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하계군사훈련 현장을 가다 - 육군학생군사학교 전술행군 훈련
폭염도 막을 수 없는 끈기·열정
새벽 5시에 시작된 전술행군…전우애로 완주
K3 기관총 분해·결합 2분 내 완료 ‘매서운 집중력’
강도 높은 체력단련에 땀 쏟아져도 눈빛엔 자신감
훈련장 곳곳 얼음물·샤워터널…온열질환 예방도
매미가 시끄럽게 울고 무더위가 막바지 심술을 부리는 여름의 끝자락. 미래 정예 장교를 꿈꾸는 학생군사교육단(ROTC) 사관후보생들에게는 길었던 하계군사훈련의 끝이 보이는 시점이다. 폭염을 버텨 내고 장마에 맞서며 한 단계 성장한 이들의 모습에서 훈련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새삼스레 와닿는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 성숙함을 갖추게 된 사관후보생들. ‘2024 하계군사훈련 현장을 가다’ 마지막 순서로 육군학생군사학교(학군교)의 전술행군 훈련 현장을 찾았다. 글=배지열/사진=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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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더위 이겨 내는 고도의 집중력
여름 삼복(三伏)더위 중 마지막으로 맞는 말복을 하루 앞둔 13일 충북 괴산군의 학군교 호국광장.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새벽 5시부터 사관후보생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날의 훈련은 전술행군. 군장과 화기를 갖춘 채 영내 도로를 따라 행군하면서 인내심과 완주를 통한 자신감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는 훈련이다.
아침점호에 이어 마지막으로 군장을 점검하면서 유의사항이 전파됐다. “조금이라도 몸이 안 좋으면 말하고 열외합니다.” 이 말은 오히려 후보생들의 완주 의지를 북돋았다.
“앞으로 가! 하나, 둘, 셋, 넷.” 구령과 함께 첫발을 내디딘 이들은 1열씩 도로 양쪽 끝으로 나뉘어 걸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구급차량이 뒤따랐다.
대대별 깃발을 앞세우고 묵묵히 걷던 후보생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한마디가 들려왔다.
“군가 실시한다! 요령은 크게!”
고요하던 새벽의 교정을 후보생들의 우렁찬 군가 소리가 깨우는 순간이었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행군을 완주한 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잠시 쉬는 시간, 군장을 내려놓고 받은 물과 음료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는 후보생들 사이에 진한 전우애가 느껴졌다.
학군교는 후보생들이 무더위 속에 폭염과 장마를 이겨 내면서 오직 훈련에만 집중하도록 훈련여건 보장에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우선 기온·상대습도·일사량 등을 기준으로 산출한 ‘온도지수’를 고려해 새벽 4시부터 훈련을 시작하고, 오전 중 훈련을 종료하고 있다. 일명 ‘오아시스’로 불리는 시원하게 얼린 생수병을 채운 아이스박스를 훈련장 곳곳에 비치해 충분한 물을 제공하고, 대기장소에는 캐노피를 설치해 열 노출을 최소화했다.
훈련을 마무리하고 복귀하는 구간에는 지나가면서 분사되는 물을 맞을 수 있는 ‘샤워터널’도 있다. 온열질환 응급처치법을 숙달한 현장의 교관과 훈육관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온열손상키트를 항상 지니고 있다.
이외에도 매일 500mL 생수 1만5000병을 제공하고, 가루형 이온음료도 이번 훈련기간에만 약 4만 개를 불출하고 있다. 또 장비·물자지원, 세탁지원, 안전통제관 등 500여 명의 간부가 각자 위치에서 후보생들의 안전을 지키면서 오직 훈련에만 집중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술행군이 이뤄지던 시간, 대강당에선 다른 조 후보생들의 편제화기 교육을 하고 있었다. 단상에 나란히 앉은 후보생들은 K3 기관총의 분해·결합 연습에 한창이었다. “모든 과정을 2분 내에 완료해야 통과할 수 있다”는 교관의 귀띔. 진지한 후보생들의 표정에서 목표를 완수하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흘러넘쳤다. 복도에서는 K3 기관총을 조준해 보는 연습이 진행되고 있었다. 장전손잡이를 당기고 가늠자를 통해 표적지를 날카롭게 바라보는 눈빛이 매서웠다.
황장일(대령) 학군교 교무처장은 “학군교는 정부와 국방부의 여름철 폭염 대비지침에 따라 온도지수별 활동지침을 준수하고, 후보생들의 안전을 100% 확보하면서 훈련하고 있다”며 “폭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훈련과 평가도 엄격하게 적용해 정예 초급장교를 양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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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은 국력’ 되새기는 체육활동
시간이 흘러 오후가 되자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후보생들이 각 생활관 복도에 도열했다. 뜨거운 야외 대신 기구와 장비가 갖춰진 이곳에서 체육활동으로 체력을 단련하는 시간.
후보생들은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런지 △스? △마운틴 클라이머 등 5가지 운동을 20세트씩 5회 반복하는 시간을 통해 꾸준히 체력단련에 힘쓰고 있다.
박수복(중령) 1여단 2대대장은 “활동 배경과 취지를 충분하게 설명하고, 짜임새 있는 운동을 위해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만든 프로그램”이라며 “얼마 전 함께 훈련한 미군 ROTC 후보생들 역시 힘들어하면서도 흥미롭게 모든 운동을 해냈다”고 설명했다.
운동 사이클을 두 바퀴쯤 돌자 후보생들의 얼굴이 벌게지면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운동은 끝나지 않았다. “준비!” 구호와 함께 다시 한번 열기가 복도를 가득 메웠다. 후보생들은 분주한 다리놀림과 일사불란한 몸동작으로 구령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배재대 학군단 김진관 후보생은 “간부님들이 가장 중요한 것이 체력이라고 강조하셔서 그에 맞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동기들끼리 도와가며 팁을 공유하면서 체계적인 운동방법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학군교는 체력단련 앞뒤로 전신 스트레칭과 제자리뛰기 등 몸풀기 과정을 반드시 이행해 운동효과를 높이도록 하고 있다. 후보생들은 정해진 시간 외에도 개인정비 시간 등을 이용해 몸을 단련하고 있다.
손용태(중령) 1여단 1대대장은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힘든 여건이 계속되고 있지만 체력단련을 게을리할 순 없다”며 “후보생들이 임관 후 부대에 가면 체력단련을 지휘하는 요령도 알아야 하므로 꼭 필요한 훈련이자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후보생들이 쉬는 시간에도 턱걸이 운동에 열심이던 영남대 학군단 문성우 후보생은 “야전부대에서 소대장 역할을 할 때 내가 병사들보다 탁월한 체력을 가졌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곳에서 동기들과 함께하면서 체력이 향상된 걸 느낀다. 나중에 임무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달 1일 시작된 학군교의 하계군사훈련은 오는 23일까지 계속된다. 전국 108개 학군 5000여 명의 후보생을 대상으로 4주간 진행 중인 이번 훈련은 정예 장교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전투기술 숙달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매일 훈련 종료 뒤에는 전 교육단이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모여 일일 단위로 성과 분석을 한다. 이때 교육단별로 발전·개선방안을 공유하고 보충교육 소요를 판단하는 등 하계군사훈련의 실질적인 성과 달성을 위해 학교의 모든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훈련부대 여단장 임무를 맡고 있는 오관종(대령) 강원대 학군단장은 “처음엔 더운 날씨에 훈련받는다는 사실에 걱정하는 후보생이 많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눈빛에서부터 자신감과 여유를 엿볼 수 있다”며 “훈련을 소화하면서 나날이 발전하는 후보생들이 대견스럽고, 미래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핵심 인재로 성장하도록 정성을 다해 훈육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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