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하계군사훈련 현장을 가다] 고군분투… 일거양득…

입력 2024. 07. 22   16:57
업데이트 2024. 07. 2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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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하계군사훈련 현장을 가다 - 육군사관학교 전투수영훈련

고군분투…물을 극복해야 전투력 보존된다
일거양득…물에 익숙해야 전우도 살려낸다

1학년 생도들 첫 훈련
잠영·총기 파지 횡영 등 영법 숙달
지도 교수들 소통 수업에 중점
“생도 개인 생존능력 향상에 타인 생명 구하는 게 목표”

 

여름 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활동은 ‘물놀이’다. 계곡이나 바다에 뛰어들어 물장구치는 것만큼 더위를 날리는 데 효과적인 것도 없기 때문. 그러나 물놀이는 수영에 능숙하지 않다면 사고 가능성이 높은 활동이기도 하다. 최근 초등학교에서 생존수영 교육을 의무화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는 군 역시 마찬가지. 전·평시 작전과 훈련 과정에서 물을 극복해야 하는 장병들의 수영 능력은 곧 전투력 보존과 직결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미래의 장교들부터 철저한 준비 과정을 밟고 있다. ‘2024 하계군사훈련 현장을 가다’ 두 번째 순서로 육군사관학교(육사) 1학년 생도들의 전투수영훈련 현장을 찾았다. 글=배지열/사진=김병문 기자

 

지난 19일 육군특수전사령부 독수리부대 해상침투 기초훈련장에서 진행된 2024 육군사관학교 하계군사훈련 1학년 전투수영훈련 중 한 생도가 잠영 훈련을 위해 입수하고 있다.
지난 19일 육군특수전사령부 독수리부대 해상침투 기초훈련장에서 진행된 2024 육군사관학교 하계군사훈련 1학년 전투수영훈련 중 한 생도가 잠영 훈련을 위해 입수하고 있다.

 


3개 조로 나눠 생존수영 능력 갖춰


지난 19일 육군특수전사령부 독수리부대 해상침투 기초훈련장. 육사 생도가 된 후 처음으로 하계군사훈련을 경험하는 1학년 생도들이 이곳을 찾았다. 이들은 지난 15일부터 일주일간 기초 및 생존수영 능력을 갖추기 위한 전투수영훈련을 받았다.

이날 훈련에 임한 생도들은 수영 실력이 우수한 80명이다. 다른 생도들은 교내 수영장에서 따로 영법 숙달 훈련에 임했다. 훈련은 전체 인원을 3개 조로 나눠 순환식으로 돌아가면서 각각 다른 영법을 숙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주어진 과제는 잠영. 물속에 잠수한 채로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는지를 평가했다. 1.2m 수심의 코스에 나란히 선 생도들은 여유가 넘쳤다. 그러나 몇 차례 왕복하면서 지친 탓일까? 중간에 숨을 쉬러 올라오는 일도 반복됐다.

수중 저항을 줄이기 위해 손을 곧게 뻗어야 하고, 물을 강하게 잡아채면서 전진하는 활강(글라이딩)이 중요하다는 것이 교수의 설명. 지도 덕분인지 이들은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수상구조요원 자격증 취득 요건인 최대 25m의 거리에 가깝게 가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다음은 생도들만이 할 수 있는 총기 파지 횡영 차례. 작전이나 훈련 중 물에서 이동할 때 진행 방향으로 한쪽 팔을 저으면서 반대 팔에 총기를 평행하게 기대어 휴대한 채 횡영(측면으로 전진)하는 모습이다. 실제 총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모형 총기였지만 그래도 물속에서는 무게가 상당할 것으로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물의 저항을 받는 상황에서 총기까지 휴대하려니 체력이 금방 떨어질 터. 자연스럽게 영법 대신 바닥에 발을 대고 걸어가는 생도들이 보였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박소희(전문군무경력관 가군) 체육학 교수가 “그렇게 하는 게 오히려 더 힘들다”며 “땅에 발이 닿지 않게 자세를 똑바로 하고 수영하라”고 독려했다. 다시 한번 이를 꽉 물고 수영하기 시작한 생도들이 마침내 주어진 코스를 완주하자 주변 동료들이 박수를 보냈다.

같은 시간 수영장 한쪽에서는 입영 훈련이 한창이었다. 입영 훈련은 입수 후 바닥에 발을 댔다가 올라와야 한다. 갑자기 수중 깊은 곳으로 떨어졌을 때 안전하게 올라올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가장 깊은 5m 수심의 코스를 마주한 생도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역력했다.

차렷 자세로 양발을 꼰 채로 물에 뛰어든 생도들이 양쪽 팔을 들어 올려 만세 자세를 취하자 이내 이들이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공기와 마주한 생도들이 거친 숨을 내뱉었다.

깊이가 아주 깊지는 않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코와 입을 막고 숨을 내쉬는 ‘이퀄라이징’ 과정도 필수로 수행해야 한다. 다음으로 지상에서 총기를 건네받은 생도들이 개머리판을 위로 향하게 한 채 등 뒤에 메고 수영해 이탈하는 것으로 교육과정이 마무리됐다.

마지막 순서는 생도들의 릴레이 수영. 수영장 벽면을 따라 늘어선 생도들이 줄지어 수영하면서 영법 숙달의 효과를 높였다. 물속에서도 오와 열을 맞추면서 군가까지 제창하는 이들의 우렁찬 목소리에 인근 공항에서 이륙하는 항공기의 소음도 묻힐 정도였다. 가장 큰 데시벨로 훈련을 잘 마쳤다는 성취감과 미래 육군 정예장교라는 자부심을 내지른 생도들은 격려의 박수로 훈련 종료를 자축했다.

 

 

한쪽 팔로 모형 총기를 파지하고 횡영 중인 생도들.
한쪽 팔로 모형 총기를 파지하고 횡영 중인 생도들.



인공호흡·심폐소생술 등 지상훈련 병행

“구해 줄게. 걱정하지 말고.” “자신감 가져. 별거 아냐.”

생도들을 지도하는 교수들은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훈련 분위기를 너무 딱딱하지 않게 가져갔다. 조원제(전문군무경력관 가군) 체육학 교수는 “강압적인 분위기보다 소통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수영 실력으로는 이미 우수한 자원들인 만큼 두려움과 긴장감을 떨치게 해주려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뛰어난 실력의 생도들인 만큼 금방 제 실력을 뽐냈다. 육사 수영 동아리 소속인 박진형 생도는 초등학생 때 학교 대표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도 전투수영훈련은 어렵게 느껴졌다.

“일반적인 수영 영법과는 다르게 전투수영이 어렵고 힘들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특히 물속에서 총기를 들고 수영하는 것이 어색했는데, 그래도 군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거로 받아들였습니다. 옆에서 교수님들이 정확한 동작을 알려주신 덕분에 바로 현장에 투입돼도 될 만큼 실력이 늘었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육사는 지난해부터 1학년 생도 하계군사훈련 과정에 전투수영훈련을 도입했다. 또한 졸업 요건에 평영 200m 완주를 정해 두고 있어 생도들에게 수영 능력은 필수다.

박 교수는 “전장에서 다리나 보트로 도하할 수도 있지만, 그럴 수 없을 때 개인 수영 능력이 필수”라며 “생도 개인의 생존능력 구비와 더 나아가 타인의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1학년 생도들은 앞서 교내 양지관 수영장에서 영법 숙달 훈련으로 기본 실력을 쌓아왔다. 이외에도 인공호흡을 포함한 심폐소생술과 자세를 바로잡기 위한 지상훈련도 병행했다.

이번 훈련에는 학교 차원에서 철저한 준비 과정도 밟았다. 교육을 맡은 인원들은 수상안전요원 자격과정을 수료했고, 수영 능력을 키우고 임무를 확인하는 차원의 훈련 교수 전투수영 집체교육도 진행했다. 현장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구명튜브를 든 안전요원과 군의관을 배치하고, 자동제세동기(AED) 등을 갖춘 구급차량(AMB)도 대기했다.

 

 

훈련을 마친 생도가 다음 주자에게 모형 총기를 건네고 있다.
훈련을 마친 생도가 다음 주자에게 모형 총기를 건네고 있다.



전·평시 성공적 임무 완수 위해 최선

이외에도 육사 생도들은 3학년 이후로는 체력검정에서 특급 기준을 달성해야 하고, 태권도 1단도 따내야 한다. 또한 교육 강화와 동기부여 차원에서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와 손잡고 생도들이 평일과 주말을 이용해 수상구조사(라이프가드)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돕고 있다. 강한 체력이 뒷받침돼야 임무수행능력 역시 성장할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문준배(중령) 체육학처장은 “육사 체육교육의 중점이 과거 스포츠(운동) 수행 능력 향상에서 최근 임무수행에 필요한 신체적 역량 강화로 전환됐다”며 “전·평시 개인과 부대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도록 학교에서 기초를 탄탄하게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육사 생도들은 다음 달 10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학년별 하계군사훈련을 소화할 예정이다. 1학년은 수영훈련 이후 사격·10㎞ 급속 행군 등을 포함한 생도주도훈련과 각개전투·핵 및 화생방 훈련 등의 장병기본훈련을 진행하고, 유격훈련과 야전부대 체험(2학년), 공수기본 자격 강하(3학년), 도전형 군사훈련(4학년)도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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