욕장 일부를 정돈해 산책로로 만든 곳이다. 남산 기슭부터 중턱을 연결하는 1㎞ 길이의 목조데크가 설치돼 있다. 이곳 또한 완만한 경사도의 무장애 탐방로다. 한 바퀴 돌아 원점으로 돌아오는 산책로이기에 누구나 부담 없이 거닐어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관광지는 아니지만, 평창농공단지도 가을철에 가 볼 만하다. 농공단지 도로변에 은행나무를 심어 둔 덕택에 가을마다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규모가 크지 않고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 없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 지나가는 길에 잠시 들러 샛노란 은행나무 가로수길을 감상해 보기를 바란다.


필자 김정흠은 여행작가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주로 여행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다. 국내외 여행 매체 등과 함께 다채로운 여행 콘텐츠를 선보인다.
필자 김정흠은 여행작가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주로 여행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다. 국내외 여행 매체 등과 함께 다채로운 여행 콘텐츠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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