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아랍에미리트 연합 과학화전투훈련
5층 규모 건물서 대항군 소탕
산속에 숨어든 적과도 조우전
한·미·UAE 장병 등 3000명 투입
마일즈 장비·과학화 훈련 체계 활용
근접전투기술·합동작전 수행력 강화
육군과학화전투훈련장에 우리 육군, 미군, 아랍에미리트(UAE)군 3개국 장병이 모였다. 미국·UAE군이 각각 우리 군과 깊은 유대를 맺은 지 꽤 됐지만, 세 나라 장병이 함께 모여 훈련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우리 육군의 첨단 과학화전투훈련(KCTC) 장비를 활용한 6보병사단 초산여단,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스트라이커대대, UAE 보병중대가 하나 돼 거친 산세를 누비는 현장을 찾았다. 글=조수연/사진=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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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국 첫 호흡에도 물 흐르듯 적 제압
지난 16일 육군과학화전투훈련장. 5층 규모 건물에 미 스트라이커대대 장병들이 매서운 기세로 진입했다. 1층 격실에 숨어든 대항군을 모두 소탕하자 수신호를 받은 초산여단 장병들이 2층으로 뛰어 올라가 적을 격멸했다. 한미 장병들은 전 층에 포진한 적을 물 흐르듯 교차해 가며 제압한 뒤 다시 산속으로 사라졌다.
산으로 온 한미 장병은 곳곳에 숨은 적과 조우전을 거듭하며 소부대 근접전투기술을 익혔다. 단 열 발자국 앞에서 적의 총성이 울리자 나무와 돌 뒤에 교차 엄폐한 연합팀은 망설임 없이 수십 발의 사격을 퍼부으며 대항군을 제거했다.
이번 훈련은 초산여단과 미·UAE 장병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여기에 5군단 공격헬기중대·기동헬기중대와 육군사관학교 생도 230여 명, 육군부사관학교 초급리더과정 교육생 200여 명 등 총 3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이 훈련에 투입됐다.
훈련에 참가한 장비 역시 막강했다. 우리 군은 K1E1 전차·K200 장갑차·K55A1 자주포, 공격·기동헬기, 드론 ·무인기 등을 투입했다. 그레이 이글, 블랙호크, 스트라이커 장갑차 등 미군이 자랑하는 200여 대의 전투장비도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육군은 이번 훈련에 마일즈 장비와 과학화 훈련 체계를 지원해 실전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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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조건 속에 공격·방어작전 강도 높게 훈련
미군은 2011년부터 한미연합 상호운용성을 기르기 위해 과학화전투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UAE군의 과학화전투훈련 참가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지난해 소대급 훈련 참가 이후 훈련 성과를 확인하고 올해는 중대급으로 확대해 참가했다.
그동안 우리 군은 미군·UAE군의 각자 연합훈련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 훈련은 세 나라 장병이 같은 전장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며 다국적 연합·합동작전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훈련은 무더위와 장마 등 악조건 속에서 공격·방어작전이 각각 무박 3일씩 강도 높게 이뤄졌다. 드론·전차·자주포·헬기 등 각종 첨단장비와 기갑·기계화 무기체계 등을 대규모 투입해 장병들이 어떤 작전환경에서도 싸워 이길 수 있는 실전감각을 길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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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적 수준의 상호운용성 높여”
세 나라가 처음으로 과학화전투훈련을 함께한 것은 우리 육군의 군사외교가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육군은 국내 연합훈련을 지난해 150여 건에서 올해 200여 건으로 대폭 늘려 시행 중이다.
각종 무기를 수출하고 우리 특전사를 파병해 훈련을 제공하고 있는 UAE와의 접점도 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무함마드 빈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의 지난 5월 방한으로 한·UAE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돈독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 군에게는 한국군 여단장이 미국군과 UAE군을 직접 작전 통제하며 작전능력과 협력관계를 키우는 좋은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실제 전투상황에서 여단장 중심의 전투수행능력을 강화하는 데 훈련의 중점을 뒀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6사단 장병들은 전문대항군연대와 쌍방 자유기동식으로 교전하며 다국적군과의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크게 높였다.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조슈아 실버(미 육군 중령) 대대장은 “험난한 산악지역과 기상 등 혹독하고 몰입도 높은 훈련장에서 연합훈련을 하며 전술적 수준의 상호운용성을 높이고 전투준비태세를 갖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무현(대령) 초산여단장은 “이번 훈련은 적보다 강한 전문대항군과 전례 없는 폭염,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장마 등 어려운 여건에서 싸운 전투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단전투단에 편성된 우리 군과 미군·UAE군이 하나 돼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향상하고 승리를 향해 최선을 다한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육군참모총장 훈련장 찾아 장병 격려
이번 훈련의 중요성에 주목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도 지난 11일 훈련장을 찾아 세 나라 장병들을 격려하고 연합·제병협동훈련 등 발전 방안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박 총장은 “과학화전투훈련장은 적이 있는 전장을 체험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실전적 전투훈련장”이라며 “특히 이번에는 미 대대급, UAE 중대급 규모가 최초로 함께 참가해 다국적 연합훈련 형태로 진행하는 만큼 훈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연합작전수행능력을 극대화하고, 상호 간 전사적 기질을 함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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