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관상 수상 기쁨 더 의미있게
전사·순직 해군장병 자녀들에 장학금
3년간 기른 머리카락 암 환우에 기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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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돈을 전우와 이웃을 위해 쾌척한 해군장병 3명의 사연이 주위에 귀감이 되고 있다.
첫 미담의 주인공은 해군본부 지윤호 대위. 지 대위는 10일 결혼 비용으로 모은 500만 원을 ‘바다사랑 해군 장학재단’에 기부하며 나눔을 실천했다.
지 대위는 군 가산복무 지원금 지급 대상자로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7년 해군사관후보생(OCS)으로 임관했다. 군에서는 대학원 석사과정 위탁교육으로 학업을 이어가며 정보통신장교로서 전문성을 키워왔다.
그는 군에서 받은 혜택을 어떻게 보답할지 방법을 고민하다가 바다사랑 해군 장학재단에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바다사랑 해군 장학재단은 해양수호를 위해 헌신하다가 전사·순직한 해군장병 유자녀들이 안정적으로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매년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결혼을 앞둔 지 대위는 장학금 기부를 위해 결혼식도 하지 않기로 했다. 평소 헌혈과 봉사활동을 꾸준히 실천해오던 예비신부 또한 결혼식 비용을 기부하자는 지 대위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두 사람은 오는 12일 가족들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로 결혼식을 대체할 계획이다.
지 대위는 “해군에서 교육 혜택을 받으며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기에 기부를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가족과 함께 기부와 봉사활동을 이어가며 나눔의 꽃을 피워가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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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사령부 이성국 상사는 독후감대회 수상 상금을 바다사랑 해군 장학재단에 전액 기부하며 온기를 전했다.
이 상사는 최근 최재형기념사업회가 주최한 독후감 공모대회에서 국가보훈부 장관상(대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최재형 선생은 러시아 지역에서 교육사업, 문화사업 등을 통해 항일민족운동을 지원한 독립운동가다.
공모대회에서는 이 상사 이외에도 박위함 추교빈 대위와 사령부 정훈실 김찬송 대위(진)도 입선자로 이름을 올렸다. 잠수함사 장병들이 이번 대회에 다수 참가한 배경에는 지난 7월 이뤄진 초빙강연이 있었다. 장병들은 문영숙 최재형기념사업회 이사장 강연에 큰 감명을 받고 자발적으로 독립운동사를 공부해왔다.
이 상사 역시 최재형 선생을 비롯한 독립운동가의 활약상을 담은 책을 읽고 자연스럽게 독후감 대회에 참가했다. 그리고 대상 상금으로 받은 100만 원 전액을 바다사랑 해군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그는 “최재형 선생의 불굴의 의지와 나라 사랑 정신, 그리고 희생정신이 자유 대한민국의 기초가 되었다”며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마음 깊이 새기며 국가전략부대의 잠수함 요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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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령부 장윤지 대위는 소아암 환우를 돕기 위해 정성껏 기른 머리카락과 기부금을 전달했다.
장 대위는 최근 3년 동안 길러온 머리카락 25㎝를 어머나(어린 암환자들을 위한 머리카락 나눔) 운동본부에 기부했다. 그는 암과 싸워 이겨낸 어머니를 보며 모발 기부를 결심했다. 항암치료로 가발을 쓰게 된 어머니가 ‘항상 단발머리만 고집해왔는데 긴 생머리(가발)도 잘 어울리지?’라고 웃으며 말씀하신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장 대위가 모발 기부 의사를 밝히자 다른 가족들도 힘을 보탰다. 아버지 장현용 상사, 동생 장민우 중사까지 ‘해군 가족’이 뭉친 것. 장 상사는 2함대에서, 장 중사는 정조대왕함에서 각각 근무 중이다.
이들은 아버지 근속 30주년, 두 남매의 대위·중사 진급, 그리고 어머니의 성공적인 암 수술을 기념하며 소아암 환우와 가족들을 돕기 위한 기부금 50만 원을 어머나 운동본부에 함께 전달했다.
장 대위는 “그날 어머니의 웃음이 너무 아름다워서 다른 환우들도 예쁜 웃음을 띠길 바라며 기부에 동참하게 됐다”며 “온 가족이 함께 따뜻한 사랑을 전하고, 국민과 동행하는 해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이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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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꾸준하게…헌혈 300회 달성
따끔한 주삿바늘을 수십 수백 번 꽂아가며 사랑을 실천해온 장병과 군무원들 사연이 감동을 전하고 있다.
육군종합정비창 장진수 군무사무관은 30년 동안 꾸준히 생명 나눔에 동참해 최근 헌혈 300회를 달성했다. 1993년 부대 헌혈버스에서 첫 헌혈을 시작한 장 군무사무관은 2002년 은장(30회)과 2004년 금장(50회)에 이어 2015년 명예장(100회), 2021년 명예대장(200회)까지 받았다.
혈액 수급난이 심각했던 코로나19 시기에도 꾸준히 헌혈하며 2021년에는 김해시장 표창, 2022년에는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그동안 모은 헌혈증은 친척, 직장동료 등 필요한 곳에 아낌없이 기증하고 있다. 장 군무사무관의 부인 김귀연 씨도 170여 회 헌혈을 실천했고, 2016년 명예장을 수상한 ‘헌혈 가족’이다.
장 군무사무관은 “헌혈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이며, 자발적인 동참에 의해서만 확보가 가능한 일”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헌혈에 참여하길 바라며, 본인과 가족들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헌혈과 희망풍차 후원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10년간 매달 2회…“건강한 사람의 특권”
두 번째 주인공은 지난 10여 년 동안 꾸준히 헌혈해 온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훈련영상담당 이강수 군무주무관이다. 그는 지난 7월 말 헌혈 200회를 달성했다. 이 군무주무관은 2015년 친형 권유로 헌혈을 시작해 주삿바늘을 꽂는 순간의 ‘1초의 찡그림’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매달 2번 정기적으로 헌혈하며 2017년 ROTC 후보생 4학년 때 금장, 2020년 육군 중위 시절 명예장을 달성했다.
그는 헌혈을 이어가기 위해 절주와 금연에 더해 꾸준한 달리기 등으로 체력을 관리해 왔다. 특히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로도 등록해 더 넓은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이 군무주무관은 “헌혈은 군무원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봉사이자, 건강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의무라고 여기며 남은 인생에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생명나눔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겠다”며 “먼 훗날 헌혈 정년까지 1000번을 실천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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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도 기쁘게 오가며 실천하는 ‘헌혈 듀오’
한 소대에 근무하며 각각 헌혈 100회를 달성한 ‘선행 듀오’도 화제다.
육군11기동사단 사자여단 충무대대 오정환 상사와 정진호 중사가 주인공이다.
오 상사와 정 중사는 박격포 소대에서 만난 것을 인연으로 주변에 헌혈의 장점을 알리고 주말마다 헌혈을 위해 장거리를 이동하곤 한다. 학창시절부터 헌혈을 시작한 두 사람은 지난 7월 28일 나란히 헌혈 100회를 달성해 대한적십자사 명예장을 받았다.
오 상사는 2020년부터 지역 봉사단체 ‘홍천軍사랑’ 회장을 맡아 연탄봉사활동 등을 이어오고 있는 봉사왕이다. 지난해 12월에는 홍천 관·군 가요제에서 수상한 상금 20만 원을 경로당에 기부하기도 했다. 정 중사 역시 궂은일에 솔선수범하는 모범 부대원으로 유명하다.
두 사람은 “나의 작은 실천이 어느덧 100번째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며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도 헌혈을 통해 주변에 대한 사랑을 계속 실천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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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받은 도움 헌혈증 기부로 보답
육군39보병사단 용호여단 예비군훈련대에 근무하는 홍준철 군무주무관도 헌혈을 100여 회 실천한 데 이어 헌혈증 전달로 소아암 환자들에게 힘을 보탰다.
그는 2001년 아버지가 사고를 당해 긴급 수혈을 받은 것을 계기로 헌혈을 시작했다. 2021년에는 헌혈 100회를 기록해 명예장을 받았다. 헌혈 100회 달성을 기념해 조혈모세포·장기 기증 희망자에도 이름을 올려 언제든 이식 수술을 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 2019년에는 원주 세브란스 병원에 헌혈증 30장을 기부했고, 주변의 전우와 이웃들에게도 여러 차례 헌혈증을 나눠왔다. 지난달에는 고향에 위치한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대구경북지사에 최근 모은 헌혈증 30장을 기부했다.
홍 군무주무관은 “헌혈증 전달식에 아내와 자녀 두 명이 함께 참석했는데 자녀들에게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이 거창한 게 아님을 가르쳐주고 싶었다”며 “작은 실천이 절실한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앞으로도 국민의 군대 일원으로서 생명 나눔 활동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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