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사일 군비경쟁과 한반도 안보
중거리핵전력조약 폐기로 군비 경쟁
사거리 1000㎞ 넘는 미사일 배치 놓고
미·중·러, 인·태 이어 유럽서 대립각
러, 우크라전서 극초음속 미사일 사용
북은 전력화 추진 한반도에 위협될 듯
美 통합대공미사일방어 구축에 주력
2019년 8월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Treaty) 폐기를 계기로 전략 경쟁기 미사일 군비경쟁이 본격화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추진이 본격화하면서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됐다. 유럽 지역에서도 미국의 미사일 배치가 공식화되면서 러시아 역시 상응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극초음속 무기의 실전 배치 경쟁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한반도 안보 관점에서 이러한 글로벌 미사일 군비경쟁 양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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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 조약 폐기 이후 국면
1987년 12월 미국과 소련이 체결한 INF 조약은 사거리 500~1000㎞의 단거리와 1000~5500㎞의 중거리 지상 발사 탄도·순항 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다. 해당 사거리 미사일 발사대도 금지 대상으로 규정했다. 해상·공중 발사의 경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방어 가능성이 낮은 지상 발사 핵미사일을 금지함으로써 우발적 핵전쟁 위험을 줄이려는 목적이었다. INF 조약 체결을 계기로 유럽과 동아시아 일대에 배치됐던 양국의 중거리 핵무기가 차례로 철거되면서 냉전기 핵 군비경쟁을 종식하는 토대가 됐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러시아의 합의 위반 의혹을 제기하면서 양측 갈등이 표출됐다. 특히 러시아가 2017년 초 발트해 연안에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진 SSC-8 순항 미사일이 위반 사례로 거론됐다. 이에 러시아는 해당 미사일 배치를 시인하면서도 그 사거리가 INF 조약 금지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한 루마니아, 폴란드 등에서 미국이 배치 중인 미사일 방어 시스템 발사대가 양국 합의를 위반하는 2400㎞ 사거리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조약 위반을 주장했다. 이러한 이견 가운데 INF 조약은 2019년 8월 2일 미국의 공식 탈퇴로 폐기됐다.
미국은 중국이 참여하는 삼자 군비통제 조약 체결도 촉구했다. INF 조약 당사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 제약 없이 중거리 미사일 전력화를 추진해 온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에서였다. 중국의 역내 군사적 위협에 관한 신속 대응능력을 구축하는 측면에서도 INF 조약 탈퇴를 통한 정밀타격능력 구축 필요성이 강조됐다. 따라서 동 조약 폐기를 계기로 인·태 지역 동맹·우방국에 대한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일본이 국방전략 차원에서 반격능력 보유를 공식화하면서 국제사회는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이 일본에 배치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올해 4월 중거리 미사일 발사 장치의 인·태 지역 연내 배치 방침을 밝힌 데 이어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과 SM-6 요격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신형 발사장치를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일시 배치했다. 이는 INF 조약 탈퇴 이후 이 지역에 사실상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한 최초 사례로 평가됐다. 이에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이 일방적인 군사적 우위를 추구하기 위해 중거리 미사일을 중국의 집 문 앞에 전진 배치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히면서 미국의 이런 행동이 “지역 긴장 형세를 격화하고 오해·오판 위험을 늘렸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미·중 갈등에 이어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도 고조됐다. 미국의 INF 조약 탈퇴 이후 러시아는 동 조약에서 금지한 미사일 개발·배치를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 발사장치를 인·태 지역에 일시 배치하자 우려를 표하며 반발했다. 여기에 미국이 지난 7월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2026년부터 독일에 SM-6와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거리 미사일 생산·배치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면서 맞대응 방침을 밝혔다. 글로벌 미사일 경쟁에 따른 갈등 국면이 인·태 지역에 이어 유럽 지역에서도 본격화한 것이다.
극초음속 미사일 실전 배치 경쟁
이러한 글로벌 미사일 경쟁 맥락에서 특히 극초음속 미사일 분야 양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러시아의 실전 배치에 따른 미국 대응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9년 둥펑 17호를 실전 배치한 데 이어 둥펑 27의 실전 배치를 통해 인·태 역내 미군 기지를 겨냥한 타격 능력을 구축했다. 러시아 역시 극초음속 미사일 아방가르드를 실전에 배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사상 최초로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실전에 사용했다. 또한 2023년 1월 극초음속 미사일 지르콘의 모의발사 시험에 이어 같은 해 11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극초음속활공체(HGV)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사일로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2018 국방전략서(NDS)를 통해 극초음속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후 미국 대응도 본격화했다. 육군·해군 공용의 중거리 극초음속활공체 개발, 육군의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LRHW)’ 포대 실전 배치, 그리고 ‘재래식 신속 타격(CPS)’ 체계의 해군 구축함 탑재 등이 대표적 사례다. 공군 ‘공중 발사 신속대응 무기(ARRW)’의 연구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미사일 방어 차원에서는 탄도 미사일 대응과 함께 순항 미사일과 극초음속 체계 및 무인기(UAV) 위협까지 포괄적으로 대응하는 통합대공미사일방어(IAMD) 능력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한반도 안보에의 시사점
INF 조약 탈퇴 이후 인·태 지역 내 미국의 미사일 발사 배치 전망과 관련, 2020년 2월 공개된 미 의회예산국(CBO) 보고서가 주목받았다. 역내 정밀타격체계 구축을 위한 미사일 배치 후보지로 한국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동 보고서는 한국을 비롯한 인·태 지역 전략적 거점에서의 미사일 배치를 통해 중국 해군의 역내 해양 거점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대지 미사일인 JASSM-ER을 지상 발사용으로 개량해 획득한 다음 한국에 배치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이를 통해 중국 북부 대부분 지역 견제가 가능할 것으로 평가했다.
인·태 지역 내 정밀타격능력 구축을 위한 미 육군의 추진 동향 역시 주목받았다. 주한미군의 화력 강화 차원에서 전술 지대지 미사일 시스템인 사거리 300㎞의 ATACMS를 사거리 500㎞ 이상 신형 전술 미사일인 ‘정밀타격 미사일(PrSM)’로 교체하는 방안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안이 실제로 추진되면 중국과의 갈등 초래가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무엇보다 글로벌 미사일 군비경쟁을 배경으로 본격화한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전력화가 우리에게 직접적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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