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만남] 탈북 방송인 한서희 씨

입력 2024. 09. 11   16:11
업데이트 2024. 09. 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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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북 바로 알리고 내일도, 통일 생각하며 날마다, 소통을 합니다

긴박했던 탈북 과정·서울 정착기 등 담아 

탈북민·통일 인식 변화 위해 ‘소통’ 결심
통일·안보강사, 유튜버 등으로 활동 매진
부정적 어감 ‘탈북자’ 세심한 고민 필요

북에서는 한국 군인을 ‘겁쟁이’라 교육
실제 만난 장병들 나라 위해 성실히 복무

 

 

날마다, 남한살이/ 한서희 지음/ 싱긋 펴냄
날마다, 남한살이/ 한서희 지음/ 싱긋 펴냄



“아직도 ‘북한’이라 하면 ‘핵, 김정은, 가난한 나라’ 이렇게만 떠올리시나요? 그래서 저는 여전히 북한을 바로 알리고 싶고, 통일을 생각하고, 통일 그 이후를 고민하며 살아갑니다. 서로에 대해 바로 아는 것에서 소통이 시작된다고 믿으니까요.”

『날마다, 남한살이』는 탈북 방송인 한서희가 쓴 책이다. 이 책에는 북한과 한국에서 각각 인생의 절반을 보낸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 긴박하고도 지난했던 탈북 과정, 부모님과 함께 서울 생활에 적응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가정을 꾸리고 방송인으로, 워킹맘으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낀 점과 통일 이후를 생각하고 걱정하는 마음도 책 속에 담았다.

저자는 2007년 한국에 왔다. 먼저 탈북한 오빠의 뒤를 따라 온 가족이 목숨을 걸고 도망쳤다. 북한에서 중국, 몽골을 거쳐 6개월 만에 자유의 땅 한국에 올 수 있었다.

“탈북한 가족은 오빠가 처음이 아니었다. 이모들과 외할머니가 먼저 한국으로 떠났다. 남은 가족이 이전처럼 살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탈북을 결심했다. 집을 떠나면서부터가 전쟁이었다. 중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경경비대를 통과해야 했고, 맨몸으로 두만강을 건너야 했다. 중국에 도착해서도 끝이 아니었다. 누가 신고할지 모르니 화장실도 밤에만 몰래 다녀올 정도로 꼭꼭 숨어 있었다. 몽골로 갈 때는 중국 변방대가 우리를 발견하고 추격했다. 타고 있던 승합차가 뒤집힐 뻔한 위기를 넘기며 겨우 몽골 국경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국경에는 높이 2m의 철조망이 있었다. 철조망을 넘느라 옷이 찢어지고 온몸이 다 긁혔다. 그 뒤에는 사막을 걷고 또 걸었다. 겨우 몽골 군인들이 있는 곳에 다다르긴 했지만 한국으로 오기까지 3개월간 나라 없는 서러움을 겪어야 했다.”

그렇게 한국에 정착했지만 서울은 이방인들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말이 통하니 ‘어떻게든 적응해 살겠지’라고 생각했다. 자유를 찾아 목숨 걸고 도망쳤는데, 말투가 이상하다며 경계하고 북한에서 온 사람은 무섭다고 거리를 뒀다. 북한 사람들은 못 배웠을 거라고 무시하는 시선에 상처받기 일쑤였다. 분단이라는 세월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그래서 저자는 탈북민(북한이탈주민)과 통일에 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소통하기’를 결심했다. 대표적인 탈북민 예능 프로그램인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첫 회에 출연해 ‘북한의 김태희’ ‘성악하는 탈북민’이라는 타이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통일·안보강사와 유튜버 등으로 활동하면서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탈북민에 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다.

“정착 초기만 해도 방송 섭외 요청을 다 거절했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정착할 탈북민을 위해서라도 누구든 나서야 했다. 왜 목숨을 걸면서까지 북한을 떠날 수밖에 없는지, 그곳의 실상이 어떤지 세상에 알려야 했다.”

저자는 책 속에 한 가지 당부도 실었다.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대부분 ‘탈북자’라고 부른다. 사실 탈북자는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을 말한다. 게다가 ‘탈(脫)’은 탈영병처럼 부정적 용어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혼자일 때는 그냥 감안하고 지냈으나 아이들이 나고 자라면서 혹여나 상처받진 않을까 신경이 많이 쓰인다. ‘실향민’이란 용어도 있으니 북한에 고향을 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북향민’이라고 부르는 건 어떨까. 저 또한 이 책에 탈북민이라고 썼지만, 용어에 대한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

국군 장병들을 위한 메시지도 전했다.

“북한에서는 한국 군인들을 겁쟁이에 비겁하다고 교육한다. 남한 군인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다 도망갈 거라고 생각했다. 2011년부터 안보교육을 위해 만난 한국 장병들은 겁쟁이가 아니었다. 나라를 위해 젊음을 아낌없이 바치면서 너무나 성실하게 군 생활을 하고 있었다. 북한의 군인들은 먹지 못해 총대가 끌릴 정도로 작고 왜소하다. 강제노동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군 복무를 하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지 꼭 느꼈으면 좋겠다. 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자유와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꼭 알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가볍고 유쾌하게 썼다.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니 남북한이 어떻게 다른지, 우리가 통일을 위해 대비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글=송시연/사진=김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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