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숲 푸른 밤, 풀빛 별빛 내리다

입력 2024. 06. 27   16:18
업데이트 2024. 06. 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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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내키는 대로 닿는 대로 ⑥ 때 묻지 않은 자연 ‘경북 영양’ 

국내 최대 규모 인공 ‘자작나무숲’
상서로운 돌 90개 품은 연못 ‘서석지’ 
별 볼 일 쉬운 ‘영양반딧불이천문대’
풀빛·밤빛·물빛 태백산맥과 어우러져
잠시 멈춰 짙고 깊은 色 감상해 볼 만

 

경상북도 영양군.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오지로 여겨지는 이 지역이 요즘 화제다.
유명 유튜버가 자초한 논란에서 시작되기는 했지만, 도리어 태백산맥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영양의 매력들이 속속 드러나서다.
청량함으로 가득한 자작나무숲부터 밤하늘을 수놓은 별천지까지.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주는 매력으로 가득한 그곳으로 떠나 보자.

 

경북 영양군 자작나무숲 전경
경북 영양군 자작나무숲 전경



# 영양자작나무숲

대규모 자작나무숲이 강원도 인제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양군에도 자작나무숲이 있다. 1993년 인공으로 조림된 이곳은 무려 국내 최대 규모인 30.6㏊를 자랑한다. 1·2코스와 전나무숲길, 자작나무숲길, 임도 등으로 산책로가 나뉘어 있어 코스에 따라 다채로운 분위기가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죽파리 마을부터 자작나무숲 입구까지는 약 4.7㎞ 길이의 임도가 있다. 몇 년 전부터 환경 보호를 위해 일반 차량 통행이 금지된 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걸어서 들어가기란 쉽지 않은 일. 영양군에서는 탐방객을 위해 무료 셔틀을 운영한다.

죽파리 마을을 벗어나는 순간, 짙은 초록 숲이 길을 따라 쭉 이어진다. 곳곳에 숲을 더 깊숙이 즐길 만한 산책로도 있다. 투명한 계곡이 임도 옆으로 경쾌하게 흐르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청아하게 다가오기까지 한다.

1코스(1.49㎞)와 2코스(1.52㎞)는 각각 자작나무숲을 빙 둘러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로 향한다. 어느 코스를 선택해도 자작나무숲의 독특한 정취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새하얀 나무와 초록의 이파리들, 그 사이로 스며드는 햇볕과 산들거리는 바람에는 청량감이 가득하다.


# 서석지 

우리나라 3대 민간 정원으로 꼽히는 곳이 영양군에 있다. 서석지가 그곳이다.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의 세연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서석지는 조선 중기 학자 정영방이 만든 공간이다. 정영방은 퇴계 이황의 직계 제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과거에 급제했지만, 광해군의 폭정에 반대하며 조정에 나아가지 않고 평생 학문을 갈고닦은 것으로 유명하다.

서석지를 보면 우리나라 전통 정원의 특징을 알 수 있다.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고, 자연과 어우러지며 안온하게 조성돼 있다는 점이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풍류를 즐겼던 선조들의 철학이다. 정영방은 연못에 한 가지 포인트를 줬는데, 바로 90개의 돌이다. 90개의 돌 가운데 60개는 수면 위, 나머지 30개는 수면 아래에 있도록 했다. 서석지라는 이름도 상서로운 돌이 있는 연못이라는 뜻이 담긴 것이라고.

서석지 주변으로 펼쳐지는 풍경 또한 볼 만하다. 서석지 주변 절경을 하나씩 헤아려 ‘서석지외원 16경’이라고 부를 정도다. 대표적인 곳이 선바위 관광지다. 겸재 정선의 작품 ‘쌍계입암’의 실제 배경이 바로 여기다. 반으로 갈라놓은 듯한 산봉우리, 외로이 솟은 바위, 그리고 이 모든 풍경을 지그시 감상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정자까지 어우러진 공간이다.

 

영양반딧불이천문대에서 볼 수 있는 밤하늘.
영양반딧불이천문대에서 볼 수 있는 밤하늘.



# 영양산촌생활박물관


영양군은 산촌이다. 사방이 산으로 가득하다. 북쪽 끄트머리에 솟은 일월산은 해발 1219m에 달하며, 나머지 지역도 대부분 해발 200m 이상이다. 이렇게 험준한 곳에서도 예부터 사람들이 살았다. 쉽지는 않았을 터. 선조들은 이곳에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산지를 개간했고, 화전을 일궜다.

영양산촌생활박물관에서는 이 지역에서 살았던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겨울부터 봄과 여름, 가을을 지나 다시 겨울로 이어지는 1년간 어떻게 생활했는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야외에 설치된 전통생활체험장에는 굴피집·너와집과 같이 산촌 특성이 반영된 전통 가옥이 실제 크기로 전시돼 있다.


# 발효공방1991 

영양 중심가에 자리한 영양양조장은 무려 100여 년의 역사를 품은 공간이다. 1926년 8월 28일, 영양주조 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창업해 3대에 걸쳐 막걸리를 빚어온 곳이다. 10여 년 전, 여러 이유로 문을 닫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라질 뻔한 마을 양조장을 되살린 것은 ‘교촌치킨’으로 유명한 교촌에프앤비다. 교촌에프앤비는 영양군과 협업해 낡디낡은 건물을 수리하고, 새롭게 술을 만들 수 있게 시설을 정비해 ‘발효공방1991’로 재탄생시켰다. 2022년 다시 문을 연 뒤에는 프리미엄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조선 현종 때 장계향 선생이 쓴 조리서 ‘음식디미방’에 기록된 술 ‘감향주’를 복원하기까지 했단다.

발효공방1991은 양조장이 있던 공간에서 ‘카페 소풍’을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발효공방1991의 대표 막걸리인 ‘은하수’를 판매한다. ‘은하수’는 프리미엄을 내세운 막걸리답게 6도와 8도로 나눠 색다른 매력을 뽐낸다. 17세기 쓰인 ‘음식디미방(閨壺是議方)’에 소개된 막걸리 발효 방식을 접목했다고 하니, 그 어디서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술을 맛보게 되는 셈이다. 막걸리를 이용한 음료와 디저트를 준비해 두기도 했으니, 관심이 있다면 잠시 들러 보자.


# 영양반딧불이천문대 

영양군은 전국에서도 가장 별을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야간 조명이 거의 없어 빛 공해가 적고, 산속 깊은 곳에 있어 깨끗한 대기질로 별을 관찰하기에 좋다. 특히 수비면 수하리 일대는 국제밤하늘협회(IDA)가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해 관리하기까지 한다.

이 공원 내에 영양반딧불이천문대가 있다. 하늘의 별을 더욱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면 천문대를 찾아가 보자. 2005년 개관한 이곳은 영양군 내에서도 가장 쉽게 별을 관찰할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하다. 1층에는 천문대에 상주하며 천체를 관측하는 대원들이 별 관측을 돕는다.

천문대에서의 별 관측을 방해하는 거의 유일한 요소는 달이다. 달이 뜨는 밤에는 하늘의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달이 뜨고 지는 시각을 참고해 별 관측에 나선다면 더욱 멋진 밤하늘을 만나볼 수 있을 터. 자세한 정보는 천문대 측에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영양반딧불이천문대 054-680-5332)


필자 김정흠은 여행작가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주로 여행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다. 국내외 여행 매체 등과 함께 다채로운 여행 콘텐츠를 선보인다.
필자 김정흠은 여행작가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주로 여행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다. 국내외 여행 매체 등과 함께 다채로운 여행 콘텐츠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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