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병과 여군 개방 10년
2014년, 우리 군은 의미 있는 변화를 맞이했다. 육·해·공군 모든 병과가 여군 장교에게 개방된 것이다. 특히 육군의 경우 장교와 부사관을 아우른 전 병과에서 금녀(禁女)의 벽이 사라졌다. 당시 국방부는 “국방 전 분야에서 여성 인력의 역량 발휘가 증대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전 병과 여군 개방 이후 10년이 지난 2024년, 장교·부사관을 막론하고 여군 진출 분야는 다양해졌고, 그 비율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우리 군 장교·부사관 중 여군 비율은 10.8%(1만9200여 명)까지 올라 창군 이래 처음으로 10%대를 넘어섰다. 특히 여군 장교 비율은 전체 대비 12.6%(7600여 명)를 기록했다. 국방부는 2027년까지 우리 군 장교·부사관 중 여군 비율을 15.3%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여군이 비무장지대(DMZ)에서 팀장으로 대원들을 이끌고, 전방사단 보병여단장으로 부대를 통솔하며, 공간 제약이 많은 잠수함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정책적인 여군 복무여건 보장·개선 노력 속에 이 같은 변화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제 ‘여군 최초’라는 상징적인 표현은 점차 사라져 갈 것으로 보인다. 최한영 기자/사진=국방일보 DB
열었다
2014년 모든 병과 개방부터 여군 활약 급물살
GOP·전투기·잠수함 등 적재적소서 능력 발휘
GOP 중·소대장, 해안감시기동대대장에도 보직
“여군 최초 포병장교로 주변의 관심이 높은 만큼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 포병의 다양한 직책을 수행하면서 포병 전문가로 성장하겠다.” 2014년 9월 17일 육군6보병사단 포병연대가 강원도 철원군 훈련장에서 전개한 105㎜ 견인포 사격훈련에 참가한 홍지혜 소위의 소감이다.
이날 홍 소위의 훈련 참가는 육·해·공군이 모든 병과를 여군 장교에게 개방한 직후였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국방부는 2014년부터 군종병과와 육군의 포병·기갑·방공 병과를 여군에게 개방했다. 육군 기준 전 병과가 여군에게 개방된 것은 1989년 여군 병과가 해체되고, 이듬해 모든 여군이 각 병과로 전환된 후 24년 만이었다.
육군은 2014년 6월 말 홍 소위를 포함해 신임 여군 장교 8명(포병 6명·방공 2명)을 최초로 야전에 배치했다. 비슷한 시점에 타 병과에 있던 여군 장교 3명이 포병으로 전과하기도 했다. 그해 6월 27일에는 신민기 육군중위(법사)가 군 최초 여군 군종장교로 임관했다.
기갑병과는 ‘근무환경을 고려해 타 병과에 여군 장교를 우선 보직해 시험 운영한 후 초임장교 배치를 결정한다’는 방침에 따라 추가 준비기간을 거쳤다. 마침내 2018년 3월 박승리·윤채은 소위가 임관하며 ‘전 병과 여군 장교 보직’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 과정에서 육군은 2018년 여군 배치 제한 부대·직위를 완전히 폐지해 일반전초(GOP)나 해·강안 경계부대 등에서도 여군이 근무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GOP 중·소대장, 해안감시기동대대장에도 여군이 보직됐다.
해·공군도 군종 병과 개방에 따라 2014년부터 모든 병과에서 여성 장교들이 활약하고 있다. 그때까지 여군에게 포병·기갑병과 문을 열지 않았던 해병대도 정원 규모와 근무여건 검토를 거쳐 2018년 모든 병과를 개방했다.
|
|
|
|
2014년 이후에도 여군 배치 범위 지속 확대
여군 배치 범위는 갈수록 넓어지는 추세다. 2018년 12월 권성이 중령이 여군 최초 전방사단인 육군28보병사단 보병대대장에 취임했다. 그때까지 신병교육대대장이나 전투지원부대 지휘관을 맡은 사례는 있었지만, 전방사단 보병대대장에 여군이 보직된 것은 권 중령이 처음이었다. 육군사관학교가 2002년 배출한 첫 여군 장교 20명 중 한 명이기도 했던 권 중령은 취임 직후 “할 때는 확실히 하고 쉴 때는 확실히 쉬는, 전투력이 유지된 가운데 자유롭게 소통하는 활기찬 대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2019년에는 육군항공작전사령관(현 육군항공사령관·강선영 소장), 공군 비행대대장(박지연·장세진·편보라 중령), 해안경계부대 중대장(정희경 대위)에 처음으로 여군이 보직됐다. 최근 들어서는 여군 최초 해군 초계함장, 공군 특수탐색구조대대장, 해군 잠수함 승조원 등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여군 확대에 걸림돌이 된 행정적인 제약도 사라지고 있다. 기존에는 국방 인사관리 훈령에 여군 배치 제한부대·직위가 있었지만 2018년을 기점으로 모두 삭제됐다. 훈령은 “군인의 보직은 성별에 따른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지휘관(자) 및 특정 직위는 남·여 공통된 자격 기준을 마련해 성별에 따른 구분 없이 자격을 갖춘 사람을 보직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방부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여군 인력이 적재적소에 보직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했다
비율 상승·출산율 저하…여군 확대는 ‘필연’
“우수한 인력 확보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10년 전 육·해·공군이 여군 장교에게 모든 병과를 개방한 것은 변화하는 시대상과 맞물린 측면이 컸다. 가장 큰 요인은 군 내 여군 비율 상승이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전체 장교·부사관 중 2%에 불과했던 여군 비율은 2013년 5%에 근접했다. 여군 배출 창구가 다양해진 데 따른 결과였다. 1997년 공군사관학교를 시작으로 1998년 육군사관학교, 1999년 해군사관학교가 여생도를 받아들였다. 2001년에는 해·공군에서 여군 학사장교가 임관했다. 2010년에는 여성 학군사관후보생 선발도 시작했다. 우리 군 내 여군 인력이 풍부해지며 활용 방법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또 다른 이유는 2024년 현재 국가 중요 현안으로까지 올라간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이다. 대한민국 합계 출산율은 이미 1983년 2.08명을 기록하며 대체출산율(인구가 감소하지 않고 현 수준이 유지되는 출산율)인 2.1명 이하로 떨어졌다. 2001년부터 1.30명 이하로 초저출산사회에 진입했다. 출산율 저하는 자연스럽게 병역자원 감소로 이어졌다. 이를 예측한 군 당국이 인력 확보 방안 중 하나로 ‘육·해·공군 전 병과 여군 장교 개방’을 들고 나왔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일부 사단의 신병교육대대 임무가 해제될 만큼 병력자원 부족 문제는 심화하고 있다. 학자들 사이에서 현 출산율 추세라면 2040년께는 20세 남자 인구가 14만 명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예측이 현실화할 경우 현재 병력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군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육군은 올해 4월 ‘미래 육군 여군 인력 활용성 제고 방안’ 연구에서 병과별 여군 비율 확대 목표를 추산하고 달성 방안을 모색했다. 연구에 참여한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여군 확대를 비어 있는 남군 자리를 채운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며 “변화하는 전쟁 수행 방식에 멀티태스킹(다중작업)이 능숙하고 인지능력이 뛰어난 여성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과 과거 남성이 주로 차지하던 직업군으로의 진출 확대도 여성 인력이 군으로 진입하는 바탕이 됐다. 최 교수는 “여군 복무 확대는 우수한 여성 인력을 군이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해외 사례를 봐도 여군 확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미국은 1974년 직접전투 직위를 제외한 모든 병과를 여군에 개방했다. 2013년에는 여군의 지상 전투금지가 해제됐고, 2016년에는 모든 병과·직책이 여군에 문을 열었다.
넓혔다
일·가정 양립 지원 등 복무여건 개선 노력 지속
임신·육아 지원제도 등 가족친화적 군 문화 조성
여군 비율 상승과 진출 분야 확대 속에 국방부는 여군들이 마음 놓고 근무할 수 있도록 복무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가정 양립 지원이 대표적이다.
국방부가 지난 6월 개정 발간한 『군 가족 행복 길라잡이(안내서)』는 임신, 출산, 육아 생애주기별 지원제도를 소개하고 있다. 제도 이용을 고민하거나 이용 중인 간부들이 질의한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해 더욱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안내서에 따르면 난임시술을 받는 여성 군인·군무원은 휴가와 당직근무 면제를 받을 수 있다. 임신 중에는 검진을 위해 10일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으며, 회당 10만 원의 진료비도 받을 수 있다. 본인 희망 시 분만 가능 산부인과 인근 지역으로 보직 조정도 가능하며 유해·위험 가능 직위로 보직도 제한된다. 임신·출산 등으로 지휘관(자) 직위를 이수하지 못한 경우 경력관리상 불이익도 없도록 했다. 지휘관(자) 재임 중 임신해 출산·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복직 시 동일 보직으로 재보직도 가능하다.
출산 전후로는 90일(한 번에 둘 이상 자녀 임신 시 120일)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군인공제회는 첫째 20만 원부터 넷째 이상 자녀 100만 원까지 출산축하금을 지급한다. 출산휴가·육아휴직자 업무를 대행하는 경우 결원 보충이 늦어져 대행자가 필요하다면 대행자에게 최대 월 20만 원의 업무대행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
육아 지원제도도 마련하고 있다.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군인·군무원은 36개월 범위에서 1일 2시간 육아시간, 자녀당 최대 3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3자녀 이상 여성에게는 마지막 자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당직근무를 면제한다. 12세 이하(초등학교 6학년 이하) 자녀, 신체·정신적 장애가 있는 19세 이하 자녀를 둔 군인·군무원은 육아를 위한 출·퇴근시간 조정(탄력근무)도 가능하다.
어린이집·유치원·학교의 휴원·휴교나 자녀 병원진료가 필요할 때를 위한 자녀돌봄휴가, 배우자·자녀 수에 따른 가족수당, 자녀 군 병원 진료비 감면·면제 제도도 이용할 수 있다. 안내서에는 전국 군 어린이집 159곳과 공동육아나눔터 45곳의 위치·연락처 등도 포함했다.
국방부는 “안내서가 가족친화적 군 문화 조성의 마중물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며 “행복한 군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