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끼고 달리다 지중해를 만나다

입력 2024. 06. 20   17:13
업데이트 2024. 06. 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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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볼까 미국여행 - ⑥ 캘리포니아 로드트립 

한국에 ‘7번 국도’ 있다면 미국엔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1000㎞ 달하는 캘리포니아 드라이브 코스, 죽기 전 한 번 가볼 만
덴마크풍 민속촌·스페인식 성당 등…신대륙서 맛보는 유럽 매력에 흠뻑


한국에 7번 국도가 있다면 미국에는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PCH)’가 있다. 태평양 해안을 끼고 달리는 고속도로다. PCH의 하이라이트는 1000㎞에 달하는 캘리포니아 구간. 캘리포니아 1번 주도와 겹치기도 한다.
동선은 짜기 나름이다. 쉴 틈 없이 길을 내달리면 이틀 만에 여정을 마칠 수도 있지만, 주마간산식 여행은 남는 게 없다. 각기 다른 풍경과 사연을 품은 소도시와 해변을 찬찬히 둘러보며 로드트립의 맛을 느껴 보길 권한다. 이 지역이 처음인 이들을 위해 약 일주일 코스를 소개한다. 샌프란시스코부터 출발한다.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의 하이라이트인 ‘빅서’ 지역 빅스비 다리. 사진=필자 제공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의 하이라이트인 ‘빅서’ 지역 빅스비 다리. 사진=필자 제공

 


자유와 낭만의 도시,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로드트립은 한국에서 직항 편이 있는 도시부터 시작하면 된다. 선택지는 둘이다.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LA). 이 중 북쪽에 자리한 샌프란시스코를 추천한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좋고 도시가 너무 넓지 않은 샌프란시스코부터 둘러보는 게 여러모로 낫다.

샌프란시스코는 자유와 낭만의 도시다. 1960년대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와 자유를 외치던 ‘히피운동’이 이 도시에서 촉발됐다. ‘헤이트애시베리’ ‘노스비치’ 같은 동네를 방문하면 1960년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빈티지숍과 레코드가게, 소위 ‘불온한’ 책을 파는 서점 등이 줄지어 있다. 평소 미술에 관심 없었더라도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MOMA)은 꼭 들러 보는 게 좋다. 마크 로스코, 김환기 등 내로라하는 현대미술 거장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고 상상력을 깨부수는 참신한 전시도 많이 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더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건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교통수단인 케이블카가 있어서이기도 하다. 케이블카는 줄에 동동 매달려 산을 오르는 곤돌라가 아니라 1873년부터 운행한 노면 전차다. 최대 번화가인 유니언스퀘어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금문교와 39번 부두로 이동할 수 있다. 부둣가에서 조개수프를 사 먹고 바다사자를 구경한 뒤 금문교까지 산책을 다녀오면 완벽한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자전거나 유람선을 타고 금문교 건너편으로 가도 된다. 다리 북쪽에는 집 하나하나가 그림 같은 부촌 ‘소살리토’가 있다.

 

세월의 흔적 머금은 교통수단 케이블카.
세월의 흔적 머금은 교통수단 케이블카.

 

샌프란시스코의 상징 금문교 전경.
샌프란시스코의 상징 금문교 전경.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

도시 여행을 즐기며 미국 시간에 적응했다면 차를 몰고 남쪽으로 쭉 내달릴 차례다. 낯선 나라에서 운전하는 걸 너무 겁낼 필요는 없다.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하고 허츠, 알라모 같은 미국 렌터카 회사 웹사이트에서 차량을 예약한 뒤 공항이나 시내 지점에서 차를 받으면 된다. 대도시에서는 도난사고를 당할 수 있으니 귀중품이 보이지 않도록 트렁크에 넣어 두거나 항상 휴대하는 게 안전하다는 걸 명심하자.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해 남쪽으로 약 2시간을 달리면 ‘몬터레이’에 닿는다. 일찌감치 참치통조림 산업이 발전한 바다 마을로 유명한 수족관도 있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에도 자주 등장했고, 영화 ‘원초적 본능’ ‘007’ 시리즈 등 할리우드 영화 수십 편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몬터레이에서 6㎞ 떨어진 ‘캐멀’까지는 1번 주도에서 벗어나 ‘17마일 드라이브’를 달려야 한다. 17마일 드라이브는 통행료 12달러를 내야 하는 사설도로이지만 돈이 아깝지 않다. 물개가 일광욕을 즐기는 해변을 통과해 언덕을 오르면 별안간 거대한 삼나무 군락지가 나타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프장으로 꼽히는 ‘페블비치 골프장’도 품고 있다. 미국인이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드라이브 코스로 꼽는 이유를 알 만하다. 다시 1번 도로로 돌아와 남쪽으로 내려가면 해식 절벽이 웅장하게 늘어선 ‘빅서’ 지역을 지난다. 아찔한 절벽과 유서 깊은 빅스비 다리, 파도가 포말을 일으키는 절경을 보며 사진을 찍은 뒤 남쪽으로 100㎞를 더 달리면 샌시메온 지역에 닿는다. 이 마을에 언론재벌 윌리엄 허스트가 살았던 저택 ‘허스트 캐슬’이 있다. 50만㎡의 부지에 거대한 정원과 수영장이 딸려 있고, 방이 163개나 되는 유럽풍 빌라를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현재는 캘리포니아주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덴마크풍 민속촌 ‘솔뱅’의 건물들.
덴마크풍 민속촌 ‘솔뱅’의 건물들.

 

18세기에 지어진 샌타바버라 미션 성당.
18세기에 지어진 샌타바버라 미션 성당.



미국에서 만나는 덴마크와 스페인

태평양을 오른쪽에 끼고 달리다 보면 조금씩 풍경이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이고 키 큰 야자수가 쭉쭉 뻗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캘리포니아 중부 해변 ‘센트럴 코스트’ 지역의 전형적인 풍광이다. 센트럴 코스트는 세계적인 서핑 해변도 많다. ‘피스모 비치’ 같은 해변에서 서핑을 배워도 좋겠다.

피스모 비치에서 차를 몰고 약 1시간30분 이동하면 이름도 낭만적인 동네 ‘샌타바버라’ 카운티에 닿는다. 해변까지 가기 전에 먼저 들를 곳이 있으니 덴마크풍 민속촌 ‘솔뱅’이다. 1911년 집단이주해 온 덴마크인들이 자신의 고향처럼 가꾼 마을이다. 솔뱅은 덴마크어로 ‘화창한 땅’이라는 뜻이다. 마을 전체에 기념품과 덴마크식 빵·음식을 파는 가게가 포진해 있다.

샌타바버라는 스페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도시다. 18세기 스페인 프란치스코회에서 지은 성당이 가장 유명하다. 분홍빛 외관이 인상적인 성당을 구경하고 정원을 거닐다 보면 여기가 미국인지 지중해 어디쯤인지 헷갈린다.

샌타바버라에서 LA까지 가는 길에도 멋진 해변이 수두룩하다. 자동차 이름으로 익숙한 말리부, LA 시민의 쉼터인 샌타모니카 해변, 베니스 해변 등이 속속 등장한다. 다만 너무 유명한 휴양지나 해변은 주차난과 북적이는 인파 탓에 실망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차를 몰고 다니다가 예쁜 바다가 보이면 멈춰 서 쉬었다 가도 좋겠다. 그게 바로 ‘캘리포니아 해변 로드트립’의 매력이다.


필자 최승표는 중앙일보 레저팀 기자다. 국내외 여행 기사를 두루 쓰고 있다. 미국 15개 국립공원을 취재한 뒤 『미국 국립공원을 가다』(공저)를 펴냈다.
필자 최승표는 중앙일보 레저팀 기자다. 국내외 여행 기사를 두루 쓰고 있다. 미국 15개 국립공원을 취재한 뒤 『미국 국립공원을 가다』(공저)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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