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지상군 대거 개입 대신 동맹·우방국 지원 ‘대리전’

입력 2024. 05. 24   15:59
업데이트 2024. 05. 2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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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이슈 돋보기 - IS 위협의 글로벌 양상과 국제사회 대응 ④·끝

미 ‘역외균형’ 개념 탄력적 군사력 운용
역내 우호적 세력 후원 IS 거점지역 장악
프랑스 , 2015년 파리 테러 후 강력 대응
유럽 국가 최초 중동지역 IS 상대 공습
아프리카 사헬 지역서도 대규모 작전

국제사회 공조 거버넌스 구축 쉽지 않아
상호 불신·호응 부족 속 위협 점차 고조

2015년 IS와 연계된 테러리스트들이 자행한 파리 테러 이후 프랑스는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IS의 주요 거점인 시리아 북부 락까에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사진은 지난 3월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광장을 무장한 프랑스 군인들이 순찰하는 모습. 연합뉴스
2015년 IS와 연계된 테러리스트들이 자행한 파리 테러 이후 프랑스는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IS의 주요 거점인 시리아 북부 락까에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사진은 지난 3월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광장을 무장한 프랑스 군인들이 순찰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슬람국가(IS)의 위협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변수로 부상했다. 이에 IS 격퇴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가 본격화되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IS의 영토적 지배력을 소멸시키는 성과를 달성했다. 하지만 글로벌 차원에서 가시화된 테러 위협 대응에서는 다소의 한계를 보여주는 실정이다. 미국과 프랑스는 IS 위협 대응을 주도하는 대표적 국가들이다. 테러리즘 위협 격퇴를 위한 국제적 공조의 제약 상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군사적 대응 방식 

미국이 이라크전의 종전을 선언하면서 2011년 11월부로 주둔 미군의 철군을 완료하자 이라크의 치안이 급속히 나빠졌다. 이러한 배경에서 IS가 급격히 성장했지만, 이라크 정부군의 대응 능력은 현저히 약했다. 이에 미국은 IS 격퇴를 명분으로 2014년 8월부로 군사적 개입을 결정하면서 ‘내재적 결단 작전(Operation Inherent Resolve)’으로 명명한 대테러전을 개시했다. 이러한 미국 주도 국제동맹군의 군사작전으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의 영토적 영향력이 소멸했다.

IS 격퇴전을 통해 미국의 군사력 운용 방식이 주목받았다.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의 개념을 바탕으로 군사력 운용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9·11 테러의 충격으로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중동 지역에 대규모 군사력을 주둔시키면서 안정화(stabilization) 작전을 수행했다. 하지만 과도한 국력의 소진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대안적 접근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도출된 개념인 역외균형은 동맹·우방국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대규모 지상군 개입 지양과 미 군사력의 탄력적 운용을 강조했다.

역외균형의 논리에 따라 미국은 ‘시리아 민주군(SDF)’과 이라크 정부군 등 역내 우호적 세력을 후원하면서 IS와의 대리전을 수행했다. 또한, 특수작전부대를 중심으로 구성된 소규모 미 지상군과 공군의 합동작전을 확대하면서 역내 IS의 거점지역을 장악해 나갔다. 이러한 방식의 군사력 운용은 역내 동맹·우방국들의 적극적 역할을 지원하면서 미 지상군의 직접적 개입을 자제하겠다는 논리가 중동 지역에서의 향후 군사력 운용에 본격적으로 투영될 것임을 보여주었다.

미국은 군사력 운용 방식의 변화와 함께 이라크 정부와의 전략대화를 통해 주둔 미군의 역할을 이라크군에 대한 훈련과 자문에 한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라크 정치권과 대중의 반미주의 기류로 인해 이라크 주둔 미군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었다.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여파로 이라크에서 미군 철수 여론이 높아지면서 올해 들어 미군 철수를 위한 양국의 협상이 재개되었다. 하지만 미군 철수로 치안 공백이 초래되면서 중동 지역에서 IS가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프랑스의 대테러전 양상 

130여 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유럽을 충격에 몰아넣은 2015년 11월 파리 테러의 사전 조짐은 2010년대 초반부터 파악되었다. IS를 추종하는 테러 용의자들의 활동이 유럽 각지에서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 수사당국은 개별 테러리스트의 단독 범행으로 치부하면서 IS와의 연계성에 주목하지 않았다. 그 결과 IS가 소프트타킷 방식의 대규모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을 간과했다. 이러한 정보 실패의 문제는 파리 테러를 계기로 재조명되었다.

파리 테러의 충격으로 프랑스는 강력한 응징을 천명하면서 IS의 당시 수도인 시리아 북부 락까(Raqqah)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유럽 국가로는 최초로 중동 지역에서 IS를 상대로 공습을 단행한 것이다. 또한, 핵 추진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 항모전단을 작전 지역에 배치하면서 공습작전을 지원했다. 2016년 3월까지 계속된 해당 작전을 통해 프랑스는 IS가 장악한 주요 거점 도시들의 기반 시설과 군사시설 등을 파괴했다. 샤를 드골 항모전단은 이후에도 지속 배치되면서 IS 격퇴를 위한 프랑스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프랑스는 극단주의 테러 조직의 거점으로 부상한 아프리카 사헬(Sahel) 지대에서도 대규모 군사력을 주둔시키면서 군사작전을 주도해 왔다. 예를 들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격퇴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3년에 말리(Mali) 북부지역에서 시작된 바르칸(Barkane) 작전을 통해 특수부대를 포함한 지상군 병력 외에도 무인기, 라팔, 미라주 전투기, 장갑차 등 다양한 화력 부대를 동원했다. 2019년 5월에는 미군과의 합동작전을 통해 니제르(Niger) 수도 인근에서 IS 조직원들을 사살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IS를 격퇴하기 위한 프랑스의 주도적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제적 공조의 제약 상황 

올해 초 발생한 일련의 대규모 테러를 계기로 IS를 포함한 극단주의적 세력의 위협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 필요성이 부상했다. 예를 들어 미국은 1월 초에 이란에서 발생한 전 쿠드스군 사령관 추모식에서의 테러를 앞두고 이란 정부에 관련 정보를 전달하면서 경고했다. 3월에 발생한 모스크바 테러를 앞두고서도 미국 측의 테러 표적 정보가 러시아 당국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테러를 사전 차단하는 데 실패했다. 테러 방지를 위한 국제적 공조가 상호 불신으로 원활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제적 대응 능력 구축을 위한 거버넌스의 제약 상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헬 지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슬람 성전을 옹호하는 지하디스트(Jihadist)의 준동으로 말리에서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자 UN은 민간인 보호를 목적으로 2013년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했다. 이후 UN 평화유지군은 병력과 경찰력을 유지하면서 인권 보호와 치안 유지 등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은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말리의 현 군사정권이 평화유지군의 철군을 요구하면서 2023년 12월부로 공식 종료되었다.

사헬 지대에서의 테러 위협 대응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은 다음 두 가지 차원에서 논의되었다. 그 하나는 이른바 ‘사헬 5개국(G5 Sahel)’의 주도로 연합군을 조직해 역내 테러 조직을 축출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회원국들의 연이은 연합군 탈퇴로 유명무실해진 상태이다. 다른 하나는 프랑스가 제안한 바와 같이 테러를 격퇴하기 위한 서방의 일치된 노력이다. 하지만 유관 국가들의 호응 부족으로 후속 논의가 미진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사헬 지역에서 고조된 테러 위협이 아프리카 연안 국가로 확산하면서 지역 안보에 초래할 파급효과에 주목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현안연구팀장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현안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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