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정글에 가을이 내리면…센트럴파크서 카누 타고 브롱크스서 수제 맥주를

입력 2024. 10. 02   16:49
업데이트 2024. 10. 03   18:42
0 댓글

떠나볼까 미국여행 - ⑩ 10월의 뉴욕

걷기 좋은…
단풍 화려한 센트럴파크서 현지인처럼 유유자적
맨해튼 중심부 하이라인파크 걸어 첼시마켓까지

보기 좋은…
원 월드·엠파이어 스테이트·록펠러센터 전통 명소
색다른 전망 내세운 고층 빌딩서 다양한 풍광 경험

놀기 좋은…
브루클린선 덤보·윌리엄스버그·인더스트리시티
힙합 발상지 브롱크스, 식물원·비어홀 ‘뜨는 명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뉴욕 맨해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뉴욕 맨해튼.

 

맨해튼 한복판에 자리한 거대 녹지공원 센트럴파크.
맨해튼 한복판에 자리한 거대 녹지공원 센트럴파크.

 

브롱크스에 있는 비어홀 맥주. 뉴욕관광청 제공
브롱크스에 있는 비어홀 맥주. 뉴욕관광청 제공


뉴욕은 미국의 심장이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경제와 문화를 박동하게 하는 도시가 바로 뉴욕이다. 미국을 선망하는 사람은 곧 뉴욕을 선망한다. 번잡한 도시는 질색이더라도 뉴욕은 한 번쯤 가 보고 싶어 한다.

뉴욕은 가을이 여행하기 가장 좋다. 노랗게 물든 센트럴파크가 아름답고 이 동네 저 동네 넘나들며 두 발로 누비기 편한 계절이어서다. 뉴욕시는 5개 자치구(Borough)로 이뤄져 있다. 맨해튼, 브롱크스, 브루클린, 퀸스, 스태튼아일랜드. 우리에게 가장 낯익은 지역은 맨해튼이다. 한국인 대부분이 마천루 치솟은 맨해튼만 여행한다. 그러나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자치구도 들러 볼 만하다. 뉴욕을 후회 없이 여행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버려진 고가 철도에서 공원으로 거듭난 하이라인파크.
버려진 고가 철도에서 공원으로 거듭난 하이라인파크.


가을이어서 더 좋은 센트럴파크

뉴욕이 처음이라면 여행사의 1일 투어를 이용하는 게 좋다. 한 번쯤 들어본 관광명소를 손쉽게 찾아갈 수 있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도시의 감을 익힐 수 있어서다. 시티패스(Citypass)처럼 여러 관광지를 두루 입장할 수 있는 통합권을 구매해 개별여행을 즐겨도 된다. 여행사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세계에서 전광판 광고가 가장 비싼 타임스스퀘어도 둘러보고, 브로드웨이에서 ‘알라딘’이나 ‘라이온 킹’ 같은 뮤지컬도 봤다면 다음엔 뭘 할까?

일정 중간중간 공원에 들러 쉬고 별 목적 없이 걷는 시간도 가져 보길 권한다. 특히 단풍이 화려하게 채색한 가을의 센트럴파크는 꼭 가 봐야 한다. 100층이 넘는 고층 빌딩이 즐비한 맨해튼 한복판에 자리한 거대한 녹지공원이다. 자전거를 빌려 공원을 둘러보고 연못에서 카누를 타거나 현지인처럼 조깅을 즐겨 보는 것도 좋겠다. 그러면 1856년 공원 조성 당시 “지금 센트럴파크를 안 만든다면 100년 후 뉴욕에는 이 정도 면적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한 조경가의 말이 이해될 것이다. 센트럴파크 없는 뉴욕은 숨이 막힌다.

버려진 고가 철도에서 나무와 숲이 우거진 공원으로 거듭난 하이라인파크도 가 보자. 맨해튼 중심부에서 지상 7.5m 위 고가를 걷는 기분이 색다르다. 하이라인파크와 연결된 첼시마켓도 빼놓을 수 없다. 버려진 공장 건물을 활용한 활기 넘치는 시장이다.


록펠러센터에 있는 새로운 체험기구 ‘빔’. 뉴욕관광청 제공
록펠러센터에 있는 새로운 체험기구 ‘빔’. 뉴욕관광청 제공


뉴욕 마천루, 최고의 전망대는?

맨해튼은 어느 도시도 넘볼 수 없는 마천루의 본고장이다. 높이 300m가 넘는 건물만 18개에 달한다. 고층 건물마다 밤늦게까지 밝게 불을 켜 놓은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하늘을 수놓은 수백만 개의 별 같다. 저토록 많은 건물과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늦은 시간까지 치열하게 산다는 걸 생각하면 현기증이 나기도 한다.

맨해튼의 마천루는 멀리서 봐도 환상적이지만 직접 꼭대기 전망대에 올라서면 전혀 다른 풍광을 마주한다. 현재 미국 최고층(104층)이자 최고 높이(541m) 건물인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 1931년부터 40년간 세계 최고층 건물의 지위를 누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뉴욕의 랜드마크를 360도 전망으로 감상할 수 있는 록펠러센터가 대표적이다. 뉴욕을 처음 여행한다면 이 세 빌딩 중 하나를 방문하면 된다.

록펠러센터 전망대는 60~70층에 걸쳐 있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전망만큼은 압도적이다. 69층 전망대에는 ‘빔’이라는 체험기구도 있다. 1930년대 철골빔에 앉아 밥을 먹던 노동자들의 사진을 재현한 기구다. 전동장치로 움직이는 빔에 걸터앉아 재미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새로운 전망, 색다른 경험을 내세우며 도전장을 내민 신흥 고층 빌딩도 많다.

이를테면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과 연결된 서밋 원 밴더빌트는 93층에 예술·테크놀로지의 결합이 눈부신 전망대를 갖췄다. 온 사방이 투명한 유리로 이뤄진 몽환적인 장소부터 일본 예술가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 ‘클라우드’를 전시한 전망대, 헬륨가스를 채운 은색 풍선이 가득한 공간까지 어디를 가나 이채로운 풍광이 기다린다.

103층 높이의 건물 ‘30 허드슨 야드’도 급부상했다. 100층에 자리한 전망대 ‘에지’는 건물 밖으로 돌출돼 있어 고소공포증이 심한 사람은 오금이 저릿저릿하다. 이게 다가 아니다. 몸에 밧줄을 달고 건물 가장자리를 걷는 클라이밍 체험까지 할 수 있다.

벽화가 많아 ‘예술가의 성지’로 불리는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
벽화가 많아 ‘예술가의 성지’로 불리는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


젊고 발랄한 브루클린·브롱크스

맨해튼을 충분히 즐겼다면 다른 자치구로 건너가 보자. 먼저 가 볼 곳은 브루클린이다. 맨해튼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도 되고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킹콩’ 등에도 등장한 브루클린 브리지를 걸어서 건너도 된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현수교인 브루클린 브리지는 어스름할 무렵 건너는 게 좋다. 강 건너로 보이는 맨해튼의 야경이 눈부시다.

브루클린은 뉴욕 5개 자치구 중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그만큼 여러 인종이 거주하는 곳이다. 초고층 건물이 점령한 맨해튼이 자본주의의 첨병이라면 브루클린은 젊음과 예술의 전진기지라고 할 수 있다. 맨해튼 브리지와 브루클린 브리지 사이에 있는 지역인 ‘덤보’, 예술가의 성지로 불리는 ‘윌리엄스버그’ 등이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동네다.

브루클린 서쪽 해안에 위치한 인더스트리시티도 들러 봐야 한다. 과거 산업단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복합문화공간이다. 4만 평(약 13만2000㎡)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 16개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예술가의 작업실과 전시공간, 빈티지 상점, 레스토랑, 카페, 양조장 등이 입점해 있다. 겨울에는 야외 스케이트장이 설치되고, 여름에는 맥주축제가 열린다.

맨해튼 북쪽에 자리한 자치구, 브롱크스에도 매력적인 공간이 많다. 힙합의 발상지인 브롱크스는 위험한 동네라는 선입견이 강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치안이 아주 좋아진 덕에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인 양키스타디움, 식물원 등을 찾는 외국인도 많아졌다. 1891년 설립된 뉴욕 식물원은 센트럴파크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도심 속 자연이다. 30만 평(약 99만1700㎡)에 이르는 규모로, 열대우림부터 사막지대까지 여러 생태계를 재현한 온실도 갖췄다. ‘페기 록펠러 장미정원’은 250종이 넘는 장미로 꾸며져 있어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요즘 브롱크스에서는 재미난 맥줏집 ‘비어홀’이 화제다. 지역 출신 청년들이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수제 맥주를 만들고 티셔츠, 에코백, 어린이용 학용품 등 다양한 기념품을 제작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주말마다 현지인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음악·문화행사도 열리니 마음의 빗장을 풀고 찾아가 보는 것도 좋겠다.

필자 최승표는 중앙일보 레저팀 기자다. 국내외 여행 기사를 두루 쓰고 있다. 미국 15개 국립공원을 취재한 뒤 『미국 국립공원을 가다』(공저)를 펴냈다.
필자 최승표는 중앙일보 레저팀 기자다. 국내외 여행 기사를 두루 쓰고 있다. 미국 15개 국립공원을 취재한 뒤 『미국 국립공원을 가다』(공저)를 펴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