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F-4 팬텀(Phantom)Ⅱ - 퇴역식
처음처럼 당당하게…
정글 무늬·연회색 도색
과거 모습 그대로 날아올라
초창기 요원들에 ‘감사장’
순직 조종사 희생 기리기도
미래 향해 굳건하게…
‘막강’ 후배 전투기들
55발 플레어 발사 세리머니
“적 압도 팬텀 자부심 잇는다”
창공 가르며 대미 장식
'2024년 6월 7일 오전 11시16분'. F-4E 팬텀(Phantom)Ⅱ 전투기의 마지막 임무가 종료됐다. F-4는 이제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와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후배 전투기들에 '대한민국 영공 수호' 임무를 맡기고 영원히 착륙하게 됐다. 글=김해령/사진=조종원 기자
|
“팬텀 제로원, 출격!” “라저(Roger), 장관님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복귀하겠습니다!”
지난 7일 오전 10시께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출격명령을 내리자, F-4E 조종간을 잡은 김도형 소령이 답했다. 이날 수원 공군기지에서 열린 ‘F-4 팬텀 퇴역식’은 신 장관의 ‘팬텀 출격명령’으로 시작했다. 마지막 비행에 투입된 F-4E는 두 대로 김 소령 등 4명이 각 기체 전·후방석에 탑승했다.
팬텀 전투기들은 웅장한 엔진음과 함께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했다. 공군 장병들은 전투기들을 바라보며 예우를 갖췄고, 행사 참석자들은 박수와 환호로 마지막 비행을 응원했다.
비행한 F-4E 두 대 중 한 대는 한국 공군 팬텀의 과거 모습이었던 ‘정글 무늬’를 띠고 있었다. 앞서 공군은 팬텀 퇴역의 역사적 의미를 더하기 위해 한국 공군 팬텀의 과거 모습인 정글 무늬와 연회색 도색을 복원했다.
팬텀이 구름 위로 사라지자 대형 스크린에는 F-4와 깊은 인연이 있는 한 소년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F-4D 팬텀 첫 도입 당시 조종사와 정비사로 활약했던 이재우(예비역 공군소장·89) 동국대학교 석좌교수의 이야기였다.
공군사관학교 5기인 이 교수는 F-4D 도입요원으로 선발돼 1968년 미 데이비스 몬산 공군기지에서 비행훈련을 받았다. 1969년 F-4D 6대를 처음 인수할 때 전투기를 타고 공중급유를 받으며 태평양을 비행해 대구기지에 내린 조종사 중 한 명이다. 이날 퇴역식에서 이 교수는 정비교육 요원이었던 이종옥(85) 예비역 준위와 함께 팬텀 전력화에 이바지한 초창기 임무요원들을 대표해 감사장을 받았다.
|
|
이 교수는 “오늘 비록 석별의 정을 나누더라도 팬텀은 전투조종사들 가슴속에 영원히 생동할 것”이라며 “팬텀을 보내며 마지막으로 외쳐본다. ‘하늘의 도깨비’ 팬텀이여 안녕”이라고 말했다.
현직 임무요원들에 대한 표창장 수여도 진행됐다. 마지막 비행 임무를 맡은 10전투비행단(10전비) 조종사 김 소령과 정비사 강태호 준위에게 국방부 장관 표창이 주어졌다. 이들은 팬텀이 퇴역하는 순간까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조종·정비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준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 소령은 임무 수행 중으로 동료가 대리수상했다.
아울러 신 장관과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팬텀의 명예로운 은퇴를 위한 축사와 기념사를 건넸다. 특히 이 총장은 34명의 팬텀 순직 전투조종사의 이름을 한 명씩 언급하며 그들의 희생을 기렸다.
공군은 퇴역식 행사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순서에서 ‘호국영웅석’에 조종헬멧과 태극기를 헌정하기도 했다. 호국영웅석은 F-4 팬텀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조종사들을 기리는 자리다. 조종헬멧은 순직조종사를, 태극기는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비행을 마친 F-4E 두 대가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한 직후에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화려한 기동도 펼쳐졌다. 블랙이글스는 팬텀과 공군을 상징하는 절도 있는 기동을 선보이며 ‘큰형님’ 전투기의 명예로운 퇴역을 축하했다.
이어 F-4E 전투기들이 행사장에 진입하자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전투기 엔진이 꺼지고 비로소 마지막 임무가 종료됐다. 전투기에서 내린 김 소령 등 4명의 조종사는 신 장관에게 임무종료 보고를 한 후 팬텀의 조종간을 장관에게 전달했다.
|
|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팬텀의 임무를 이어받은 ‘후배 전투기’ F-16, KF-16, FA-50, RF-16, F-15K, F-35A가 순서대로 행사장 상공에 진입해 축하 비행을 전개했다. 먼저 F-16 5대가 총 55발의 플레어(Flare·적외선섬광탄)를 발사했다. 팬텀이 1969년 처음 도입돼 대한민국을 지킨 세월 ‘55년’을 담은 세리머니다.
다음으로 KF-16 6대, FA-50 5대가 차례로 진입했다. 전투기들의 대수는 1969년 최초도입한 F-4D 6대와 1975년 인수한 방위성금 헌납기 5대를 각각 상징했다. 이어 1989년부터 2014년까지 운용했던 RF-4C의 임무를 이어받은 RF-16 2대가 진입했다. 이어 팬텀의 모기지들이었던 대구·청주·중원기지를 각각 대표하는 F-15K, F-35A, KF-16가 편대 비행을 펼쳤다. 마지막으로 팬텀과의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F-35A 스텔스 전투기 3대가 창공을 가르며 퇴역식의 대미를 장식했다.
대한민국 팬텀 대대의 마지막 대대장인 김태형(중령) 10전비 153전투비행대대장은 “팬텀의 마지막 순간들을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팬텀의 임무는 종료됐지만, 적을 압도했던 팬텀의 위용과 지축을 울린 엔진음은 ‘팬텀맨’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팬텀 조종사였다는 자부심으로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굳게 수호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퇴역한 팬텀 F-4E는 F-4A부터 시작된 ‘F-4 시리즈’ 중 최신형이다. 우리 공군은 1969년 처음 F-4D를 도입한 후 개량형인 F-4E, 정찰기인 RF-4C 등 총 187대를 운용했다. F-4D는 2010년, RF-4C는 2014년에 각각 퇴역했다. F-4 팬텀은 1958년 미국에서 처음 생산돼 1985년 단종됐다. 1985년 가장 마지막에 생산돼 국내에 도입됐던 5195번 기체도 이날 수원기지에서 함께 임무를 마무리했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