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콘텐츠 더 맛있게 솔~ 솔~ ‘마법의 가루’ 같은 이 남자

입력 2024. 10. 16   16:31
업데이트 2024. 10. 1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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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페르소나 - ‘흑백요리사’로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선 백종원 

다양한 음식 경험·요리·사업…
상징적 존재로 프로그램 중심 잡아
한입에 재료·방식·의도 단박에 파악
주관적인 맛 평가·결과 납득시켜
푸드트럭·골목식당·집밥 백선생…
프로그램마다 현실 영향력으로 이어져
개인 유튜브에 출연자 초대해 재조명
전문 영역 통한 세상 변화 ‘메시지’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가 화제다.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응이 폭발적이다. 특히 우리와 비슷한 음식문화권에 있는 아시아 국가들은 ‘흑백요리사’에 충격을 받은 눈치다. 중식·일식 같은 요리들이 완고한 원조의 틀 안에 갇혀 자신들이 최고라고 외쳐 왔던 게 일종의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흑백요리사’는 한식을 굳이 내세우지 않고도(한식은 물론 일식, 중식, 이탈리아 요리 등의 셰프가 모였다) 한식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 줬기 때문이다. 저마다 다른 타국의 요리법을 가진 셰프들이지만, 한식의 식재료인 묵은지나 홍어 같은 걸 과제로 내주자 자연스럽게 응용하고 퓨전화한 한식을 내놨다. 한식의 특징이 뭐든 ‘비벼 내는’ 것에 강점이 있다는 걸 ‘흑백요리사’는 보여 줬고, 거기에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진 것이다.

‘흑백요리사’는 최종 우승자인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이나 에드워드 리 같은 무수한 셰프를 스타로 배출했지만, 그 중심을 딱 잡아 준 심사위원 백종원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결국 맛은 주관적인 것이어서 순위를 매기기가 쉽지 않은 영역이다. 결국 흑백으로 분류된 100명의 유명 셰프가 한자리에 모여 경쟁하는 이 프로그램이 가능해진 건, 주관적이라고 해도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는 모두가 납득할 만한 상징적인 존재 때문이었다. 미슐랭 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 모수의 오너셰프인 안성재가 맛에 있어 ‘익힘의 정도’까지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심사위원으로서 그 권위를 부여받았다면 백종원은 자타 공인 요리부터 다양한 음식 경험, 나아가 사업에 이르기까지를 두루 꿰뚫고 있는 국내 음식 콘텐츠의 상징적 존재로서 심사위원 자격을 인정받았다. 이들 덕분에 저마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라고 이미 인정받은 셰프들이 이 서바이벌을 긍정하며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백종원의 존재감은 음식은 물론 방송인으로서도 전문가라는 걸 보여 준다. 그는 먹성 좋은 먹방의 달인답게 심사가 아닌 진심으로 먹는(?) 모습을 드러내며 웃음을 주고, 전 세계 음식을 먹어 본 경험치를 바탕으로 블라인드 심사에서도 재료가 뭔지, 어떤 방식을 썼는지, 의도는 무엇인지를 단박에 파악하는 놀라움을 안겨 주기도 했다. 특히 블라인드 심사 때 그가 먹는 장면이 그 자체로 밈이 될 정도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백종원의 존재감이 돋보이는 건 그것이 프로그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현실로 연결되는 지점까지 나아가게 한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실제 요식업계가 들썩일 정도로 출연 셰프들의 음식점이 대호황을 누렸는데, 백종원은 이들을 자신의 유튜브에 초청해 재조명하기도 했다.

 

 

 

 


‘흑백요리사’ 같은 프로그램에서 엿볼 수 있듯이 최근 방송은 방송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 한때 방송이 현실과 유리된 여가나 오락 정도로 여겨져 오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백종원을 비롯해 오은영과 강형욱 같은 전문가들이 방송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게 된 건 그래서다. 이들 전문가는 각자의 영역에서 현실에 변화를 이끄는 존재다. 이들은 자신의 전문 영역을 방송과 접목해 현실을 바꿔 나가는 일을 한다. 그중에서도 백종원은 프랜차이즈 대표이면서 요리연구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방송가로 뛰어들어 시너지를 만든 인물이다. 그가 해 온 방송들을 들여다보면 음식이라는 그의 전문 영역이 방송과 만나 어떻게 현실을 바꿔 왔는지 실감 난다.

그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쿡방을 하면서 재미있는 음식연구가이자 방송인 정도로 대중과 눈을 맞췄다. 이후 ‘백종원의 푸드트럭’ ‘백종원의 3대 천왕’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하면서 존재감을 순식간에 각인시켰다. 이들 프로그램의 특징은 그저 먹방, 쿡방에 머물러 있던 음식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의 영역을 사업 영역으로 넓히고 그것도 모자라 상권으로까지 나아갔다는 점이다.

‘푸드트럭’이 창업 청춘들의 미래를 바꿔 줬다면, ‘3대 천왕’은 지역 맛집들에 손님들을 줄 세웠다. ‘골목식당’은 불황에 힘겨워하는 서민들의 식당을 솔루션을 통해 호황을 누리도록 바꿔 주고 골목상권을 살리는 방향을 제시했다. 2018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 백종원이 참석해 골목상권 살리기 정책을 이야기할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몇 년 새 급상승했다.

백종원이 현실에 변화를 준 건 상권 살리기만이 아니다. 그는 요리문화의 변화 또한 이끌었다. ‘집밥 백선생’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프로그램은 ‘집밥’의 개념을 바꿔 놨다. 과거 집밥이 막연하게 ‘엄마의 밥상’을 떠올리게 했다면 이 프로그램은 그저 ‘집에서 해 먹는 밥’이라는 개념으로 바꿔 놓았고 요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의 변화를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유튜브 방송에 뛰어들어서는 ‘백종원 시장이 되다’라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아예 충남 예산이라는 지역 상권을 살리는 대형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방자치단체들에 자극을 줘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들이 이를 모델로 삼으려는 흐름까지 만들었다.

백종원의 이런 현실까지 바꾸는 방송은 당연히 비즈니스적 접근이 전제된 결과이기도 하다. 프랜차이즈 사업가로서 그에게 방송은 여가가 아니라 하나의 중요한 방편이 되기도 하는 셈이니 말이다. 항간엔 방송을 사유화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는 유튜브 같은 개인 방송이 일상화하고 그것이 현실에 변화를 일으키는 영상 시대의 새로운 흐름일 수 있다. 누구든 저마다의 영역을 고도화하고 전문화하는 정점은 결국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이고, 지금은 개인 방송 같은 영상으로 누구에게나 그 길이 열려 있다. 백종원이 그 페르소나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 주는 건 바로 이 시대의 변화다. 누구나 자신만의 전문 영역을 갖게 된다면 그걸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필자 정덕현은 대중문화평론가로 기고·방송·강연을 통해 대중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MBC·JTBC 시청자위원을 역임했고 백상예술대상·대한민국 예술상 심사위원이다.
필자 정덕현은 대중문화평론가로 기고·방송·강연을 통해 대중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MBC·JTBC 시청자위원을 역임했고 백상예술대상·대한민국 예술상 심사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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