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in 국방일보 - 1974년 10월 7일 자 1면
끝이 보이지 않던 더위가 물러가고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반가운 이때가 되면 병영은 어느새 겨울 준비를 해야 합니다.
난방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먹거리도 충분치 않았던 과거 병영에선 살을 에는 추위를 극복하는 게 여의치 않았을 것입니다. 50년 전인 1974년 10월 7일 자 국방일보 1면을 살펴보면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장병들의 병영생활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당시는 대한민국이 경제부흥의 꿈을 안고 ‘우리도 한 번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 아래 새마을운동을 전개하던 시기였습니다. ‘육군 8168부대 본부포대 새마을사업’의 제목으로 보도된 기사에서는 군이 국가수호 임무 외에 경제적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육군 8168부대 본부포대는 비닐하우스에서 각종 고등화초와 관상수 등을 재배하고 있다. 특히 장병들은 아카시아 씨앗 모으기 운동을 전개, 현재 한 가마니를 수집했는데 앞으로 한 가마니 수집은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아카시아 씨앗은 가마당 8만 원 정도로, 부대는 아카시아 씨앗 수집을 통해 15만 원의 수익을 올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당시 군은 겨우내 중요한 먹거리 중 하나인 김장 문제까지 신경 써야 했는데요.
기사에서는 “육군 8168부대 본부포대는 올해 봄 양배추를 400평에 심어 1만여 포기를 수확, 병사들이 급식하고도 10여만 원의 수익금을 올려 이 금액으로 생활관 환경정리 및 오락기구·앰프를 구입했다”며 “이에 힘입은 병사들은 월동용 김장을 위한 각종 채소를 심고 정성껏 관리 중”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러면서 “무와 배추를 각각 100평씩 재배 중인데, 병사들은 여기서 수확하는 김장용을 전담할 계획”이라며 “재배한 채소를 군 가족을 위한 김장용으로 전달하겠다는 마음가짐이야말로 군이 추구하는 군대가정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부대 장병들의 노력으로 재배된 김장용 채소 수확량은 500㎏에 달했는데요. 이는 장병 및 군 가족의 김장으로 공급됐습니다.
또한 혹독한 추위에 맞서 따뜻한 생활관을 유지하는 것도 장병들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했는데요. 당시는 별다른 난방시설을 갖추지 못해 구식 벽난로인 페치카로 겨울을 나던 시절이었습니다. 장병들은 피마자와 옥수수를 수확한 수익금을 활용해 페치카를 개량해 겨울나기를 준비했습니다.
이렇게 그 시절 장병들은 지금보다 열악한 병영환경에서도 눈물겨운 노력으로 전투력을 보전했습니다.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기사로 보도된 월동 준비는 기억마저 희미한 추억이 됐습니다. 하지만 반세기 전 어려운 여건에서도 전투력 보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장병들의 노력은 기억되길 바랍니다. 노성수 기자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