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눈으로 전장을 보다

입력 2024. 07. 02   16:51
업데이트 2024. 07. 0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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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주 중위 육군3군단 1산악여단
정혁주 중위 육군3군단 1산악여단



최근 우리 1산악여단은 미 해병대가 최초로 참가한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훈련에서 전문대항군연대의 지원부대로 함께했다.

처음 KCTC 대항군 지원이 계획됐다는 것을 듣고 기대보다는 부담감이 컸다. KCTC 훈련을 직접 경험해 본 적도 없었고, 엄청난 정신적·육체적 에너지를 요구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군 유일의 산악여단으로서 산악 친숙화와 같은 강도 높은 체력단련을 해 왔지만 새로운 작전환경과 익숙지 않은 장비로 인해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미 해병까지 참가하는 훈련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적보다 강한 적, 적보다 지독한 적’이 돼 ‘실전보다 더욱 실전 같은 전장’을 구현해야 했다. 대항군 협조토의에서 대항군연대가 그리는 북한군 전술을 이해할 수 있었고, 우리가 속한 대대와 중대가 목표하는 바를 알게 됐다. 아행동, 적행동을 반대로 생각하는 워게임은 매우 값진 경험이었다.

실전은 생각보다 훨씬 혹독했다. 생사를 넘나드는 결정적인 교전은 진지에서 준비한 시간이 무색할 만큼 짧고 굵었다. 미 해병은 정말로 우리가 있던 진지로 돌진했다. 순식간에 다가온 미군의 수는 당시 진지에 있던 대항군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운명의 장난인지 때마침 빗줄기가 거세졌다. 진지에서 이탈해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내려 갔다. 저 앞에서 우리 팀원 한 명이 적이 있는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조준사격하는 것을 봤다. 그 순간 크게 소리쳤다. “11시 방향 능선에 적 3명이 있습니다!” 그 소리에 다른 팀원들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미군과 치열한 교전을 이어갔다.

이번 훈련에서 우리 모두 대항군의 전투원으로서 최고의 투지를 보여 줬다. 힘들다고 포기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정신력으로 악착같이 버티며, 각자 맡은 임무를 완수하고 승리를 위해 매 순간 피땀을 흘렸다. 실제 전장과 같은 훈련장에서 최선을 다해 전투를 치렀다. 이는 우리가 체득하긴 어려웠던 전투기술과 팀워크를 몸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KCTC 전문대항군 지원 경험을 통해 적의 시각에서 전장을 보고, 적의 입장에서 아군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말을 체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다. 적 전술을 연구하고 앞으로의 훈련에 적용한다면 상대를 알고 적절한 대응·방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11일간의 훈련을 끝내고 부대로 복귀하면서 함께한 전우들과 언제, 어디에 투입되더라도 ‘즉각, 강력히, 끝까지’ 적을 격멸할 수 있는 압도적인 능력을 갖춰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산악여단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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