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충돌 계획 없다면 보호받아야 할 민간인

입력 2024. 07. 19   17:13
업데이트 2024. 07. 2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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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도법 바로알기 - 민간인의 적대행위 직접 가담과 국제인도법 적용 

딸 구하려 무장한 채 테러리스트와 대치한 아빠, 민간인일까 전투원일까
자발적 인간 방패·전투 참여로 혼란 발생

보호 대상 여부 나라마다 해석 달리하자
ICRC, ‘직접 가담에 관한 해석 지침’ 발간
의심스러울 땐 일단 민간인으로 간주해야
직접 가담으로 전쟁포로…‘면책특권’ 없어

 

 


한 여자에게 국경 가까이 사는 딸로부터 전화가 왔다. “테러리스트가 집 바깥에 있다”는 딸의 절박한 목소리를 들은 그녀의 남편은 말릴 새도 없이 총을 챙겨 차를 몰고 딸의 집으로 떠났다. 그 집 지붕에서 하마스와 대치하던 남편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여전히 유해를 찾지 못했다.(조선일보, 6. 24.)

기사는 작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피습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제네바협약에서 민간인은 보호 대상이다. 그런데, 하마스와 대치하며 총을 든 아버지는 법적 신분이 민간인일까 전투원일까? 아버지는 민간인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답은 ‘적대행위에 직접 가담한 행위’를 판단하는 세 가지 요건에 달려 있다.

첫째, ‘피해의 임계치’ 요건으로 해당 행위가 무력 충돌 당사자의 군사작전이나 역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야 하며, 직접 공격으로부터 보호받는 사람이나 물자에 대해 사망, 상해 혹은 파괴 등을 유발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둘째, ‘직접적 인과관계’ 요건으로 구체적 행위와 피해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야 한다. 핵심은 ‘직접성’과 ‘인과성’인데 1)일반적인 전쟁 수행 행위 2)전쟁 지속 행위 3)일반적 역량 강화 행위는 직접적인 인과관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본다. 셋째, ‘교전 관계’ 요건으로 해당 행위는 구체적으로 계획된 것이어야 하는데, 이때 공격자는 충돌 당사자 일방을 지원하는 의도가 있어야 한다.

세 가지 요건을 적용하니 이 이야기의 아버지는 적대행위에 직접 가담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적대행위에 직접 가담한 민간인’으로 판단된 경우는 자발적인 인간 방패가 이슈가 된 2006년 이스라엘 대법원 사건 ‘Targeted Killings Case’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석 지침이 나오기 전까지는 민간인이 총을 들고 전투에 참여해 교란을 일으키는 경우 ‘회전문(revolving door) 메커니즘’을 적용했다. 다시 말해 낮에는 농부로, 밤에는 반군으로 싸우는 민간인의 우발적이고 산발적인 행동에 여전히 보호를 부여해야 한다고 권고했던 것이다.

 

 

이스라엘 경찰과 국방부가 진행하고 있는 ‘홈가드 캠페인’에 지원한 여성들. 출처=www.ynetnews.com/article/b1lafggwq
이스라엘 경찰과 국방부가 진행하고 있는 ‘홈가드 캠페인’에 지원한 여성들. 출처=www.ynetnews.com/article/b1lafggwq



반면에 민간인 스스로 자신이 적대행위에 가담한 상황에서 벗어나기로 선택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어떤 행동을 제시하기 전까지는 군사 목표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관타나모 판결(Al Ginco v. Obama 2009)에서 공개적으로 표명한 미국과 같은 나라도 있다. 민간인이 적대행위에 가담하는 경우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앞 사례와 같이 딸을 보호하기 위해 총을 들어야 하는 아버지가 가자지구 국경뿐만 아니고 국제적 또는 비국제적 무력 충돌이 있는 세계 곳곳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가담하는 경우도 늘어서 과거 개인으로 움직였던 용병이 지금은 기업화된 민간 군사 기업을 통해 무력 충돌에 개입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 2009년 발간된 ‘민간인의 적대행위 직접 가담에 관한 ICRC 해석 지침’이다. ‘직접 가담’이라는 용어는 제1추가의정서 제51조 3항과 제2추가의정서 제13조 3항에 ‘민간인들은 적대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아니하는 한, 그리고 그러한 기간 동안 본 장에 의해 부여되는 보호를 향유한다’고 규정한 것에서 기인한다. 직접 가담의 주체는 민간인인데 가담 여부에 따라 보호받는 민간인과 그렇지 않은 민간인으로 구분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직접 가담’과 ‘그러한 기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정의 규정이 제네바협약에 없다 보니 국가는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것이 ICRC가 지침을 제정한 이유다.

민간인은 ‘구별의 원칙’에 근거해 군사 목표물이 되지 않음으로써 보호받을 수 있는데, ‘적대행위에 직접 가담한 경우’ 이러한 보호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제1추가의정서 50조 1항은 “어떤 사람의 민간인 여부가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민간인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한다. 즉 명확한 반대 증거가 제시될 때까지는 민간인으로 인정하도록 해석하지만, 공격자 입장에서는 총을 들고 있는 민간인 의도를 구분하기는 어려우므로 그만큼 스스로 공격받을 가능성을 높인 셈이다. 또한, 이미 ‘직접 가담하는 동안’ 위반한 국내법과 국제법에 대한 기소(반역죄, 방화 및 살인 등)는 피할 수 없다. 또한 공격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전쟁포로 지위(제네바 제3협약 제4조)를 부여받더라도 전투원의 특권이 없기에 추후 국내 형사소추로부터 면책특권을 누릴 수도 없게 된다.

ICRC의 해석 지침은 각국의 군 매뉴얼을 수집하고 위원회에서 논의한 끝에 제시한 것으로 각 국가에서 존중되고 있다. 민간인이 적대행위에 가담하는 것은 처음에는 의로워 보이겠지만 ‘구별의 원칙’에 큰 혼란을 주며, 이러한 결과 적국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악용하는 사례가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러시아·우크라이나의 무력 충돌에서 나타났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구별의 원칙’에 입각해 군대 일원도 아니고 국민 총소집령에 응한 자도 아니라면 모두 민간인이고 적대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는 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 박지현은 영산대학교 법학과 교수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법학석사, 연세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제인도법 최고 권위 학술지 ‘국제적십자 리뷰’의 우리나라 최초 편집위원으로 대한적십자사 인도법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 박지현은 영산대학교 법학과 교수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법학석사, 연세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제인도법 최고 권위 학술지 ‘국제적십자 리뷰’의 우리나라 최초 편집위원으로 대한적십자사 인도법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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