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의 태양보다 뜨거운 것

입력 2024. 05. 21   15:10
업데이트 2024. 05. 2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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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 해군소령 청해부대 42진
고원 해군소령 청해부대 42진



청해부대 42진은 현재 아덴만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다. 청해부대는 ‘청해 42진’의 이름 아래 대조영함, 항공대(LYNX), 검문검색대(UDT/SEAL), 방호팀(해병대), 지원대 등 그 역할과 임무가 각기 다른 부대가 다채롭게 융화돼 있다. 우리는 매일 오전 8시30분 UDT 체조를 시작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작열하는 태양에 비행갑판은 열기로 이글거리지만, 우리의 열정은 그보다 뜨겁다. 체력훈련이 끝난 뒤 실전적 전투배치훈련이 시작된다. 이역만리 아덴만에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위협에 대비해 다양한 위협 대응 상황을 모사하고 사후 브리핑을 하면서 견고한 팀워크를 쌓아 가고 있다. 매일 이어지는 훈련이지만 전 대원이 충만한 사명감으로 각자 직무를 치열하게 수행한다.

필자는 파병 임무가 2번째이나 전우들의 살아 있는 전투력과 사기에 하루가 다르게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이런 전투력의 원천은 전대장님의 지휘 모토인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 정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이지중대’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다. 전장에 투입되기 전 서로가 누군지도 몰랐던 이지중대원들이 참혹한 전쟁터에서 어떻게 진정한 군인이자 전우로 성장하는지 실감 나게 묘사한다. 그들은 수없는 전투를 겪으며 서로에게 ‘전우’ 그 자체로 각인된다. 생면부지의 남남에서 위대한 전우로 성장한 이지중대의 모습은 각기 다른 출발점에서 만난 청해 42진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지난해 11월, 우리는 본격적인 파병 준비의 출발점에서 처음 만났기에 서로 손발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했다. 매서운 칼바람을 견디며 장비를 수리하고 각종 점검, 평가, 훈련 등으로 팀워크를 담금질했다. 완벽한 임무 준비태세를 위해 늦은 밤까지 서로를 다독이며 과업에 최선을 다했고 ‘청해부대 파병 임무 완수’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인지 끝없이 되묻곤 했다.

출항까지 남은 기한이 촉박해 크고 작은 난관에 부딪힐 때도 있었다. 이러한 순간마다 이지중대가 전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위기’라는 합심된 상황 인식으로 돌파해 나갔다. 그 결과 매일 아침 아덴만의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고국에서 아쉬운 작별을 고해야 했던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그립지만, 내 옆에는 전우들이 있다. 오늘도 함께 땀 흘리는 전우의 모습에 웃고, 전우가 나를 지켜 주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서로 의지하는 모습에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림을 느낀다. 현재의 우리는 의심할 여지없는 서로의 ‘밴드 오브 브라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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