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휴대전화 사용 시범 운영 내용·결과
병역 이행 만족도 높이는 취지서 검토
군 본연의 임무 수행·보안 준수에 초점
소지·사용 기준 세 가지 유형 구체화
처벌 강도와 위반 건수 연관성 적어
불법도박·성범죄 등 악성 위반 행위도
임무 수행 지장 초래…신중 의견 다수
국방부가 7일 발표한 일과 후 병 휴대전화 사용 정책 보완 방안은 장병 소통·복무 여건을 개선하는 동시에 군 본연의 임무 수행과 보안 준수가 문제없이 이뤄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일선 부대 간부 및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시범 운영을 통해 식별된 사항과 개선 필요 사항도 적용됐다. 시범 운영 내용과 그 결과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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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4개월간 3차에 걸쳐 시범 운영
일과 후 병 휴대전화 사용 정책은 지난 2020년 7월부터 시행해 왔다. 현재 병사들은 평일 일과 후인 오후 6~9시, 휴일 오전 8시30분~오후 9시 휴대전화를 소지·사용할 수 있다.
군은 병역 이행 만족도를 높이는 취지에서 병사 휴대전화 소지 시간 확대를 검토했다. 나아가 일과 중 병 휴대전화 소지 가능성과 훈련병 사용 등을 신중히 판단하기 위해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3차에 걸쳐 시범 운영을 했다.
1차 시범 운영은 2021년 1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육군15보병사단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2차는 2022년 6~12월 11개 부대로 확대해 운영됐다. 2차에서는 육군28·37보병사단 신병교육대 훈련병들을 대상으로도 일부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또 지난해 7~12월에는 전군의 20% 수준인 45개 부대와 모든 훈련소로 대상을 넓혀 3차 시범 운영을 전개했다.
적용 유형으로는 최소형(아침 점호 이후~오전 8시30분, 오후 6~9시), 중간형(아침 점호 이후~오후 9시), 자율형(24시간)으로 구분됐다. 1·2차 시범 운영에서는 3개 유형을 변경해가며 적용했고, 3차 시범 운영에서는 앞선 운영에서의 결과를 바탕으로 중간형으로 전개했다. 다만 근무·교육훈련·취침 때는 사용을 제한했다. 3차에서는 훈련병들도 주말·공휴일에 1시간을 사용하도록 했다.
군은 특히 시범 운영을 시행하면서 휴대전화 소지·사용 기준을 구체화하고, 위반했을 때의 제재 기준을 강화했다.
여기에는 △경계·당직근무 중에는 별도 보관 △근무시간 중 사용 불가 및 지휘관 승인 시간·장소에 제한적 사용 △식사와 개인 자율 활동 시간에 사용 △경미한 사용 수칙 위반 시 사용 제재와 외출·외박 제한 중 선택 △보안규정·법령 위반 시 징계 처분 등이 포함됐다.
제재 기준 강화해도 사용 수칙 위반 줄지 않아 시범 운영에서는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군 본연의 임무 수행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요인들이 식별됐다. 처벌 강화에도 불구하고 사용 수칙 위반 건수는 시범 운영 전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늘기도 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3차 시범 운영 기간 육·해·공군, 해병대 45개 부대 전체 사용 수칙 위반 건수는 1005건으로 시범 운영 전 1014건과 비슷했다.
시범 운영 전과 후를 군별로 보면 해군은 221건에서 184건으로, 공군은 317건에서 205건으로 줄었다. 해병대는 45건에서 29건으로 감소했다. 육군은 431건에서 587건으로 오히려 증가(약 36%)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화된 제재 기준을 적용했음에도 사용 수칙 위반 건수는 0.9% 정도만 감소하며 크게 줄지 않고 유사한 수준을 보인 것이다. 관리자·사용자가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시범 운영 부대의 특성을 고려하면 전 부대 확대 시 위반 건수 비율은 더 증가할 것이라는 게 국방부의 분석이다.
다만 훈련병 위반 건수는 32건으로, 시범 적용 인원 8만491명 중 0.04%의 낮은 비율의 결과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휴대전화 사용 시간이 적은 것과 엄격한 생활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3차 시범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주요 위반 사례는 △비인가 휴대전화 반입 및 경계근무 중 사용 △공기계 반납 후 인가폰 미반납·사용 △휴가 복귀 시 비인가 휴대전화 반입·사용 △기념 촬영 목적으로 보안 앱 임의 해제 후 영내 사진 촬영 △당직 근무 중 사용 등이다. 건수로 보면 보안 앱 임의 해제 87건, 영내 촬영 후 SNS 게시 48건, 불법 도박 35건, 디지털 성폭력 3건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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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임무 수행 지장 초래 우려
악성 위반 행위도 있었다. 한 병사는 입대 전후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억대 불법 도박을 하며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병사들로부터 금전을 편취했다.
또 다른 병사는 SNS를 통해 알게 된 미성년자를 협박해 나체 사진 등의 영상 촬영을 요구해 전송받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또 생활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동료 병사를 촬영해 중대원이 참여해 있는 채팅방에 유포하거나, 부대 체력단련실 등지에서 자신의 신체를 촬영해 SNS에 게시·유포한 사례도 있었다.
군은 3차 시범 운영 기간 중 사용 수칙 위반자 1005명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적용했다. 617건에 대해서는 강등·감봉·견책·근신·군기교육·휴가 단축의 징계를 했고, 나머지는 사용 제재와 외출·외박 제한 등을 내렸다.
이와 함께 군은 지난 2~6월 육군 6개, 해군 3개, 공군 3개, 해병대 1개, 국직 2개 등 15개 부대를 방문해 현장의 의견을 수렴했다.
일선 부대 간부들은 “휴대전화 사용으로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일과 시간까지 소지 시간을 확대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제재 수단을 강구해도 이를 피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는 의견을 냈다.
또 “교육·훈련에 지장을 주고 위반 사례도 계속 발생해 휴대전화 소지 시간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거나 “경계근무나 당직근무 중에도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위반 행위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임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까 우려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무엇보다 일과 중 근무·교육훈련 집중력 저하와 소통·단결력 저하에 대한 의견이 다수 보고됐다.
국방부는 이런 이유에서 본연의 임무 수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 소지 시간을 ‘일과 후’로 현행과 같이 유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장병 소통 및 복무 여건이 개선되도록 지속 노력하면서, 임무 수행과 보안에 문제가 없는 방향으로 병 휴대전화 사용 정책을 개선·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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