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남들보다 느린…때론 누구보다 빠른…‘군인의 길’ 걷는다

입력 2024. 07. 23   17:06
업데이트 2024. 07. 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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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전 휴가 대신 전방 경계작전을 수행하는 육군15보병사단 번개여단 강태현 병장. 부대 제공
전역 전 휴가 대신 전방 경계작전을 수행하는 육군15보병사단 번개여단 강태현 병장. 부대 제공

 

자발적으로 전역을 연기한 육군6보병사단 초산여단 이연우(왼쪽)·전영서 예비역 병장이 전역 전 마지막으로 소화한 KCTC 훈련을 마치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부대 제공
자발적으로 전역을 연기한 육군6보병사단 초산여단 이연우(왼쪽)·전영서 예비역 병장이 전역 전 마지막으로 소화한 KCTC 훈련을 마치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부대 제공


아름다운 마무리 
육군 이연우·전영서 예비역 병장, 강태현 병장 
전역 전 휴가 반납…마지막까지 훈련·작전 소화

오랜 기간 준비한 훈련과 철통같은 경계작전을 전우들과 함께하기 위해 전역 전 휴가를 반납하고 전역일까지 미룬 육군 장병들의 사연이 도착했다. 

6보병사단 초산여단 본부대대 이연우, 음성무극대대 전영서 예비역 병장은 전우들과 같이 땀 흘리며 준비한 훈련을 마지막까지 소화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전역을 연기했다.

두 사람은 원래 이달 초 전역해야 했지만, 여단의 과학화전투훈련단(KCTC) 훈련에 함께하겠다는 일념으로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KCTC 훈련에서 각각 지휘소 방호와 분대장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약 한 달간의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들은 각각 지난 19일과 20일 전역을 신고했다.

특히 운전병이었던 이 예비역 병장은 모범용사 1회, 무사고 11주년 우수 운전자 표창을, 중대 분대장이었던 전 예비역 병장 역시 모범용사 2회, 특급전사 표창을 받는 등 평소에도 솔선수범하면서 타의 귀감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전역 연기 선택 역시 다른 장병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이 예비역 병장은 “선임들에게 ‘가고 싶은 군대는 없지만, 더 하고 싶은 군대는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제가 그랬다”며 “함께 동고동락한 전우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 뿌듯하다”고 말했다.

전 예비역 병장 역시 “군 복무 기간 중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함께라면 해결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며 “같이 준비한 전우들과 함께하고 싶었기에 고민 없이 전역 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15보병사단 번개여단 강태현 병장은 전역 전 휴가를 일부 반납하고 최전방 감시소초(GP) 경계작전에 전우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오는 29일 전역을 앞둔 강 병장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안보 상황 속 마지막 순간까지 부대원들과 함께하며 그동안 갈고닦은 노하우를 전우들에게 전수하기로 결심하면서 14일의 휴가를 반납했다.

이시현(중위) 소대장은 “강 병장은 언제나 주변 전우들에게 모범이 되는 장병”이라며 “부대를 위해 군인정신을 발휘한 강 병장 덕분에 모든 소대원의 사기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강 병장은 “최전방에서 적과 마주하면서 군인정신을 온몸으로 배울 수 있었고, 생사고락을 함께한 소대원들이 비무장지대(DMZ) 정중앙을 완벽히 사수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배지열 기자


자랑스러운 영웅들 
윤준서·김서원 일병, 이태형 중사(진)·김하영 상사 
바다에서…길 위에서…위기에 처한 국민 생명 구해

예상하지 못한 사고를 맞닥뜨렸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머릿속이 하얘지고 당황한다. 군인도 사람이니 처음에는 같은 마음이겠지만 꾸준히 길러온 체력과 작전·훈련을 통해 체득한 대응능력으로 가장 먼저 현장에 뛰어들어 어느새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어려움에 빠진 국민을 신속하고 침착하게, 그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도운 육군 장병들을 소개한다. 

임상진(왼쪽) 육군23경비여단장이 국민을 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윤준서 일병에게 표창장과 부상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대 제공
임상진(왼쪽) 육군23경비여단장이 국민을 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윤준서 일병에게 표창장과 부상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대 제공


동해안 최전선에서 완벽한 해안경계작전태세를 확립하는 23경비여단 영진소초에서는 하마터면 바다에 빠질 뻔한 국민의 생명을 구한 미담이 알려졌다. 감시장비운용병 윤준서 일병이 그 주인공.

소초에서 열영상감시장비(TOD)로 임무를 수행하던 윤 일병 눈에 해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는 사람 형태의 열점이 포착됐다. 새벽 1시를 넘긴 시간이라 예사롭지 않은 일로 판단한 윤 일병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예의주시했다. 10여 분 후 해당 열점이 바닷가와 모래사장이 맞닿아 파도가 들이치는 위치에 위험하게 누워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윤 일병은 즉시 김동규(중사) 감시반장과 소초장에게 이를 보고했다. 대대에서는 속초해경 예하 주문진파출소와 119구급대에 이러한 내용을 전파하는 동시에 중대장과 기동타격대가 현장으로 출동했다.

5분 만에 현장에 다다른 기동타격대는 해경과 함께 구조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면서 상황을 지원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구조자는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단에서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상황에도 최초 단계부터 상황을 살피고, 신속한 보고와 초동조치로 소중한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윤 일병에게 표창과 부상을 수여했다.

그는 “감시장비운용병의 역할은 평소와 다르거나 의심이 가는 부분을 즉각 보고해 초기 단계부터 최적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완벽한 해안경계작전이라는 임무의 중요성과 소중한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는 군인으로서의 사명감을 되새기면서 앞으로도 완전작전에 진력하겠다”고 전했다.

 

운전 중 발작으로 쓰러진 시민을 구한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돌진대대 이태형 중사(진)가 남양주소방서 관계자에게 표창장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남양주소방서
운전 중 발작으로 쓰러진 시민을 구한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돌진대대 이태형 중사(진)가 남양주소방서 관계자에게 표창장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남양주소방서


수도기계화보병사단 돌진대대 이태형 중사(진)는 지난달 27일 오전 7시49분 출근길에 경기도 남양주시 호평동의 한 도로에서 접촉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사고를 낸 차량은 앞 차와 접촉한 상태에서도 앞바퀴가 굉음을 내며 돌고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즉시 차에서 내려 현장으로 다가간 이 중사(진) 눈에는 입에 거품을 물고 의식을 잃은 사고 운전자가 보였다. 다른 시민의 도움을 받아 조수석 유리를 깨고 안전하게 시동을 끈 이 중사(진)는 운전자를 하차시킨 후 119에 신고해 전화로 구조대원의 지시대로 응급처치에 나섰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119구조대에 운전자를 인계한 이 중사(진)는 안전 표시 삼각콘과 표지판으로 2차 사고를 예방했다. 이어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한 후 출근길을 이어갔다. 그의 침착하고 정확한 조처에 남양주소방서는 지난 5일 표창장을 수여하면서 공로를 인정했다.

이 중사(진)는 “의식을 잃은 운전자를 발견했을 때 위급한 상황임을 깨닫고 꼭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당연한 군인의 본분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병 위로외박 복귀 도중 사고를 당한 시민을 구하는 데 앞장선 육군1포병여단 용호대대 김서원 일병. 사진 제공=정재헌 중위
신병 위로외박 복귀 도중 사고를 당한 시민을 구하는 데 앞장선 육군1포병여단 용호대대 김서원 일병. 사진 제공=정재헌 중위


시민구조 활약에는 계급과 군 복무기간도 가리지 않았다. 1포병여단 용호대대 김서원 일병은 지난달 27일 신병 위로외박 후 부대로 복귀하던 길에 경의중앙선 금촌역 계단에서 한 시민이 굴러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즉시 시민이 쓰러진 지점으로 달려간 김 일병은 주변에 119 신고를 부탁하고, 환자를 똑바로 눕혀 상태를 확인했다. 이마가 찢어져 피가 흐르자 손수건으로 상처 부위를 지혈하면서 의식을 잃지 않게 계속 말을 걸었다.

이후 출동 중인 구급대원과 통화하면서 사고 당시 상황과 출혈 부위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에 환자를 인계한 후 병원으로 이송되는 것까지 확인하고 부대로 복귀했다.

김 일병은 “갑자기 굴러떨어져 피를 흘리는 어르신을 보자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하기도 했지만 군복을 입은 군인으로서 먼저 나서서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에 주저 없이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넘어진 어르신을 구한 육군53보병사단 부산여단 김하영 상사. 부대 제공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넘어진 어르신을 구한 육군53보병사단 부산여단 김하영 상사. 부대 제공


전후방을 가리지 않는 장병들의 선행은 부산에서도 전해졌다. 53보병사단 부산여단 김하영 상사는 지난달 7일 수영강변호 일대에서 뜀걸음하던 중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넘어진 어르신을 발견했다. 

곧바로 현장으로 다가간 김 상사는 어르신의 의식과 부상 여부를 확인한 뒤 신속한 응급조치와 119 신고로 자칫 위험할 수 있었던 사고를 잘 처리했다. 이후 환자가 이송되는 상황까지 확인한 후 자리를 떠난 김 상사의 사연은, 건강을 되찾은 어르신이 부대로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알려졌다.

김 상사는 “해당 지역은 응급차 진입이 어려웠고, 주변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어 환자를 1㎞가량 업고 이송했다”며 “사고 당시 보관 중이던 어르신의 자전거를 회복 이후 건네드렸고, 건강한 모습까지 볼 수 있어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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