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입은 그대들이 진정한 강군이다

입력 2024. 10. 16   15:20
업데이트 2024. 10. 1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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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훈 국방대학교 행정지원부 인사과장·군무서기관
배경훈 국방대학교 행정지원부 인사과장·군무서기관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의 일이다. 하사관학교(현 부사관학교)에서 야간행군 훈련을 마치고 내무반으로 복귀한 뒤 양말을 벗고 깜짝 놀랐다. 오른쪽 발바닥에 방울토마토 같은 크기의 물집이 잡혀 있었다. 이 상태로 낙오하지 않고 야간행군을 완주한 터라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며칠 후 있을 임관식에 정복을 입고 구두를 신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바로 의무실로 향했다. 군의관은 물집을 터트리고 가위로 발바닥 피부를 오려 내기 시작했다. 시뻘건 발바닥에 붕대를 두르고 복귀해 절뚝거리며 남은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임관식 하루 전날까지 발바닥은 아물지 않았고, 정복에 구두를 신은 동기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멋있다고 느꼈다. 저 정복을 입기 위해 그동안 흘린 땀과 노력이 얼마인데…. 굳게 마음을 먹고 발바닥에 거즈를 얇게 두른 후 구두에 발을 욱여넣었다. 그렇게 부사관 정복을 입고 임관식에 참석했다. 정복에는 진정한 군인이 됐다는 의미와 국가가 나를 인정해 준 것이란 뜻이 담겨 있어 뿌듯했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군복은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국가가 부여한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의지의 상징이라고 한다. 군인은 평시는 물론 전시에 국가를 수호하고 국민의 재산·생명을 보호하는 최일선에 있는 사람들이다. 전방 일반전초(GOP) 수색대대에서는 군복에 전투화도 벗지 않고 준비태세를 유지하는 장병들도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평화는 24시간 육지와 바다, 하늘에서 군복을 입은 그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군인의 명예와 군복에 자긍심이 없는 일부 군인도 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군인에게 비속어를 사용하는 국민도 많아 안타깝다.

인구가 급속히 고령화하고 출생자가 감소함에 따라 병역자원을 획득하기가 점점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군문(軍門)을 떠나는 장교와 부사관들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군복을 입은 그들에게 명예와 존경을 표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이런 현상은 가속화할 것이다. 우리도 미국처럼 군인에 대한 존경과 예우를 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 참가한 우리의 육·해·공군 및 해병대를 대표하는 장병들의 절도 있고 박력 있는 시가행진 모습을 봤다. 군복을 입은 군인! 그것이 국민이 믿고 의지하는 진정한 강한 국군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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