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방위산업 수출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데,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2024년 역시 공개적으로 사상 최대 200억 달러를 수주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방위산업 수출에는 항상 ‘가성비’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붙는다. 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아 수출이 잘된다는 것인데, 결국 가격이 싸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가성비의 반대편에는 ‘저가 수주’가 있다. 기업이 발주자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원가 대비 이익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마구잡이 수주를 한다는 것인데, 이런 선택은 기업이 생산라인을 유지하며 최소한의 수익이라도 내야 하는 불가피한 경우에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가성비란 단어는 소비자, 즉 구매자들이 주로 사용한다. 저가 수주는 생산자, 즉 기업들의 시각에서 주목하는 표현이다. 가성비와 저가 수주는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방위산업 수출 시 가성비란 말을 우리가 먼저 자연스럽게, 자랑스럽게 쓰는 게 다소 아이러니하다. 대한민국 무기체계를 구입하는 상대 국가는 그런 표현을 사용하면서 실용적인 구매 선택을 했다고 기뻐할 수 있지만, 우리가 싸게 수출했다는 뉘앙스의 표현을 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좋은 제품은 제값을 받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 방산 수출품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성능이 좋으면 당연히 그만큼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
실제 수출 시 우리 제품들은 높은 가격으로 존중받고 있다. 국내에서 K9 자주포 1문이 보통 40억 원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정확한 가격은 알 수 없다. 개발과 생산 초기인 1990년부터 대략 그 정도 가격인 것으로 추정됐지만, 방위사업청에서 다양하게 원가를 계산하고 거기에 기술료 등을 포함하기 때문에 정확한 가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수출도 그 정도의 가격으로 상상한다. 그러다 보니 독일 자주포는 100억 원이 넘지만 우리는 그보다 훨씬 낮은 가격이면서도 성능은 비슷하다는 논리로 가성비를 당연시한다.
노르웨이나 폴란드 등 해외로 수출하는 우리 K9 자주포가 정말 싼값일까. 생명의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개발과정에 참여했던 수많은 연구원과 방산기업 임직원들에게 가성비란 단어는 어쩌면 굴욕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우리의 방산 수출 무기체계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그리 싼 가격이 아니다. 최고의 기술력과 신뢰할 수 있는 품질에 기반하기에 당연히 그만큼의 가격 존중을 받고 있다. 가성비가 아니라 우리 제품들의 높은 기술력과 신뢰성이 수출의 전제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미국의 첨단 무기를 도입할 때 가성비를 언급했던 기억이 없다. 우리 군의 작전 목적에 기여할 수 있다면 가격이 높더라도 비용을 지불하고 수입하는 게 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의 수출 무기체계들도 유럽과 중동에서 그러한 위상으로 성장하고 있다. 좋은 제품임에도 그만큼의 가격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그건 기업과 임직원들에게 고통을 안겨 주는 ‘저가 수주’일 뿐이다.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가성비와 이별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브랜드 가치를 공감할 수 있도록 뼈대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 가성비와 이별하고 무인체계 등 첨단 과학화 콘셉트를 널리 확산해야 한다. 제품별 스토리텔링과 호감도 높은 콘텐츠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쓴소리를 아끼지 않을 방산수출 레드팀(RED TEAM) 도입도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 꼭 건의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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