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맞붙었다…승리를 거머쥐었다

입력 2024. 07. 05   17:34
업데이트 2024. 07. 0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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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55보병사단, 조우전 최우수중대 선발전

기동중대·보병중대 두 개 편제로 나눠 갈고닦은 전투기량 겨뤄
개활지 극복법·방어선 구축 등 상황마다 번뜩이는 전략 쏟아져
산성여단 구리·남양주대대, 쌍마여단 기동중대 ‘최강자’ 등극
사단 특성에 맞는 교육훈련 방안 정립 등 끊임없는 노력 빛나


숨소리도 내기 힘들 만큼 가득한 긴장감.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적을 경계하는 날카로운 눈빛까지. 1년여에 걸쳐 교육훈련모델을 정립하고, 다양한 상황에서의 훈련으로 조우전 능력을 극도로 끌어올린 장병들이 실전과 똑같은 환경에서 그간 갈고닦은 기술을 마음껏 뽐냈다. 육군55보병사단의 조우전 숙달 및 전투력 증진을 위한 최우수중대 선발전 현장이다. 배지열 기자/사진 제공=김윤수 군무주무관

 

지난 4일 육군특수전사령부 비호부대 도시지역훈련장에서 진행된 55보병사단 최우수중대 선발전 보병중대 결승전에서 공격팀 장병이 목표물을 획득한 뒤 포효하고 있다
지난 4일 육군특수전사령부 비호부대 도시지역훈련장에서 진행된 55보병사단 최우수중대 선발전 보병중대 결승전에서 공격팀 장병이 목표물을 획득한 뒤 포효하고 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교전...전쟁 영화 보는 듯

“뛰어! 뛰어!” “안에 있어, 들어가!” 마치 전쟁 영화를 보는 것처럼 고성과 사격음이 빗발치는 이곳은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비호부대 도시지역훈련장. 지난 4일 육군55보병사단이 주최한 조우전 전투능력 향상과 부대 전투력 증진을 위한 최우수중대 선발전 결승이 벌어졌다.

지난 2일 막을 올려 사흘간 진행된 이번 대회는 그동안 부대별로 수립한 조우전 전략과 번뜩이는 상황별 대처법으로 보는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평시 편성에 따라 기동중대와 보병중대로 편제를 나눈 가운데, 여단 및 기동대대에서 선발된 기동중대 6개 팀과 보병중대 9개 팀이 출사표를 던졌다.

장병들은 마일즈 장비를 착용하고 교전수칙에 따라 치열하게 맞붙었다. 공격팀은 2개의 목표를 탈취하고, 방어팀은 이를 막는 방식으로 20분씩 번갈아 임했다. 목표 탈취 개수와 사망자 수를 비교해 최종 승리 팀을 가렸다.

“5, 4, 3, 2, 1, 교전 시작!” 감독관의 외침과 함께 보병중대 결승이 포문을 열었다. 전날까지 내린 비로 훈련장 곳곳에 만들어진 물웅덩이와 질어진 흙바닥도 장병들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공격팀 소수의 인원이 한쪽으로 기동하면서 주의를 끈 사이, 나머지 인원들이 반대 방향으로 파고들면서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정신을 못 차리게 할 정도로 많은 총성이 오간 치열한 교전이 반복되면서 사망 판정을 받은 장병들이 하나둘 훈련장을 빠져나왔다. “사망, 사망.” 반복되는 기계음은 더욱 아쉬움을 곱씹게 했다. 결국 1차전은 공격팀이 목표 1개만을 확보한 가운데 전원 사망하면서 막을 내렸다. 진영을 바꿔 진행한 2차전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지만, 방어팀이 1차전보다 더 많은 생존 인원으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장병들은 훈련장 내 지형지물을 활용해 은·엄폐 사격하거나 숨은 적을 색출해 저격하는 등 실제 전장과 같은 긴박한 전투를 벌였다. 공격팀은 상대적으로 방어팀의 사격을 받기 쉬운 개활지 극복법이, 방어팀은 사방에서 파고드는 공격팀의 전진을 막아내는 비책이 관건이었다.


한 장병이 목표물을 향해 돌격하고 있다.
한 장병이 목표물을 향해 돌격하고 있다.


이어진 기동중대 결승전은 한층 큰 긴장감과 전에 못 본 전략들이 선보였다. 1차전 방어팀은 교전 시작 이후 오히려 앞쪽으로 전진해 방어선을 구축했다. 결국 공격팀은 최종 생존자가 교탄 부족으로 퇴장하며 패배를 맛봤다.

공격팀 마지막 생존자였던 용성여단 기동중대 윤태섭 상병은 상기된 얼굴로 아쉬움을 토로했다.

“2인 1조로 움직이다가 무전 응답이 없어서 혼자 남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래도 혼자라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탄만 더 있었으면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진영을 바꿔 벌어진 2차전에서는 연막탄을 터뜨리면서 한쪽으로만 돌격한 공격팀의 전략이 번뜩였다. 후방에 남은 한 명이 방어팀의 위치와 상황을 알려주면서 원활한 기동을 도왔다. 결국 2개의 목표를 모두 따내면서 우승을 확정하자, 장병들은 서로 얼싸안고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기쁨을 나눴다.

보병중대 우승을 차지한 산성여단 구리·남양주대대 장병들이 승리의 함성을 외치고 있다.
보병중대 우승을 차지한 산성여단 구리·남양주대대 장병들이 승리의 함성을 외치고 있다.


훈련·대회로 체득하는 조우전의 중요성

이날 우승의 영광을 차지한 부대의 지휘관들은 “조우전 대비 훈련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전시 도시지역작전에 투입됐을 때 어떠한 상황에서 적을 만나더라도 확실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도 했다.

보병중대 부문 우승부대인 노승재(대위) 산성여단 구리·남양주대대 2중대장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처음에는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었는데, 훈련하면서 점차 많은 걸 느끼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본적으로 총기를 다루는 기술과 끈끈한 팀워크가 필수라고 본다”고 밝혔다.

기동중대 중 최강자의 자리를 차지한 최원균(대위) 쌍마여단 기동중대장도 “파지법·주법 등 사소해 보이는 것이라도 기본적인 것부터 몸에 익도록 준비해야 갑작스럽게 맞닥뜨릴 조우전 상황에서 반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야간훈련까지 하면서 준비한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게 최선을 다해준 전우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임수(앞줄 왼쪽 넷째) 육군55보병사단장과 참모진이 지난 5일 사단 사령부에서 기동중대 우승을 차지한 쌍마여단 기동중대 장병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임수(앞줄 왼쪽 넷째) 육군55보병사단장과 참모진이 지난 5일 사단 사령부에서 기동중대 우승을 차지한 쌍마여단 기동중대 장병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아쉽게 우승 타이틀을 놓친 부대들도 훈련 효과만큼은 톡톡히 봤다. 대회를 준비하고, 치르는 과정에서 훈련의 효과를 확인했고 이를 보완할 부분까지 알게 되는 값진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기동중대 부문 2위에 오른 정현지(대위) 용성여단 기동중대장은 “조우전이 소부대 단위 전술인 만큼 전원이 전술관을 공유하고, 수신호나 용어도 통일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이러한 대회를 만들어 부대의 전투력 상승과 동기부여 계기를 만들어주신 사단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결승전을 앞두고 전술토의를 하는 장병들.
결승전을 앞두고 전술토의를 하는 장병들.


1년 전부터 준비한 조우전 교육훈련모델 빛 본다 

사단은 그동안 부대의 작전 환경을 고려해 전·평시 도시지역전투 작전수행능력 구비를 위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2023년 8월에 최초로 교육훈련모델 정립 소요가 제기됐고, 이후 연구자료 수집 및 시범식 교육을 거쳐 전투기술 지침서를 발간하고 영상과 교보재를 자체 제작해 배포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특히 올해 전반기에는 사단장·지상작전사령부 부사령관 주관 아래 시범식 교육 및 근접전투기술, 사격 방법 등에 대한 현장 토의를 거쳐 사단의 임무와 특성에 맞는 교육훈련 방안을 정립했다.

또한 사단 자체 소집 교육으로 약 40명의 교관을 양성하는 등 대대 단위 자체적인 조우전 대비 작전수행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틀을 갖췄다. 이외에 사단 기동대대는 미8군 탱고경비중대와의 한미연합훈련을 비롯해 특전사, 해군특수전전단(UDT), 경찰특공대 등 다양한 부대 및 기관과 전투기술 교류를 하면서 한층 더 발전된 임무수행능력을 쌓아왔다.

이번 대회를 준비한 김덕준(중령) 교육훈련참모는 “조우전은 지금부터 숙달하지 않으면 전시에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그간 효과적인 수행 방안을 모색하면서 대회까지 치르게 됐다”며 “전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도시지역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우리의 능력이 한 단계 올라섰다는 자신감이 들고, 앞으로도 부대 특성에 맞게 실전적이고 다양한 교육훈련 붐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단은 이번 선발전 외에도 봉화 베스트 워리어 선발전, 산악지역전투 최우수중대 선발전 등 부대 특성을 고려한 훈련으로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 적을 만나도 응징할 수 있는 군사대비태세를 확립해 나갈 계획이다.

이임수(소장) 사단장은 “사단 작전 환경 고려 시 도시지역 근접전투기술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최우수중대 선발전을 통해 우리 장병들이 더욱 자신감을 얻게 됐고, 사단은 ‘즉·강·끝’ 태세를 더욱 견고하게 갖추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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