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인·태 지역 연계 뚜렷…IP4 협력 확대하기로

입력 2024. 07. 19   15:22
업데이트 2024. 07. 2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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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이슈 돋보기 - 2024 나토 정상회의 결산

우크라 문제 ‘최우선 안보 현안’ 재확인
G7 이어 연 400억 유로 군사 지원 발표
中 러시아 침공의 ‘결정적 조력자’ 규정
자체 방위력 강화 통해 억제력 높이기로
미 트럼프 재집권 조짐에 불안감 고조
대서양 동맹 본질적 과제 해법 못 찾아
우크라 관여 확대할지 딜레마도 여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 안보의 상수가 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한 서방의 대응을 결산하는 2024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가 7월 초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됐다.

무엇보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창설 75주년을 맞아 열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노르망디 80주년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 지난 6월부터 이어진 서방 측 메가 외교 행사를 마무리하는 행사로서 대서양 동맹의 결속을 보여준 기회가 됐다.

하지만 수세에 몰린 우크라이나 전황과 미국·유럽 정치권의 리더십 위기 등 대서양 동맹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이 녹록지 않으면서 이번 정상회의는 불확실성 속에서 동맹의 의미와 미래를 묻는 시험대가 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나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한편 지난 6월의 러·북 정상회담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 안보에서 지니는 함의가 더욱 커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우리에게도 큰 시사점을 제시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워싱턴 선언은 우크라이나가 최우선 안보적 현안임을 재확인시켰다. 더불어서 러시아 위협, 러시아 지원 세력에 대한 경고, 동맹의 억제력 강화를 담은 항목은 나토의 전략환경 인식 및 대응 방향을 보여줬다.

특히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러시아를 ‘가장 중대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명시했다. 핵·우주 분야에서 전략적 안정성을 저해하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위협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나토는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할 수 있던 배경에 중국·북한의 지원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들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먼저 ‘무제한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지난 3년간 러시아와의 교역을 큰 폭으로 확대한 중국을 러시아 침공의 ‘결정적 조력자’로 규정했다. 이중용도 물품 이전을 포함한 모든 물질적·정치적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중·러 밀착이 전쟁 장기화로 이어져 유럽 안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인식이 대중국 비판에 투영된 것이다.

나토는 탄약과 탄도미사일을 러시아에 제공한 북한에 대해서도 국제 비확산 체제를 흔드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경고했다.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나토는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어 나가는 동시에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 파트너(IP4)’와의 협력을 확대하면서 억제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첫째,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재확인하면서 군사 지원과 나토 가입 등 의미 있는 조치를 발표했다. 무엇보다 상당한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확정했다. 6월에 발표된 G7의 500억 달러 재정 지원에 더해 연 400억 유로의 군사 지원을 이어 나가겠다는 내용이다. 나토는 이를 ‘최소 기준’으로 설정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지원의 예측성을 높이고자 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서도 ‘불가역적 경로’에 있다고 규정하는 진전된 입장을 보여주면서 우크라이나가 유럽·대서양 공동체의 일원임을 강조했다.

덧붙여 우크라이나군의 열세를 상쇄하기 위해 F-16과 패트리어트를 비롯한 공중·방공 자산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조율하고, 양측 상호운용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나토·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및 훈련 본부(NSATU)’와 ‘나토·우크라이나 합동 분석·훈련·교육센터(JATEC)’를 설립하기로 했다.

둘째, 나토는 자체 방위력 강화를 통해 동맹 차원의 억제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23개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대 방위비 지출을 달성할 예정인 점을 동맹의 주요 성과로 자평했다. 자체 방위산업 육성을 주요 기조로 하는 ‘방산 역량 확대 선언’도 채택했다. 이와 별도로 이번 정상회의 때 미국과 독일은 SM-6 함대공 미사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을 2026년부터 독일에 단계적으로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과거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체제에서는 추진하기 어려웠던 사항으로 통합 억제 강화를 통한 유럽 방어 의지를 보여줬다.

셋째, 나토는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 간 연계성이 더욱 뚜렷해진 안보 환경에서 IP4 국가들과의 협력을 가치 연대의 핵심으로 규정하면서 더욱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자체 역량 제약을 극복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양측은 우크라이나 지원, 인공지능, 사이버 안보, 허위 정보 대응 분야를 중점협력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을 포함한 IP4 국가들이 2022년부터 3년 연속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되면서 양측의 협력은 제도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2025년도 미국 신행정부 출범 등으로 적지 않은 변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2024 나토 정상회의는 트럼프 리스크로 대표되는 미국 변수를 최소화하면서 동맹 차원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지속되는 데 일정 부분 성과를 달성했다.

하지만 대서양 동맹이 대응해야 할 보다 본질적인 과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적절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우선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두드러진 미국 변수는 대서양 동맹의 미국 중심성을 재확인시켰다. 이는 미국·유럽 간 비대칭성에 기인해 쉽게 극복할 수 없는 사안이다. 양측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방안은 나토의 유럽 동맹국이 유럽 방어를 주도한다는 기조하에 자체 방위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이 이를 위해 충분한 정책 의지를 적시에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전략이 갖는 딜레마가 커졌지만, 이를 해소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도전적 상황이다. 그간 서방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확대하면서도 직접 관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위험 부담을 최소화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지속 역량을 뒷받침하는 효과를 달성했다. 하지만 전쟁의 장기화로 우크라이나와 지원 세력에 어려움이 가중됐다. 그 결과 서방은 전황의 반전을 위해 일정 수준의 확전 부담을 무릅쓰고 관여를 확대해야 할지를 놓고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이는 전쟁 수행 방식을 둘러싼 서방 진영 내 이견, 서방·우크라이나 간 갈등, 그리고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을 초래할 개연성이 크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내정자를 비롯한 차기 서방 지도부에 더욱 막중한 책무가 부여됐음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기회와 위험이 혼재하는 도전적 안보 환경을 헤쳐나가는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노인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노인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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