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S연습] 시간을 다스려라, 7번 국도 유실됐다…육·해·공 입체적 ‘군수 지원’

입력 2024. 08. 28   17:17
업데이트 2024. 08. 28   17:31
0 댓글

육군본부 주도 9개 부대 투입
육·해·공 합동수송훈련

국방부 깃발에는 육군을 의미하는 별, 해군을 나타내는 닻, 공군을 보여주는 날개가 한데 모인 상징물이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일분 일초가 급박하게 상황이 바뀌는 전시에는 모든 군이 각각 육지와 바다, 하늘에서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2024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기간에도 삼군(三軍)이 실전 같은 훈련으로 호흡을 맞추면서 전투준비태세를 갖추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육·해·공 전력이 함께한 합동수송훈련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한다. 글=배지열/사진=김병문 기자

 

28일 강원도 속초시 속초비행장에서 진행된 2024 을지 자유의 방패/타이거 육·해·공 합동수송훈련에서 수송용 드론이 화물을 옮기고 있다.
28일 강원도 속초시 속초비행장에서 진행된 2024 을지 자유의 방패/타이거 육·해·공 합동수송훈련에서 수송용 드론이 화물을 옮기고 있다.

 

 

육·해·공 힘 합쳐 극복

지형 특성상 대한민국의 등줄기라고 할 수 있는 태백산맥과 동해안, 그리고 이를 따라 이어지는 7번 국도는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우리 군에서 한시도 감시의 눈을 떼지 않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 7번 국도가 적의 공격으로 유실됐다. 당장 최전방 부대에 필요한 탄약과 장비, 식료품 등 군수지원의 길이 막힌 상황. 27일 막을 올린 2024 UFS/TIGER 육·해·공 합동수송훈련은 이런 상황에 직면한 삼군(三軍)이 힘을 합쳐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 필요한 절차를 숙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요 물자와 장비가 모여 있는 부산과 경남 진해로부터 육로·해상·항공까지 모든 방안을 활용해 최전방 전투부대까지 문제없이 군수지원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훈련의 목표입니다.” 심재영(대령) 육군본부 군수참모부 수송물류과장의 설명이다.

우선 육군종합정비창과 보급창에서 전방부대에 필요한 물자를 진해항과 김해공항으로 옮겼다. 해군군수사령부의 지휘를 받는 민간 선박은 힘찬 기적을 울리며 출항했다. 다음 날인 28일 강원도의 한 항구에 도착한 배를 맞이하기 위해 수송차량이 몰려들었다. 비슷한 시각, 공군의 CN-235 수송기 역시 힘찬 엔진음을 내면서 김해공항에서 기체를 공중으로 띄웠다. 수송기가 도착한 곳은 강원도 속초시에 있는 속초비행장. 뜨겁게 달궈진 활주로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맹렬한 프로펠러 소리와 함께 기체가 부드럽게 착륙했다. 신속한 하역 및 운송 작업을 위해 각종 첨단 장비와 작업 준비를 마친 장병들이 현장에 투입됐다.


공군 CN-235 수송기로 받은 물자를 장병들이 육군 수리온 헬기에 옮겨 싣고 있다.
공군 CN-235 수송기로 받은 물자를 장병들이 육군 수리온 헬기에 옮겨 싣고 있다.

 

장병의 수신호에 따라 육군 팰릿 기반 자주 적하화 체계(PLS) 트럭에 지게차로 물자를 싣는 모습.
장병의 수신호에 따라 육군 팰릿 기반 자주 적하화 체계(PLS) 트럭에 지게차로 물자를 싣는 모습.

 

PLS 트럭·HET·수송용 드론으로 효율 UP

물품을 정리하고 옮기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군에서도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커다란 트럭. 이름은 팰릿 기반 자주 적하화 체계(PLS·Palletized Load System) 트럭이다. PLS는 운송차량에 컨테이너를 결합·분리함으로써, 다종·다양한 장비와 대량의 보급품을 최단 시간 내에 수송할 수 있게 만든 체계다.

기존 15톤 상용트럭에 컨테이너 핸들링 유닛(CHU·Container Handling Unit)을 달아 인력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컨테이너를 순식간에 실을 수 있다. 화물을 적재하는 데만 1시간 가까이 걸리던 과거와 비교해 PLS 트럭은 5분이면 모든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고 한다.

‘윙~’ 하는 기계음과 함께 시작된 적재 작업. CHU와 연결된 컨테이너 앞부분이 공중으로 들리는가 싶더니, 차가 후진하면서 차체 후미에 있는 받침대에 컨테이너를 올렸다. 이어서 CHU가 컨테이너를 끌어당기면서 안정적으로 차 위에 화물이 안착했다. PLS 트럭에는 최대 1만5000㎏을 적재할 수 있다.

또 다른 형태의 PLS는 ‘플랫랙’으로 불리는 화물 운반대를 활용한다. 윙바디 트럭에 실려 있던 물자와 대형 타이어 등이 지게차를 통해 플랫랙 위로 옮겨졌다. 조심스러운 이송 작업 끝에 모든 화물이 플랫랙 위에 올려지자, 장병들이 달려들어 결박하기 시작했다. 플랫랙을 집게(훅)에 매달아 차량 위로 올리면서 모든 작업이 마무리됐다.

현재 PLS 트럭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 활용하고 있는 곳은 미군이다. 미군 내에서도 PLS 트럭은 대규모 수송·보급을 가능하게 하는 중심축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육군도 올해 PLS 트럭을 3대 도입해 전력화하면서 군수지원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있다.

전차나 장갑차 등 대형 장비를 수송하는 데 활용하는 중장비 수송차량(HET·Heavy Equipment Transporter)도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은 장병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신속한 수송 작업이 가능하도록 돕는 수송용 드론이 화려하게 장식했다. 장병들이 직접 옮겨 수송용 상자에 담은 물자는 드론에 매달려 순식간에 공중으로 사라졌다.

현재 LIG 넥스원에서 개발 중인 수송용 멀티콥터형 드론은 최대 약 40㎏ 무게의 물자를 싣고 최장 1시간 넘게 비행할 수 있다. 육군에서도 기동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수송 드론의 전력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군11전투비행단 EOD 요원이 폭발물 의심물체를 안전조치하고 있다. 사진 제공=임동경 병장
공군11전투비행단 EOD 요원이 폭발물 의심물체를 안전조치하고 있다. 사진 제공=임동경 병장

 

공군11전투비행단 
민·관·군·경 대테러 종합훈련

지난해 여객 300여만 명이 이용한 대구국제공항에 발생한 폭발물 테러를 대응하기 위해 지역 민·관·군·경이 대테러 훈련을 벌였다. 특히 훈련에선 ‘신규 군 스마트폰 활용 체계’가 운용돼 효과를 높였다. 이 체계를 통해 훈련 상황이 국방망으로 실시간 공유돼 신속·정확한 상황보고, 결심·판단이 이뤄질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군11전투비행단(11전비)은 28일 대구국제공항에서 육군50보병사단 팔공산여단과 2작전사령부 19화생방대대, 대구동부경찰서, 대구국제공항 특수경비 등과 함께 ‘민·관·군·경 대테러 종합훈련’을 했다.

훈련은 복합 테러 상황에서 민·관·군·경 합동작전 지원체계 점검, 현장지휘권 인계 절차 숙달 등을 위해 마련됐다. 특히 민·관·군·경은 폭발물 처리용 전파교란장비 운영 지침을 익히고 신규 군 스마트폰 활용체계 운용·현장 가시화 능력을 검증하는 데 중점을 두고 훈련했다.

먼저 대구국제공항 상황실에 테러 예고 전화가 접수되는 훈련 상황으로 시작됐다. 11전비는 공항 청사 내부 합동 순찰 요청에 따라 합동순찰전력을 출동시켰다. 합동순찰전력은 11전비 군사경찰 특수임무소대·폭발물처리반(EOD)·화생방신속대응팀(CRRT)과 공항 특수경비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순찰을 통해 공항 청사 내 폭발물 의심물체를 발견했다. 그러자 공항 직원들은 빠르게 이용객들을 실외로 대피시키고 통제선을 구축했다. 이어 팔공산여단과 대구동부경찰서 대원들이 합동 차단선을 설치, 인원 접근을 통제했다. 11전비 특수임무소대와 경찰특공대는 청사를 지키며 안전을 확보했다. EOD·CRRT·화생방특수임무대(CRST)는 청사 내부로 진입해 폭발물 의심물체에 대한 초기정찰에 나섰다. 이 결과 폭발물에 생물작용제 추정 물질이 탑재된 사실을 파악했다. 곧바로 합동전력은 장비를 활용해 주변 전파를 교란하여 폭발물의 무선 폭파 가능성을 차단했다.

김석민(대령) 11전비 기지방호전대장은 “대구기지는 항공작전 핵심인 11전비와 이용객이 많은 대구국제공항이 함께 있어 적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민·관·군·경 훈련을 반복하고 군 스마트폰 체계를 적극 활용해 대테러 대응 능력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27일 진해 군항에서 전개된 통합항만방호 및 기지방호훈련 중 경계전력이 기지에 침투한 거동수상자를 체포하고 있다. 사진 제공=남호 중사
27일 진해 군항에서 전개된 통합항만방호 및 기지방호훈련 중 경계전력이 기지에 침투한 거동수상자를 체포하고 있다. 사진 제공=남호 중사

 

해군진해기지사령부 
통합항만방호 및 기지방호훈련

해군진해기지사령부(진기사)는 27일 진해 군항에서 해·육상 적 기습 침투를 대비한 통합항만방호 및 기지방호훈련을 전개했다.

책임 구역 내 위기 조치 절차를 숙달하고, 통합항만·기지방호 작전 수행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한 훈련에는 진기사 항만방어전대, 육상경비대대, 기지방어대대, 화생방지원대 등 장병 60여 명과 함정 4척이 참가했다.

이날 훈련은 해상으로 고속 침투하는 미상 선박을 차단하는 해상 훈련과 드론을 활용해 육상으로 침투한 적 세력을 발견하고 격멸하는 기지 방호 훈련으로 나눠 진행됐다.

해상 훈련은 어군 무리에서 나와 군항 방향으로 기동하는 미상 선박을 포착한 상황에서 시작했다. 즉각 출동한 해상 경비 전력은 통신 검색을 시도한 뒤, 해당 선박이 정선 명령에 불응하자 경고사격을 했다.

선박이 외해로 방향을 돌려 도주하자 진기사 경비함정은 해양경찰 등 주변 경비전력과 함께 차단선을 구축, 추격 끝에 나포에 성공했다.

육상에서는 적 특수전 부대의 침투 가능성이 크다는 첩보에 따라 침투 예상로를 비롯한 진해 전 지역에 경계 전력이 증강 배치됐다. 이후 경계반이 울타리를 넘어 군항 지역으로 들어오는 미식별 드론을 발견하고 진기사는 육상경비대대 대테러특임반, 드론경계반 등 출동대기부대를 현장으로 급파했다. 미식별 드론은 안티드론건을 이용해 무력화시켰다.

김수경(중령) 진기사 기지방어대대장은 “모든 전력이 참가하는 훈련을 통해 부대원 간 팀워크를 향상하고, 임무수행에 대한 자신감을 높일 수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상황에서 현장의 경계전력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실전적 훈련을 지속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27일 육군탄약지원사령부 2탄약창 ‘탄약 공중 재보급 훈련’에서 장병들이 수리온 헬기에 탄약을 적재하고 있다. 부대 제공
27일 육군탄약지원사령부 2탄약창 ‘탄약 공중 재보급 훈련’에서 장병들이 수리온 헬기에 탄약을 적재하고 있다. 부대 제공



육군탄약지원사령부 2탄약창 
탄약 공중 재보급 훈련

육군탄약지원사령부(탄약사) 2탄약창은 27일 유사시 탄약 재보급이 필요한 전투부대에 즉각 탄약을 지원하는 ‘탄약 공중 재보급 훈련’을 했다. 훈련에는 KUH-1 수리온과 S-76C 헬기 등 장비 6대와 항공기 조종사와 승무원 20여 명이 참가해 공중보급수송 절차를 숙달했다.

작전부대 긴급 보급을 위한 탄약이 헬기장에 도착하자 수리온과 동원 항공기 1대가 공중보급을 위해 헬기장 상공에 도착했다. 2탄약창 장병들은 착륙한 항공기 내부에 탄약을 적재한 뒤 단단히 결속했다. 항공기는 작전부대로 신속히 이동해 탄약을 보급했다.

이번 훈련에는 동원 항공기 외부 인양을 통한 탄약 공중보급 훈련도 병행했다. 군용 항공기가 아닌 민간 동원 항공기를 활용한 탄약 외부 인양은 드문 훈련이다.

장병들은 공중에서 호버링(제자리 비행)하는 동원 항공기에 탄약 박스를 결합했다. 헬기는 착륙 없이 빠르게 박스를 전방 작전부대로 수송해 탄약을 보급했다.

훈련에 참여한 이재훈(대위) 2탄약중대장은 “이번 훈련을 통해 항공기에 탄약을 적재하고 결박하는 능력을 숙달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공세적 탄약지원태세를 완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원준·김해령·조수연 기자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