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발도, 헛되지 않게… 단 한 발도, 흔들림 없이

입력 2024. 09. 13   17:05
업데이트 2024. 09. 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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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원킬’ 국제 저격수 경연대회 본선 현장을 가다

빗물이 앞을 가리고… 진창이 발을 잡아도…
한국·미국·몽골·인니·우즈베키스탄 등 참가

최정예 전투기술 공유하고 교류 네트워크 확대
적과 조우 상황부터 목표지점 은밀 침투까지
우거진 풀숲 뚫고 날카로운 사격 ‘소름 쫙’
대회 전 분야 휩쓸어… 우리 군 탁월함 입증 

저격수 한 명은 1개 중대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군에선 특등사수 중에서 혹독한 훈련을 거쳐 엄선된 극소수의 정예가 저격수가 된다. 영화 속 멋있는 저격수가 얼마나 극한의 훈련을 받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임무를 수행하는지 알 수 있는 현장이었다. 놀라움과 경의의 연속이었다. 우리 군 최초로 개최된 ‘제1회 국방부 장관배 국제 저격수 경연대회(K-ISC)’에서 우리 장병들이 메달을 휩쓸며 저력을 과시했다. 레전드 분야에서는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팀이, 스페셜리스트 분야는 해병대 팀이, 워리어 분야는 1군단 팀이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 각 분야 은·동메달도 우리 군이 싹쓸이했다. 지난 12일 막바지를 향해 가는 대회 현장을 다녀왔다. 글=조수연/사진=김병문 기자

 

지난 12일 경기도 광주시 육군특수전학교에서 열린 ‘제1회 국방부 장관배 국제 저격수 경연대회’에 참가한 우리 육군 저격팀이 저격수용 위장복인 길리슈트를 입고 표적을 겨누고 있다.
지난 12일 경기도 광주시 육군특수전학교에서 열린 ‘제1회 국방부 장관배 국제 저격수 경연대회’에 참가한 우리 육군 저격팀이 저격수용 위장복인 길리슈트를 입고 표적을 겨누고 있다.

 


극한 스트레스 속 백발백중

온종일 흐리고 비가 내린 지난 12일 경기도 광주시 육군특수전학교. ‘제1회 국방부 장관배 국제 저격수 경연대회(K-ISC)’ 본선이 열리는 날이었다.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대회에는 미국·몽골·인도네시아·우즈베키스탄·캄보디아 등에서 내로라하는 저격수들이 모였다.

나흘째 휴식 없이 경연을 이어온 터라 참가자들은 수면 부족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었다. 며칠째 이어진 초가을 폭염과 줄기차게 내리는 비까지 한술 더 떴다. 그러나 저격수의 모토는 ‘어떤 상황서도 백발백중’. 참가자들의 눈빛은 단 한 발의 총알도 허비하지 않겠다는 결의로 빛났다.

대회에는 정찰·공격 드론과 베테랑 특전대원들이 대항군으로 투입돼 실전과 같은 긴박감 속에서 경연이 이뤄졌다.

첫 종목은 스트레스 상황 사격. ‘침투 중 대항군과 조우했으니, 신속하게 차후 사격진지를 점령하고 800m 떨어진 핵심표적을 타격하라’는 임무가 부여됐다.

저격수·관측수 2인 1조로 편성된 팀에 저격수가 부상을 입은 상황. 관측수는 전투복이 비에 젖어 무거워진 저격수를 안전한 곳으로 끌어 옮긴 뒤 전투부상자처치(TCCC)를 했다. 이어 홀로 저격타워 꼭대기에 뛰어 올라가 원거리 표적에 총알을 꽂아 넣었다.

두 번째는 저격수가 남의 눈에 노출되지 않은 채로 특정 지점까지 은밀하게 침투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스토킹’ 종목. 80분의 제한시간 내에 목표지점까지 이동해 표적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참가자들은 아침부터 내린 비로 펄밭이 된 대회장을 소리 없이 가로질러 야산으로 사라졌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우거진 풀숲 사이로 고요히 숨어 다니는 저격수들의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표적이 사람이라면 누군가 자신을 겨누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 굵은 빗줄기 속에서 소리 없이 목표물을 ‘원샷원킬’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저격수들은 사격 전 준비단계가 가장 힘들다고 얘기했다. 길리슈트를 입고 무더위나 폭우 등 궂은 날씨 속에서 오랜 시간 대기하며 표적을 쫓는 것은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이번 대회 유일한 여군 저격수로 참가 중인 강상아(중사) 육군22보병사단 저격조장은 “대회를 통해 최정예 저격수가 갖추어야 할 원거리 사격 능력과 정밀 사격술을 다질 수 있었다”며 “세계 최고의 저격수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상황 사격 종목에 참가한 관측수가 적 공격으로 다친 저격수를 응급처치하고 있다.
스트레스 상황 사격 종목에 참가한 관측수가 적 공격으로 다친 저격수를 응급처치하고 있다.

 

저격타워에서 목표물을 조준하는 미군 저격수.
저격타워에서 목표물을 조준하는 미군 저격수.

 

저격수·관측수가 수풀 사이를 기동하고 있다.
저격수·관측수가 수풀 사이를 기동하고 있다.

 


타국 국제대회 벤치마킹… 공정한 평가 초점 


앞서 특수전학교에서 진행된 레전드·스페셜리스트 분야는 장거리(800~1000m) 임의표적을 타격하는 △건물 내·외부 이동표적 사격 △장애물 자세변환 사격 등과 그 이하 거리 표적을 제압하는 △주야간 정밀사격 △헬기 모형 항공사격 등으로 나눠 실시됐다. 저격수의 근거리(10~50m) 전투 능력 확인을 위한 ‘권총·소총 정밀사격’과 순발력을 측정하는 ‘권총·소총 속사사격’ 평가도 함께 이뤄졌다.

분대급 저격수 병사들이 참가한 워리어 분야 경기는 비호여단에서 이뤄졌다. 워리어 분야는 분대급 저격수들의 편제와 특성을 고려해 K2C1 소총에 조준경 등을 결합한 상태로 경기가 진행됐다. 평가는 K2C1 최대 유효사거리인 600m 거리의 표적을 맞히는 주야간 정밀사격과 함께 순발력을 보는 임의표적 사격 등으로 구성됐다.

육군은 이번 대회에 육·해·공군, 해병대 등 우리 군뿐만 아니라 해양경찰과 외국군이 참가한 만큼 ‘공정한 평가’에 최우선으로 초점을 맞췄다. 다른 국제 저격수 경연대회를 벤치마킹해 대회 진행 및 평가방식을 구성했다. 이에 따라 평가관들은 △난이도 △표적 제압률 △제한 시간 △전투기술 등으로 세세하게 구분해 점수를 부여했다.

육군은 앞으로 대회를 발전시켜 세계 각국의 최정예 저격 능력과 전투기술을 공유하고 군사 교류 네트워크를 증진해 우리 군의 전천후 특수작전 수행 역량을 키우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곽종근(맨 오른쪽) 특수전사령관과 분야별 1위 선수들. 육군 제공
곽종근(맨 오른쪽) 특수전사령관과 분야별 1위 선수들. 육군 제공

 

외국군 참가 팀에게 우정패를 전달한 곽 사령관(가운데). 육군 제공
외국군 참가 팀에게 우정패를 전달한 곽 사령관(가운데). 육군 제공



우리 군 호성적 의미 더해 

첫 국제 저격수 대회였던 이번 경연에서 우리 장병들이 호성적을 내면서 의미를 더했다.

육군은 대회 마지막 날인 13일, 곽종근(중장) 특수전사령관 주관으로 폐회식을 진행하며 각 분야 우수 성적 팀에 메달과 상패를 수여했다. 외국군 참가 팀 전원에게는 우정패가 주어졌다.

경연대회 결과 △레전드 분야는 1위에 특전사 박찬하 상사·이태양 중사 팀, 2위에 1군단 장제욱 중사·이동석 중사 팀, 3위에 특전사 박영준 상사·주성현 중사 팀이 선정됐다. △스페셜리스트 분야는 1위에 해병대 신동성 중사·김창대 하사 팀, 2위에 1군단 조성원 중사·이주명 중사 팀, 3위에 육군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이재청 상사·김경래 중사 팀이 자리했다. 마지막 △워리어 분야는 1위에 1군단 강현규 상병, 2위에 3군단 김지훈 일병, 3위에 수방사 윤신혁 병장이 선발됐다.

레전드 분야에서 우승한 특전사 박찬하 상사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대회인 만큼 국가대표라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대회에 참가했다”며 “앞으로도 적을 압도하는 능력·태세·의지가 충만한 세계 최고의 스나이퍼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랍까 수렌(중사) 몽골 특수전사령부 저격수는 “몽골을 대표해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되어 영광이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갈고닦은 사격기술을 몽골 군인들에게 전수하고, 실력을 더욱 키워서 내년 대회에도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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