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다사나이] 태평양부터 아덴만까지 누빈다…바다 위의 군사외교관

입력 2024. 10. 15   17:00
업데이트 2024. 10. 1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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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다사나이 
17. 세계 일주 나서는 수병

환태평양훈련·순항훈련·코브라 골드…
지구촌 곳곳서 임무 수행하는 해외 훈련·파병
위생관리병 최준영 병장·조리병 김주승 병장
순항훈련전단 두 번이나 참여 “특별한 경험”

군 복무 중 ‘수병’이 누리는 특권(?)이 있습니다. 군함을 타고 지구촌 곳곳을 누비는 기회가 그것입니다. 바다는 전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입니다. 특히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태평양과 인도양, 지구 반대편 대서양까지 바닷길로 막힘 없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운이 좋다면 ‘세계 일주’도 가능하죠. 이원준 기자/사진=국방일보 DB

 

 


대한민국 해군은 영해 수호, 해상교통로 확보, 국가 대외정책 지원, 국제 평화유지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한반도 인근 해역뿐만 아니라 넓은 대양(大洋)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아덴만에서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며 국내외 선박의 안전항해를 지원하는 청해부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수병에게도 해외 훈련 기회가 부여된다. 하와이에서 진행하는 세계 최대 다국적 연합 해상훈련 ‘환태평양(RIMPAC·림팩) 훈련’, 임관을 앞둔 해군사관학교(해사) 4학년 생도들이 장교로서 갖춰야 할 임무 수행 능력을 배양하는 ‘순항훈련’, 미국·호주가 주도하는 ‘탈리스만 세이버(Talisman Sabre)’, 한국·미국·태국이 함께하는 ‘코브라 골드(Cobra Gold)’ 등이 대표적인 해외 훈련이다. 청해부대 일원으로 아덴만의 평화를 지키는 파병 기회도 있다.

해외 임무 수행의 가장 큰 장점은 군사외교 현장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훈련·파병에 선발된 장병은 ‘군사 외교관’으로 불린다. 장병 개개인이 국군, 나아가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의미에서다. 수병도 장교·부사관 계층과 함께 ‘국가대표’로서 대한민국을 알리고, 국격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다만 해군에 입대한다고 모두가 해외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속 부대 등 조건에 따라 해외 훈련·파병 기회가 주어진다. 청해부대는 구축함(DDH)이 투입되기 때문에 해당 함정 승조원이라면 파병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해외 훈련에 자주 참가하는 1만4500톤급 대형수송함(LPH) 독도함·마라도함과 군수지원함(AOE)도 마찬가지다.

순항훈련에는 4500톤급 훈련함(ATH) 한산도함이 자주 동참한다. 순항훈련은 ‘세계 일주’에 버금가는 원양 항해 훈련이다. 통상 4~5개월간 세계 곳곳을 누빈다.


한산도함 조리병 김주승 병장(위)과 위생관리병 최준영 병장. 순항훈련전단 제공
한산도함 조리병 김주승 병장(위)과 위생관리병 최준영 병장. 순항훈련전단 제공

 

한산도함 조리병 김주승 병장(위)과 위생관리병 최준영 병장. 순항훈련전단 제공
한산도함 조리병 김주승 병장(위)과 위생관리병 최준영 병장. 순항훈련전단 제공



해외 훈련·파병은 어떻게?

수병이 해외 훈련·파병 기회를 얻기 위해선 소속 부대, 군사특기, 시기라는 ‘3박자’가 맞아야 한다. 훈련·파병에 투입되는 함정 소속이면 유리하지만, 다른 부대에서도 희망자를 선발한다. 군사특기는 편제 인원이 많은 갑판·조리 직별이 유리한 편이다. 수개월간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전역 예정일로부터 여유가 있어야 한다.

해군에서 실시하는 해외 훈련은 연 10회 정도다. 매 훈련마다 약 50~100명의 수병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1년으로 치면 수백 명 규모니 적지 않은 숫자다.


순항훈련만 두 번째…한산도함 수병들

‘2024 대한민국 해군순항훈련전단’에는 두 번째 순항훈련에 참여한 수병들이 있다. 한 번도 어려운데 두 번이라니, 흔치 않은 사례다. 갑판병 최준영 병장과 조리병 김주승 병장이 주인공이다.

최 병장은 갑판병이자 위생관리병이다. 항해 중에는 순항훈련전단 총원의 이발을 담당한다. 최 병장은 지난해 순항훈련 때 무려 600여 명을 이발하며 실력이 일취월장했다고 한다.

최 병장은 순항훈련을 마친 뒤 육상부대로 전출갔지만, 해외 훈련을 하며 쌓은 추억이 떠올라 올해 또 지원했다. 그리고 운 좋게도 두 번째 순항훈련 기회를 얻었다.

최 병장은 “순항훈련 기항지에서 현지 6·25전쟁 참전용사를 초청해 개최한 함상 리셉션이 가장 기억에 납는다”며 ”한산도함 비행갑판 위에서 교민, 외국군, 6·25전쟁 참전용사와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때마다 승조원들을 격려·응원해 주시던 미소가 아직도 생생하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순항훈련 복귀 날짜와 전역일이 같다”며 “남은 군 생활을 즐겁고,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하며 성공적인 훈련에 일조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주승 병장은 첫 순항훈련에서는 장기 항해가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기항지에 도착해 여러 행사를 지원하며 특별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올해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김 병장도 6·25전쟁 참전용사가 함께하는 함상 리셉션을 순항훈련의 하이라이트로 꼽았다. 그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참전용사에게 내가 만든 음식을 대접한 것이 무엇보다 뜻깊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순항훈련전단 장병과 해사 생도들에게 더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도록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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