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불이<生死不二>

입력 2024. 05. 21   16:03
업데이트 2024. 05. 2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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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주 육군본부 군종실 법사·소령
손영주 육군본부 군종실 법사·소령



지난주 수요일(15일)은 부처님 오신 날, 즉 과거 인도 석가족의 싯다르타 태자가 태어나신 날이었습니다. 불교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 출가하신 날, 부처님 되신 날(성도재일), 열반하신 날, 이렇게 4대 명절을 기념하는데요. 그중 가장 크게 기념하는 날이 바로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매년 음력 4월 8일을 부처님 생신잔치를 하는 날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네요. 

여러분에게 생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마냥 기쁘고 행복한 날인가요, 아니면 ‘왜 태어났니?’ 등의 괴로움이 시작된 날인가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면 생일도 기쁘고 즐거운 날이라 여길 것 같고, 지금 이 순간이 괴롭다면 괴로움이 시작된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날이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결국 지금 이 순간에 모든 게 달려 있는 셈이지요.

한 가지 더 질문하겠습니다. 불교 4대 명절을 보면 부처님께서 태어나신 날과 출가하신 날, 부처님 되신 날을 기념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되지만 부처님 열반하신 날, 쉽게 말해 부처님께서 돌아가신 날을 기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 유교 전통에 기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어서일까요? 불교는 유교가 만들어지기 아주 오래전에 생겼으니 그건 아닐 테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태어남과 죽음이 한 몸 다른 이름이기에 그렇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죽음이 있기에 태어남이 있는 것이지요. 죽음에 대한 바른 인식이 우리 삶의 바른 인식을 만들어 주고, 이는 결국 우리가 왜 태어났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만약 우리가 태어남에서 죽음을 보고, 죽음에서 태어남을 볼 수 있다면 괴로움에서 벗어난 존재가 되지 않을까요?

지금 이 순간의 마음에 따라 우리의 생일이 즐겁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한 것처럼 결국 태어남도, 죽음도 바로 이 자리에 있을 뿐입니다.

한 가지 시를 소개해 드리면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부운(浮雲) - 나옹화상 

생종하처래 사향하처거

(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올 때도 오는 곳을 모르고

왔다가 갈 때도 가는 곳을 모르고 간다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태어남은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 조각 뜬구름이 사라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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