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의 호국영웅

입력 2024. 10. 16   15:22
업데이트 2024. 10. 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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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육군중사 국방시설본부 민자사업과
정한 육군중사 국방시설본부 민자사업과



최근 6·25 참전용사의 주거시설을 보수하는 봉사활동을 했다. 국방·군사시설을 건설하는 부대의 일원으로서 나라를 위해 헌신한 참전용사의 주거시설을 개선하는 뜻깊은 일이었다. 부대 근처에 위치한 참전용사 댁은 30여 년 전 이사한 뒤 장판이나 도배를 한 번도 새로 하지 않은 오래된 집이었다. 누런 벽지, 갈라진 장판, 오래된 전등이 그간의 세월을 증명하는 듯했다. 

94세인 참전용사는 79년 전인 1945년 6월 입대해 국군 8사단·9사단·수도사단에서 복무하고 6·25전쟁에 참전, 1959년 12월 중위로 예편했다. 참전용사께서는 전쟁 때 박힌 총탄이 아직도 상흔으로 남아 있다고 말씀하셨다.

봉사활동은 나흘간 주거시설 안전·정밀진단, 시설 보수, 환경정화 등으로 진행됐다. 첫날 집 안에 있는 가구와 비품들을 밖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다음 날은 오래된 전등과 목문을 교체했다. 집 안을 어두침침하게 만들었던 형광등에서 LED 등으로 교체하고, 여닫기 불편했던 무거운 문도 새 문으로 바꿨다. 가장 어려웠던 작업은 장판 교체였다. 공간이 한정돼 다 내놓지 못한 가구들을 그대로 둔 채 장판을 교체하려니 작업이 쉽지 않았다. 일부 장판을 깐 뒤 찢길까 조심하면서 무거운 가구들을 옮기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방부터 거실까지 점차 새 장판들로 교체된 것을 보니 보람찬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 날은 도배와 장판, 발코니 도장작업 후 통신·전기선로를 정리하고 환경정화활동을 했다. 작업들로 먼지 낀 곳들을 쓸고 닦으며 청소했다. 오랫동안 쓰지 않고 방치된 얽힌 선로들을 푸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위험해 보이는 멀티탭과 전선들을 안전하게 새로 교체했다. 마지막으로 허리가 불편하신 호국보훈용사를 위해 낡은 리클라이너 의자를 새것으로 교체해 드렸다. 호국보훈용사의 아내는 “신혼집을 만들어 다시 신혼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우리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하셨다.

주거환경 개선작업을 하며 의도치 않게 호국보훈용사의 그간 생활을 간접적으로 접하게 됐다. 부인과 찍은 사진, 자녀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 대한민국을 위해 한 몸 바쳐 헌신하신 분이어서 그 업적을 대변하는 상징적 흔적이 남아 있을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너무나도 평범한 삶이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적인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평상시 얼마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에게 예우하고 감사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게 됐다. 74년 전, 지금의 나보다 젊은 나이에 한 몸 바쳐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어린 용사는 어느덧 노령이 됐다. 우리의 전문성과 기술력으로 보수된 집에서 안락하고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시길 간절히 바라며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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