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함 넘어 확실한 ‘전투근육’ 키우게… 신속하고 강력하게 쏘다

입력 2024. 06. 18   17:20
업데이트 2024. 06. 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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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8기동사단 기계화부대 최초 조우전 현장 

각급 기계화부대 지휘관 100여 명 참석
전투수행방법 발전토의·훈련모델 선보여
조우전 ‘선제사격·즉각대응사격술’ 강조
K2 전차 ‘헌터킬러’ 기능 최적화, 순식간 적 격멸
“소부대 훈련체계 보완 특화된 전법 발전시킬 것”


육군의 뜨거운 ‘조우전’에 기계화부대가 뛰어들었다. 유사시 방어보다 주로 공격작전을 수행하는 기동부대의 조우전은 한층 공세적이다. 적을 맞아들일 때보다 적진으로 진격할 때 예상치 못한 지형과 적을 맞닥뜨릴 가능성은 더욱 크다. 이른바 ‘홈그라운드 이점’ 없이도 싸워 이길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육군8기동사단의 치열한 고민이 담긴 조우전 훈련체계·전투기술 시범 현장에 다녀왔다. 
글=조수연/사진=양동욱 기자

 

육군8기동사단 K2 전차가 18일 경기도 연천군 다락대과학화훈련장에서 진행된 ‘조우전 전법 적용 소대 쌍방 전투시범’에서 적을 향해 기동하고 있다.
육군8기동사단 K2 전차가 18일 경기도 연천군 다락대과학화훈련장에서 진행된 ‘조우전 전법 적용 소대 쌍방 전투시범’에서 적을 향해 기동하고 있다.



조건반사적 공격만이 살길

내가 모는 전차 앞 5m 지점에 적 포탄이 떨어졌다고 상상해보자. 설상가상 적의 포신이 정확히 내 전차를 향해 있다면?

육군의 뜨거운 주제인 조우전 훈련은 그동안 특수부대와 보병부대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결국 조우전의 핵심은 ‘부대 불문’ 누가 먼저, 많이 쏘느냐의 싸움이다.

장갑차·전차를 운용하는 기계화부대도 예기치 못하게 적과 조우하는 상황을 피해 갈 순 없다.

유사시 적진 깊숙이 들어가 작전을 수행하는 기동부대는 더 그렇다. 낯선 지형에서 언제, 어디서 적을 맞닥뜨릴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을 찾고 격멸하는 과정을 빠르고 과감하게 전개해 주도권을 잡아야만 한다. 조우전에서 ‘선제사격’과 ‘즉각대응사격술’이 강조되는 이유다. 조건반사적인 공격만이 ‘내 생명 전차와 함께’라는 전차병의 사명처럼 나와 전우를 지키는 방법이다. 특히 전차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사격하는 초월공격 작전 땐 가장 선두의 전차가 조우전 선봉장의 역할을 하게 된다. 즉 모든 전차가 선두에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훈련을 위해 대기 중인 K2 전차와 K21 장갑차.
훈련을 위해 대기 중인 K2 전차와 K21 장갑차.

 


기계화부대 조우전 선도하는 8사단 

육군8기동사단이 기계화부대가 조우전에서 싸우는 방법을 이끌고 있다. 부대는 지난겨울 혹한기훈련부터 조우전 훈련체계를 선도해왔다.

사단은 18일 경기도 연천 다락대 과학화훈련장에서 박재열(중장) 7기동군단장 주관으로 8기동사단장, 수도기계화사단장, 각급 기계화부대 지휘관 및 관계관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계화부대 조우전 전투수행방법 발전토의’를 했다.

사단은 이날 토의에서 그동안 정립한 조우전 훈련모델을 선보였다. 다소 모호하게 느껴졌던 기계화부대의 조우전 전법을 정립해 나가는 의미 있는 첫 자리였다. 토의에서는 기계화부대에 맞는 조우전의 개념을 공유하고, 사단이 수개월 동안 거듭해온 적 조우 상황별 전투수행방안 시범을 보였다.

“11시 방향 적 출현! 쏴!” “12시 방향 적 출현! 쏴!”

시범식이 시작되자 전차의 포신이 마구 돌아가며 사격이 이뤄졌다.

시범을 보인 인원은 사단이 자체 진행한 ‘조우전 자격인증 평가’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장병들. 자칫 마구 쏘는 것 같아 보이지만 단 한 발도 빗나감이 없었다. 10여 초 이내 표적을 확보하고 정확히 사격하는 능력, 연막 차장이 걷히기 전 회피기동할 수 있는 전투기술을 갖춘 인원들이었다.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속도감 있게 진행된 시범에선 세계 최고 전차 중 하나로 꼽히는 K2 흑표 전차의 뛰어난 기량이 돋보였다.

다수 표적 교전이 가능한 K2의 ‘헌터킬러’ 기능이 단단히 한몫했다. 헌터킬러는 포수가 사격하는 동안 전차장은 다른 목표물을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이다. 사격이 끝난 즉시 주포가 전환돼 신속한 사격이 가능해지도록 한 것이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다수의 적도 위험도 순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순식간에 격멸할 수 있다. 빠른 대응이 핵심인 조우전에 최적화된 기능이다.

 

지휘관과 장병들이 조우전 전투수행방법을 토의하는 모습.
지휘관과 장병들이 조우전 전투수행방법을 토의하는 모습.



빛 발한 조우전 전법 

“군사분계선(MDL) 너머 북쪽엔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기동사단은 상상치 못한 위협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범을 준비한 박성규(대령) 불무리여단장의 한마디는 기계화부대가 조우전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단 기계화부대의 특성을 반영해 사단은 K2 전차와 K21 장갑차를 활용한 핵심 전투기술 적용방안을 모색했다. 사단이 개발한 훈련모델은 K2 전차·K21 장갑차 단차전투 기술 6개, K21 장갑차 하차 전투기술 5개 등 11개에 달한다.

박 여단장은 “기계화부대 특성에 맞춰 다양한 상황에서 적을 조우했을 때 아군의 전력화된 장비 능력이 최대로 발휘되는 훈련체계를 재정립했다”고 설명했다.

사단은 기발한 조우전 전법과 강력한 화력으로 참석자들의 혼을 빼놓았다. 부대는 이날 토의한 내용을 토대로 기계화부대 특성에 맞는 소부대 조우전 훈련체계와 전투기술 등을 보완해 기계화부대에 특화된 조우전 전법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박 여단장은 “기동군단은 전시 핵심 전력이기에 공격작전 선봉에서 첨단전력화된 장비를 갖고 적과 싸워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어야 한다”며 “작전이 곧 훈련이고 훈련이 곧 작전이라는 신념으로 최적의 싸우는 방법을 끊임없이 훈련해 소부대 조우전 전법이라는 전투근육을 강화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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