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통 태영호 사무처장 KFN뉴스 인터뷰
IT 기기 사용 능력 따라 세대 단절 현상
한국 영화·드라마 통해 새 유행어 확산
사상 교육 역부족…강한 처벌로 대응
인류 역사상 젊은 세대 이긴 정권 없어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에 민감한 반응
북한 군인들 K팝 듣고 따라 부르기도
고위급 잇단 탈북은 체제 균열 방증
배고픔 아닌 ‘코리안 드림’ 동기 변화
김주애 후계자 내정까지는 논란 여지
김정은 지병 있어도 유고 가능성 낮아
“북한의 20~30대 사이에서 불고 있는 한류(韓流·우리나라 대중문화가 유행하는 현상) 바람은 통일을 위한 초석이자 밑거름이 되고 있다.”
‘탈북민 출신 첫 차관급 정부직 인사’인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최근 북한에서 불고 있는 한류의 파급력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은 지난해 말부터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개의 국가 관계로 만들려고 하고 있고 통일이라는 단어 자체를 완전히 삭제하고 있다”며 “앞으로 통일이라는 희망의 끈을 북한 주민들도 놓지 않도록 민주평통이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향후 포부를 밝혔다. 글=최한영 기자/사진=KF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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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 한류 확산 위협성 인지… 형사처벌 영역으로 확대”
태 사무처장은 지난 8일 KFN 뉴스에 출연해 “지금 북한에서는 컴퓨터·휴대전화 등을 잘 다루는 세대와 관련 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 간 단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IT 기기 사용에 능숙한 이른바 20·30세대를 통해 북한에 한류가 대대적으로 들어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예전에는 쓰이지 않던 ‘오빠야’ ‘자기야’ ‘남친’ ‘여친’ 등을 예로 든 태 사무처장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이들 표현은 북한에서 하나의 유행어가 되고 있다”며 “한류에 의한 ‘공동 지식’은 통일을 위한 공통분모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공장소에서 젊은 남녀의 애정행각, 여성들의 치마가 짧아지는 현상, 머리카락 염색 등이 단순한 문화 현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변혁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도 한류 확산이 체제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북한 언론매체들이 한류 확산에 대해 “‘소리 없는 전쟁’ ‘보이지 않는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한국 드라마를 본 북한의 10·20대 청년이 공개 처형되거나,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태 사무처장은 “북한이 종전에 쓰던 사상 교육으로 한류 확산을 막을 수 없으니 형사처벌 영역으로 가져가고 있는 것”이라며 “인류 역사를 보면 어떠한 정권도, 특히 문화영역에서 젊은 세대와 싸워 성공한 적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우리 군이 최근 재개한 대북확성기 방송에 대해 태 사무처장은 자신의 경험을 들어가며 북한 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북한 매체에는 나오지 않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중국 방문’이 대북방송으로 송출되고, 며칠 후 노동신문을 통해 보도되면 북한 군인들이 한국 언론의 정확성을 신뢰하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의 어머니 고영희가 제주도 출신이다’ 등의 김씨 일가 관련 정보가 방송되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여기에 북한 군인들이 중·고등학생 시절 몰래 듣던 K팝을 대북방송으로 청취하면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는 등의 효과도 있다고 언급했다.
태 사무처장은 이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등 고위급 인사의 탈북이 최근 이어지는 데 대해서는 “체제 근간을 지키고 있는 엘리트층의 연이은 탈북은 그만큼 북한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1980년대까지는 휴전선 일대에서 근무하는 북한 군인들이,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배고픔을 참지 못한 주민들이 탈북하는 현상이 많았다”며 “2000년대 들어서는 배고픔보다는 자유를 찾기 위한 것으로 탈북 동기가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민국에 와서 자신이 가졌던 꿈을 실현하려는, 이른바 ‘코리안 드림’을 안고 탈북에 나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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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 후계자 여부, 아직 지켜봐야”
태 사무처장은 최근 북한 동향에 대한 그만의 해석도 내놨다. 그는 김정은이 딸 김주애를 후계자로 내정했을 가능성에 대해 “얼마 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자기 조카(김주애)에게 허리를 굽히고, 북한이 김주애에게 ‘높은 분’, 심지어는 오직 후계자에게 쓰는 ‘향도’라는 표현까지 붙이고 있다”면서도 “김주애가 공식 후계자로 이어질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는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김정은이 술을 먹지 않은 대낮에도 (거친) 숨소리가 가까이서 들릴 정도다. 심장질환을 추정해볼 수 있다”면서도 “아직 40대이고, 고혈압 등의 지병이 있더라도 유고사태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으며 상당 기간 북한을 이끌 것으로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평양에서 태어나 줄곧 북한 외교관으로 일했던 태 사무처장은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로 재직 중이던 2016년 8월 가족들과 귀순했다. 21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지난달 22일 민주평통 사무처장으로 취임하며 ‘탈북민 출신 첫 차관급 정부직 인사’ 타이틀을 얻었다.
태 사무처장은 “민주평통은 우리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의지를 모아 대통령께 보고드리고, 대통령의 통일정책을 국민들과 자문위원들에게 알리는 기관”이라며 “이러한 기관의 사무처장 자리에 제가 임명된 것은 ‘대한민국이 북한 주민들도 자국민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하는 과정이 한반도 긴장을 낮추고 평화를 지속하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전 세계에 뻗어 있는 민주평통 조직과 자문위원들의 힘을 모아 국제적으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협력·공조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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