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이고…뿌리고…새기고…칠기 ‘동상삼몽’

입력 2024. 07. 22   16:33
업데이트 2024. 07. 2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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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중 국립박물관 공동 기획 ‘동아시아 칠기전’

진주빛 머금은 ‘1000년 역사’ 한국 나전칠기

옻칠 위에 금은 가루 뿌린 일본 마키에 칠기
회화·조각 결합 중국 조칠기법 등 46건 선봬

 

한국의 ‘나전 칠 십장생무늬 이층 농’.
한국의 ‘나전 칠 십장생무늬 이층 농’.



한·일·중의 명품 칠기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 ‘三國三色(삼국삼색)-동아시아의 칠기’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10일 개막해 오는 9월 22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한국과 일본, 중국의 국립박물관이 공동 기획한 전시다. 이들 박물관은 삼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2014년부터 공동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전시는 2년에 한 번씩 삼국을 돌며 열고, 주제는 한·일·중 문화를 포괄할 수 있는 것들로 선정하고 있다. 그동안 도자기, 회화, 청동기 등 다양한 주제의 전시를 개최했다.

올해 전시의 주제는 ‘칠기’다. 칠기는 옻나무에서 채취한 천연 수액을 가공한 도료를 사용해 제작한다. 옻나무에 가까이 가거나 접촉하면 옻이 올라 가렵거나 온몸이 부어오르기도 하는데, 이는 옻나무 수액에 들어 있는 ‘우루시올’ 성분 때문이다. 삼국은 이 우루시올 성분이 들어간 옻나무 수액을 공통으로 사용했다. 특히 이 우루시올 성분 덕분에 삼국의 칠기는 습기와 병충해에 강하며 쉽게 부패하지 않아 땅속에 묻혀도 천년을 넘게 견뎌낸다는 특징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라마다 다채로운 아름다움과 개성을 자랑하는 칠기 46건을 한자리에 모았다. 진주빛이 영롱한 자개를 붙여 꾸민 한국의 ‘나전칠기’, 금가루를 정교하게 가공해 칠면에 뿌려 장식한 일본의 ‘마키에 칠기’, 겹겹이 칠한 칠 층에 섬세하게 무늬를 새긴 중국의 ‘조칠기’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나전칠기는 1000년을 이어 한국인의 사랑을 받은 대표적인 전통 공예품이다. 보는 방향에 따라 진주빛, 무지개빛으로 영롱하게 빛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전시에서는 고려시대 나전칠기 ‘나전 칠 모란·넝쿨무늬 경전 상자’와 ‘나전 칠 봉황·꽃·새 소나무무늬 빗접’ 및 고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인 ‘나전 칠 십장생무늬 이층 농’을 만날 수 있다. 

 

 

일본의 ‘마키에 칠 연못무늬 경전 상자’.
일본의 ‘마키에 칠 연못무늬 경전 상자’.

 

중국의 ‘조칠 산수·인물무늬 운반 상자’.
중국의 ‘조칠 산수·인물무늬 운반 상자’.



일본의 마키에 칠기는 마키에 기법을 사용한다. 칠기 표면에 옻칠로 무늬를 그리고 그 위에 금은 가루 등을 뿌린 뒤 표면에 전체적으로 옻칠을 한 후 그려진 무늬를 갈아내는 방식이다. 전시에는 ‘마키에 칠 연못무늬 경전 상자’를 비롯한 다양한 기법의 마키에 칠기와 유럽으로 수출된 ‘남만칠기’ 등의 유물이 출품됐다. 

중국의 조칠기법은 옻칠 기술, 회화, 조각이 결합한 독특한 기법이다. 붉은색과 검은색을 번갈아 겹겹이 칠한 후 조각한 척서 기법, 붉은색의 칠을 여러 번 하고 조각한 척홍 기법, 다양한 색깔의 칠을 겹쳐 칠한 후 조각하는 척채 기법 등이 있다. 전시에서는 명대 척서 기법의 ‘조칠 구름무늬 탁자’와 척홍 기법의 ‘조칠 산수·인물무늬 운반 상자’ 등을 볼 수 있다.

송시연 기자/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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