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人사이트] 부기미로서 철기 우둥불 더 오래 타오르게…

입력 2024. 05. 28   17:11
업데이트 2024. 05. 2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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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人사이트 - 철기이범석장군기념사업회 박남수 회장 

학창 시절 책으로 『우둥불』 접한 인연 
2013년 기념사업회장직으로 이어져
두 번 연임…마지막 9년 차 맞아
‘국군 건설의 아버지’ 업적·뜻 전파가 사명
초대 국방부 장군으로 정훈국 창설 필요성 역설


“철기 이범석 장군은 국군 정통성의 상징이자 국군 건설의 아버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청산리 전투로 대표되는 항일무장 투쟁부터 초대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까지 ‘군인’으로서 40여 년간 긴 여정이 그 사실을 말해줍니다. 철기 이범석 장군이 남긴 업적과 그 뜻을 널리 전파하는 것에 사명을 다하겠습니다.” 

철기이범석장군기념사업회를 이끌고 있는 박남수(예·육군중장) 회장의 열정과 사명감은 남다르다. 기념사업회를 9년째 도맡아 책임을 다하고 있는 그는 이범석 장군의 리더십과 항일무장투쟁사를 오랫동안 연구하며 국군의 역사와 군인정신을 올바르게 알리는 것에 힘을 쏟고 있다.

박 회장은 2013년 육군사관학교장을 끝으로 약 40년간의 군 생활을 마무리했다. 육군26사단장, 합동참모본부 작전기획부장, 육군수도방위사령관 등을 지냈다. 전역 후 2015년 철기이범석장군기념사업회 8대 회장으로 자리해 9년째 단체를 이끌고 있다.

박 회장은 최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국방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부기미(附驥尾·천리마 꼬리에 붙어 천 리를 간다)’에 비유했다. 기념사업회 회장은 철기의 부기미에 불과하다는 것. 이 말은 중국 고전 사기에 나오는 것으로, 공자의 수제자 안회가 자기는 공자의 꼬리에 붙어 있는 수준이라고 한 데서 비롯됐다. 오랜 경력을 자랑하지만 그의 겸손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9년간 이범석 장군 회고록 복원부터 추모제, 해외독립군전적지 탐방·연수, 학술세니마 개최, 기념홀 건립, 도서 출간 등 쉼 없이 달려왔다. 이제 기념사업회 책임자로서 마지막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박 회장을 만나 철기이범석장군기념사업회의 주요 성과와 역할, 계획 등을 들어봤다.
글=김민정/사진=이경원 기자 

 

 

철기 이범석 장군의 자서전 '우둥불' 표지.
철기 이범석 장군의 자서전 '우둥불' 표지.

 

사진 제공=철기이범석장군기념사업회
사진 제공=철기이범석장군기념사업회



‘우둥불’이란?
‘우둥불’이란 한데서 잠을 자는 군인들의 몸을 덥히기 위해 피우는 불이다. 
철기 이범석 장군은 자서전에서 
“나는 독립투쟁 30여 년간을 대개 우둥불 곁에서 지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선에서, 광야에서, 혼자서, 수많은 군대를 데리고서, 그 어디서나 이 우둥불은 나의 반려였다”고 적었다. 
철기에게 우둥불은 고달픈 현실을 이겨내는 힘이자 전우애의 상징이었다. 


- 상당히 오랜 기간 단체를 이끌어 왔다. 소회는. 

“학창 시절 『우둥불』이라는 책을 통해 이범석 장군을 처음 만났다. 당시 『우둥불』은 서울 지역 고등학생 필독 교양서적이었다. 조국을 사랑한 청년의 치열한 삶에 감명받았고, 깊게 공감했다. 2013년 전역 후 철기이범석장군기념사업회 회장직을 제의받고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기 장군의 부기미로서 철기 장군을 닮고, 남기신 업적과 그 뜻을 널리 전파하는 것이 회장의 사명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두 번 연임해 마지막 9년 차를 맞았는데, 다음 세대에 넘기는 준비를 잘해 나가겠다.”


- 회장 역임 기간 주요 성과는. 

“회장 취임 후 가장 먼저 착수한 사업이 철기 장군의 회고록인 『우둥불』 복간이었다. 당시 출판사도 없어지고, 책도 절판돼 일부 도서관에서나 겨우 찾아볼 수 있었다. 판권이 우리 기념사업회에 있었기에 새로 복간했다. 국방부 장병 교양도서로 선정돼 4000권을 배포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저서 『군인 이범석을 말한다』를 발간했다. 이외에 청산리 전투 100주년 세미나, 철기 장군님 서거 50주기 기념 학술 세미나 등을 개최했으며, 육군사관학교와 육군3사관학교에 철기 기념홀을 만든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 이범석 장군은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영웅으로 꼽힌다. 당시 청년 이범석 장군의 활약을 소개한다면. 

“철기 장군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청산리 전투의 ‘청년 영웅’이라는 이미지다. 1920년 10월 21일부터 약 열흘간 만주에서 벌어진 청산리 전투는 우리 민족의 국권을 되찾기 위한 항일 독립운동의 백미라고 평가받고 있다. 북로군정서 사령관인 김좌진 장군의 통찰력 있는 작전지도와 연성대장인 철기 이범석 장군의 용맹한 전투지휘로 요약할 수 있다. 당시 철기 장군은 북로군정서 최정예부대인 연성대 지휘관으로서 모든 전투를 진두지휘하면서 악조건을 극복한 군인정신, 전투의 호기를 놓치지 않는 감각 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철기 장군을 청산리의 청년영웅으로 일컫는 이유다.”


- 이범석 장군은 무장 독립투쟁을 위한 청년 독립군을 양성하고, 민족청년단을 결성하는 등 인재 양성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철기 장군의 무장투쟁 역사에는 여러 차례의 인재 양성 경력이 있다. △신흥무관학교 교관 △북로군정서 사관연성소 교수부장 △중국 낙양군관학교 한인특설반 대대장 △민족청년단 결성 등이 대표적인 예다. 철기 장군은 1946년 민족청년단 발기대회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고, 새 나라엔 새 인물들이 있어야 한다. 장차 우리나라를 맡을 인물이 젊은 청년들인데, 그들에게 우리가 바른 애국심을 길러주고 지도를 해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철기 장군의 인재양성 철학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 군사 지도자로서 이범석 장군의 리더십을 평가한다면. 

“철기 장군은 임시정부 수립 후 초대 광복군 참모장을 역임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초대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그가 16세에 중국으로 망명해 독립군으로, 광복군으로, 그리고 초대 국방부 장관으로 시대적 소명을 잘 완수한 데는 특유의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철기 장군의 리더십을 △애국심 △열정과 도전 △통찰력 △지도자의 낭만과 여유 △부하들과의 동고동락이라고 정리했다. 철기의 애국심은 자칭 ‘애국’이 난무한 시절에 진정 몸을 던져 만든 애국이었다. 16세에 망명길에 올라 운남군관학교 생도 선발부터 청산리 전투까지 그의 삶은 열정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무인적인 기질과 예술가적인 감수성을 동시에 지닌 그는 소탈하고 성실하며 겸손해 사람을 끌리게 만드는 인간적인 매력을 지녔다. 균형감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특히 그의 회고록 『우둥불』은 군인의 무한한 애국심과 전우애를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는 산 기록이다.”


- 초대 국방부 장관 당시 정신전력 강화를 위해 정훈국을 최초 설치한 것은 주요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철기 장군은 국방부 장관을 지낼 당시 국방부 정훈국 창설의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했다. 공산주의자와 싸우기 위해서는 군의 사상통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당시 대한민국 국군은 봉건사회에서 일제 침략 기간을 지나 새로운 나라를 건설했을 때다. 새로운 나라의 새 군대에 어떤 정신적 자세를 견지해야 하느냐. 이 부분을 바로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이다. 군대를 한 방향으로 묶어줘야 한다. 그걸 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훈국을 만들었다. 철기 장군이 국방부 장관을 마치고 고별사에서 정신전력을 강조하며 무형전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이야기한다. 현재 국방부도 정신전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유형 전력도 중요하지만 싸우고자 하는 정신적 자세, 단결, 기강 등이 바탕이 돼야 한다.”


- 이범석 장군의 정신과 업적을 널리 알리기 위해선 앞으로 기념사업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중점 추진 과제는? 

“철기 장군 개인을 널리 알리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국군의 역사와 군인정신을 올바로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국군 창설 후 철기 장군이 국방부 장관일 때 2차례 단행한 군내 공산주의자 색출작전의 의미를 연구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 숙군사업의 필요성과 그 성과를 알릴 계획이다. 이는 대적관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사회에서는 이념의 다양성이 인정될 수 있지만 군내에서는 그래선 안 된다. 현재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 군으로선 이념에서 한 치의 빈틈도 가져가면 안 된다. 이와 관련한 학술 세미나도 준비 중이다.”


- 장병들이 이범석 장군에게 본받을 점은? 

“철기 장군의 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권피탈의 암울했던 시기에 그 누구도 앞길을 끌어주지 못하고 있었을 때 스스로 강철과 같은 의지로 천리마의 웅대한 기상을 지닌 군인으로 살아가고자 했다. 철기 장군의 포부는 꼭 군인이 아니더라도 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닮고 싶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장병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씀은. 

“건강하게 국민의 의무를 마치고 사회에 나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삶에 부족하지 않은 젊은이들이 되길 바란다. 또한 현재 철기이범석장군기념사업회가 젊은 이사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데, 장병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해 줬으면 좋겠다.”

사진 제공=철기이범석장군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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