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선량한 그 농부 심고 캐고 키우는 건?

입력 2024. 07. 12   15:08
업데이트 2024. 07. 1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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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그들이 온다 - 군사기지 주변을 사수하라

미국 내 19개 주요 군사기지 주변의 중국인 소유 농지
중 기업·개인 소유 미국 내 토지
전체 외국인 소유분 0.3% 불과한데
군사기지 19곳 주변 농장에 집중
“레이다 등 이용 첩보 수집 기지 구축”
미, 적성국 농지매입 불허 법안 의결
한국도 외국인 투자 제한 강화해야

지난 6월 20일 미국 일간지 뉴욕포스트는 중국의 기업과 개인이 미국 내 주요 군사기지 19곳 주변에 땅을 소유하고 있으며, 첩보활동 기지로 사용될 수 있어 심각한 안보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군사기지와 중국인 소유 토지 위치를 상세하게 표시한 지도까지 공개하며, 미국 내 중국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미국 언론들이 중국의 미국 내 토지 매입에 우려를 제기한 것은 수차례 있었지만, 구체적인 위치까지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내 19개 주요 군사기지 주변의 중국인 소유 농지. 출처=뉴욕포스트
미국 내 19개 주요 군사기지 주변의 중국인 소유 농지. 출처=뉴욕포스트



지도에는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있는 하와이 오아후섬에서부터 미 육군 특수작전 사령부가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리버티 기지까지 19개의 미군 기지와 중국이 소유한 토지의 위치가 표시돼 있다. 뉴욕포스트는 “중국이 전략적으로 군사기지 주변 농장을 사들여 위장된 첩보수집 기지를 구축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포트 리버티 기지는 합동특수작전사령부(JSOC)뿐 아니라 18공수군단, 82공수사단 등이 주둔하고 있어 미군 공수부대와 특수전 부대의 요람으로 알려져 있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있는 캠프 펜들턴 기지는 해병대 제1원정군 사령부와 해병 1사단의 주둔지이고, 플로리다주 탬파에 있는 맥딜 공군기지는 중부군사령부와 특수작전 사령부(USSOCOM)가 있는 곳이다. 미국 내 외국인 토지소유 비율만 보면 중국은 18위로 전체 외국인 소유분의 0.3%에 불과하며, 1위인 캐나다(31%)나 후순위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영국, 독일 등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고, 대다수가 미군기지 주변에 있다는 것이 문제다. 토지를 매입한 소유주도 의심스럽다고 한다.

신장 위그르자치구에서 식당과 부동산 개발사업을 통해 성공한 쑨광신은 중국군 장교 출신으로 2015년 갑자기 텍사스주 래플린 공군기지 인근에 14만 에이커의 토지를 매입, 풍력발전소를 짓겠다고 했다. 결국 텍사스주 의회는 군사시설 보호 및 전력망 교란 우려 등 국가안보를 이유로 이 프로젝트를 금지시켰다. 2022년 노스다코타주 그랜드폭스 공군기지 인근에 땅을 매입해 농산물 가공 공장을 짓겠다고 한 푸펑그룹 역시 미 공군의 전략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RQ-4)를 운용하는 비행단 근처에 땅을 매입했다.

중국 기업이나 개인이 소유한 부동산은 군 기지에서 수㎞ 또는 수십㎞ 떨어진 거리에 있어 레이다, 적외선장비, 드론, 도청장비 등을 이용하면 군부대 동향을 상세히 감시할 수 있고, 전파수집 및 발생장치 등 전자전 장비를 설치하면 신호정보(SIGINT) 수집뿐 아니라 유사시 통신을 방해(Jamming)해 부대를 마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미국 의회는 이미 작년 7월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적성국 국민이나 기관이 미국 농지를 매입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텍사스주를 포함한 많은 주에서도 적성국(Hostile Nations) 국민이나 기관의 농지 매입을 금지한 상태다.


암호화폐 채굴 시설도 국가안보 위협 

지난 5월 13일 뉴욕타임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와이오밍주 프란시스 워런 공군기지에서 불과 1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중국 암호화폐 채굴업체에 시설폐쇄 및 토지매각과 장비철수를 요구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명령은 해당 중국 채굴회사와 인접한 위치에서 국방부를 지원하는 데이터센터를 운용 중인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해당 시설이 정보수집공작에 활용될 수 있다며, 외국인투자의 국가안보상 문제점을 심사하는 연방위원회(CFIUS)에 심의를 요청한 것에 따른 것이다.

워런 기지는 미국의 3대 전략 핵미사일 기지 중 하나로 대륙간탄도탄(ICBM)을 운용하는 제90 미사일 항공단이 주둔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고성능 컴퓨터 등 대규모 장비들이 스파이 행위에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CFIUS는 구체적인 위협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2022년 8월 MS가 제출한 16쪽짜리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화된 암호화폐 채굴 능력을 갖춘 고성능 컴퓨터들과 확인되지 않은 숫자의 중국인 직원들로 구성된 이 회사가 MS의 데이터센터와 경계를 맞대고 있고, 미국 3대 전략핵미사일 기지가 인근에 있다는 것은 중대한 국가안보 위협 요소”라고 분석했다. 정보수집뿐 아니라 대규모 창고와 컨테이너에 채워진 특수 컴퓨터 등 장비들로 막대한 전기를 소모해 전력망에 강한 스트레스를 주고, 이를 활용해 대규모 정전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 내 대부분 암호화폐 채굴장비는 중국 비트메인사의 제품인데 2017년과 2019년에는 백도어를 심어두고 몰래 원격 작동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이들 채굴소는 전기 배전업체와 디지털 방식으로 연결돼 있는데, 잘못 운영할 경우 중요 시스템에 침투할 수 있어 해킹 위험성이 크고, 전력량 조절을 통해 대규모 정전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17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장실(ODNI)은 작년 실시한 연례 위협평가에서 중국이 미국과 심각한 분쟁 국면에 임박한 상황이 되면 미국 본토 내 주요 기간시설에 잠복하고 있는 해킹 프로그램이나 첩보기지 등을 활용해 사이버 공격을 할 것이 확실하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안보상 민감 시설 주변 방첩활동 필요 

우리나라에서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라 보호구역을 설정해 개발 제한 및 출입, 촬영, 측량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고려 사항은 군사작전의 원활한 수행이나 사격 등 위험 요소로부터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스파이 활동으로부터 시설과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적 장치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반면 미국은 외국인의 미국 내 투자를 국가안보 목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외국인투자 및 국가안보법’(FINSA Foreign Investment and National Security Act 2007)과 이를 강화한 ‘외국인투자위험 심사현대화법’(FIRMA 2018) 등 법령이 잘 정비돼 있다. 또한 관련 사항을 심사함에 있어서도 재무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국무, 국방, 법무, 상무 등 9개 부처의 장관과 국가정보장(DNI)까지 참여하는 외국인투자 위원회CFIUS(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SA)를 두고 부동산 거래를 포함한 모든 외국인 투자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검토하는 정교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모든 외국인 투자에 대한 국가안보 목적의 검토와 제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주요 시설 주변 토지나 건물 등에 대해서는 단순한 인적 정보활동(HUMINT)뿐만 아니라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파이 활동까지 고려한 방첩 측면의 검토를 해야만 한다.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 대한 과도한 우려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방첩은 늘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의 위협 가능성을 찾아내고 차단해야 하는 것이다. 상식 범위에 머물거나 상식에 기반한 여론에 압도돼 임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사전에 정보가 있었음에도 “실행 가능성이 낮다”며 하마스의 능력을 무시한 이스라엘 정보기관처럼 한순간의 정보 실패로 전 국민의 생명과 국가 존립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배정석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국가정보원에서 방첩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 국제정보사학회와 한국국가정보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 배정석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국가정보원에서 방첩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 국제정보사학회와 한국국가정보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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