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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작은 아파트에서 내가 기초군사교육을 시킨 여군 몇 명과 조촐한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는 초등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은 딸 둘을 같이 참석시켰다. 멋있고 당당한 언니들을 보며 ‘나도 저 언니들처럼 돼 볼까’ 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하는 아빠의 해병대 모병 전략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가끔 그 언니들의 안부를 묻는 딸들을 보며 나는 보다 적극적으로 전략을 수립해 실행에 옮겨 나갔다.
가장 먼저 집에 태극기와 해병대기를 늘 게양해 두고 유치원에 갈 때마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게 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할 국기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한 것이다. 다음 전략은 해병대 캠프였다. 첫째 딸은 가지 못했지만 둘째 딸은 중학생이 됐을 때 본인 동의를 얻어 입소시켰다. 제법 잘 견디면서 훌륭하게 수료했다. 그해 겨울에 한 번 더 입소했다.
세 번째 전략은 이른바 시각화 매개물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서예에 조예가 있는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은 ‘무적해병’ ‘해병정신’ ‘위국헌신 군인본분’이라는 표구를 집 현관에 부착해 출입할 때면 늘 눈에 익히도록 해 군인정신, 해병대 정신을 마음에 스며들도록 했다.
네 번째 전략은 해병대 장학재단인 ‘덕산장학재단’에 아이들 이름으로 기부하는 것이었다. 아이들 용돈 통장을 만들어 자동이체를 시켰다. 나의 전략은 감사하게도 딸 둘 모두 덕산장학금을 받는 영광으로 이어졌다.
마지막 다섯 번째 전략은 대학생이 된 딸들의 진로를 상담하면서 슬쩍 ‘아빠와 같은 군인의 길도 있다’고 운을 뗀 것이다. 대학생활도 즐기되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보라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큰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학교에서 학군장교를 모집한다는 데 지원해 볼까요?”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래? 관심 있으면 지원해 봐”라고 대답했지만 이날의 두근거림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ROTC를 거쳐 해병대를 지원한 큰딸은 2022년 소위로 임관해 지금 연평도에서 3년째 씩씩하게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둘째도 자연스럽게 해병대 예비장교에 합격해 지난달 31일, 사관후보생 136기로 무사히 임관했다.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라고 했다. 아무 불평 없이, 적극적으로 아빠와 같은 길을 선택해 걷는 딸들을 바라보며 대견하고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본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온 지난 군 생활에 가슴이 뿌듯해진다.
남의 귀한 자식들을 해병대로, 군대로 권유하려면 먼저 내 자식 모병이 먼저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딸 둘 모병에 성공한 나는 오늘도 주변 청년들에게 해병대를 소리 높여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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