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해 거짓말·음모론…사회 혼란·국론분열 노려

입력 2024. 07. 17   16:07
업데이트 2024. 07. 1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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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무기와 미래 전쟁 -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회색지대 전략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미수 사건 후
‘연출·각본·자작극…’ 해시태그 유행
국가 통제력 약화시켜 정부 전복 목표
스마트폰·SNS 일상화로 급속 확산
인지전 대항 가장 강력한 무기는 진실

 

지난 13일 벌어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암살미수 사건으로 인해 러시아와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암살미수 사건 이후 지지자들 앞에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 13일 벌어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암살미수 사건으로 인해 러시아와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암살미수 사건 이후 지지자들 앞에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벌어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암살미수 사건으로 인해 러시아와 중국의 회색지대(Gray Zone Strategy) 전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회 혼란과 국론분열을 목적으로 SNS를 통해 출처 불명의 거짓말과 음모론이 살포되는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련의 거짓말과 음모론의 확산이 일개 개인의 일탈 행위가 아닌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라는 것이다. 


혼란 일파만파 확산

지난 13일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현장에서 총격을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총격을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적적으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사선에 있던 지지자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암살을 시도한 범인 역시 현장에서 사살됐다.

문제는 경호 실패 논란과 함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정황증거가 계속 밝혀지면서 음모론과 거짓뉴스가 들불처럼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X(구 트위터) 등 SNS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살미수 사건 이후 ‘연출’ ‘각본’ 등을 뜻하는 해시태그(#Staged)가 유행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를 자처하는 일부 X 계정에서는 귀에 묻은 피가 가짜이며, 총격은 자작극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암살미수 이후 촬영된 보도사진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트럼프 대선후보가 피를 흘리면서도 결연한 표정으로 주먹을 번쩍 들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완벽하다는 것. 특히 배경에 휘날리고 있는 성조기와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은 미국의 대선 판도를 뒤흔들 완벽한 선거용 사진이라는 비난도 계속되고 있다.

한편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2020년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추종 극우 음모론 집단 ‘큐어논(QAnon)’을 중심으로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이들은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을 예로 들며 민주당 출신 전임 대통령과 고위 관련자들이 이번 암살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마이크 콜린스 공화당 하원의장 같은 정치인들이 가세하면서 혼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누구를 위한 혼란인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미수 사건 이후 캐시 파텔 전 국방장관 대행 비서실장 등이 나서 “추측과 거짓정보를 퍼트리는 이들은 우리의 관심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지지자들의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국가안보기관 관계자들도 다양한 소통수단을 활용해 SNS를 통해 확산하고 있는 음모론과 가짜뉴스에 동요하지 말고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혼란이 쉽게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거짓말과 음모론을 통해 누군가 조직적으로 여론을 선동하는 증거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진행 중인 여러 논란이 국가 간 전쟁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가정하면 더 쉽고 명쾌하게 설명되는 부분도 있다. 우리는 이미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만에 대한 중국의 정치·외교적 압박을 통해 인터넷과 가상공간에서 벌어진 비슷한 사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선의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을 격려하는 젤렌스키 대통령. 그의 활동은 러시아의 회색지대 전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사진=우크라이나군 합동군 페이스북 계정(facebook.com/GeneralStaff.ua)
전선의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을 격려하는 젤렌스키 대통령. 그의 활동은 러시아의 회색지대 전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사진=우크라이나군 합동군 페이스북 계정(facebook.com/GeneralStaff.ua)

 


회색지대 전략과 혼합형 전쟁

사실 가짜뉴스의 확산을 통해 정보를 교란하고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회색지대 전략’(Gray Zone Strategy)과 ‘혼합형 전쟁’(Hybrid War) 수행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회색지대 전략이란 점진주의(gradualism)와 모호함(ambiguity)을 바탕으로 낮은 수준의 군사적 도발을 반복해 상대방의 대응을 무력화하고 정치·외교·군사적 목표를 달성하는 계획된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전쟁도 아닌 평화도 아닌 모호한 상황에서 국제 관습, 규범 또는 법률의 권위에 도전하고 위반하는 행위가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회색지대 전략을 구사하는 주요 국가로는 중국과 러시아, 이란, 북한 등이 있다.

한편 회색지대 전략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이라면 혼합형 전쟁은 정규전과 비정규전, 선전전, 사이버전 등이 복합적으로 진행되는 형태의 전쟁 개념을 의미한다.

혼합형 전쟁은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전투가 중심이 되는 재래식 전쟁과 달리 영역과 공간을 특정하지 않지만, 국가적 역량이 총동원되는 총력전과는 구분된다. 러시아는 신세대 전쟁(New Generation Warfare)이라 부르며 ‘선전포고 없이 이루어지는 정치·경제·정보·기타 비군사적 조치를 현지 주민의 잠재적 저항 의지와 결합한 비대칭적 군사행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정보화 사회의 취약점을 공격한다

회색지대 전략을 실행하는 단계로 인지전(Cognitive Warfare)과 가짜 깃발 작전(false flag operation) 등이 있다.

특히 인지전은 가짜뉴스와 음모론 등을 확산시키고 사람들의 확증 편향을 자극해 국론을 분열시키거나 여론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인지전의 목표는 불신과 혐오로 사람들을 선동해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목표로 하는 국가 정부의 통제력을 약화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정부를 전복시키는 것이다.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막대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므로 대응이 쉽지 않으며 막상 진실이 확인되어도 또 다른 의혹과 선동으로 혼란을 가중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특히 스마트폰의 보급과 SNS의 일상화로 가짜뉴스를 조작하는 세력이 만들어낸 대량의 가짜 계정을 통해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다. 참고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후해 회색지대 전략을 실행하고 그 효용성을 직접 검증한 바 있으며 중국과 이란 역시 미국의 혼란이 자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상황이다.


여론 하나로 모으는 것이 승리의 기본

가짜뉴스와 SNS를 중심으로 하는 인지전에 대항하는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진실이다. 그리고 대통령과 정부 수반의 진정성 있는 행동을 통해 여론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야말로 승리를 위한 가장 기본이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의 무력 침공 직후 가짜뉴스와 SNS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의 기만전술로 인해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의 일방적인 패배로 전쟁이 끝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불리하지만 정확한 상황을 알려 우크라이나 국민의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군대는 러시아군의 침공에 맞서 싸우고 있으며 가짜뉴스에 선동되지 말고 정부와 군의 공식 발표를 믿으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했다. 그리고 러시아의 DDoS 공격으로 인해 인터넷 접속이 끊어지는 악조건 속에서도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고 지금까지 계속 항전할 수 있었다.

암살미수 사건 이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적극적인 화합과 단결을 강조하는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진실은 가장 강력한 무기이며 큰 싸움을 앞두고 적 앞에서 분열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동은 없기 때문이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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